[thebell Forum]"고금리 시대, 자본시장 양극화 심화된다"권용현 신한투자증권 기업금융1본부 본부장
손현지 기자공개 2023-10-25 07:54:14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4일 14: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자본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내년 부채자본시장(DCM)은 만기 도래 물량이 150조원 규모로 최대치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가 지속되고 있지만 기업들의 리파이낸싱 수요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주식자본시장(ECM)의 경우 섹터별 양극화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기업공개(IPO) 불황 속에서도 로봇이나 2차전지 등 성장주들은 지속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내년에도 금리 불확실성, 지정학적 리스크 요인 속에서 성장성이 높은 섹터에선 히든 챔피언들이 출현할 것이란 전망이다.
◇DCM 150조 시대, 기업 리파이낸싱 전략 주목
권용현 신한투자증권 GIB그룹 기업금융1본부장(상무)(사진)이 24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3 thebell Capital Market Forum'에서 '국내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 변화 및 의의'를 주제로 발표했다.
권 상무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시대에 기업마다 시의적절한 자금조달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각 섹터마다 시장에서 지니는 모멘텀을 기반으로 각 회사의 리스크를 줄여나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회사채 시장은 미국 국고채 금리 인상에 따른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금리 인플레이션과 더불어 하반기에도 메크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양상이다. 신종자본증권 역시 작년 흥국생명 콜옵션 사태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들의 부채규모는 150조원으로 전망된다.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관측된다. 권 상무는 "그동안 고금리 불안정성에 자금 조달을 미뤄왔던 기업들도 내년에는 리파이낸싱이 불가피하다"며 "지금 고점으로 판단되는 금리 수준도 노멀한 수준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투자나 영업활동을 위해선 자본조달이 필수적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자금조달 의사결정을 내릴 때 자본조달순서(Pecking order theory)를 따른다. 투자의 위험도에 따라 자금조달 순서를 '내부금융→타인자본→납입자본' 순으로 결정하는 방식을 뜻한다. 방식에 따라 조달비용이나 요구수익률이 증가하는 구조다.
◇ECM, 섹터별 양극화 심화
권 상무는 ECM시장의 경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섹터별로 유상증자 목적과 방식에 차이가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유증 딜에선 크게 두 가지 테마를 발견할 수 있다"며 "하나는 2차전지, 바이오 섹터로 대변되는 신성장 사업 조달과 관련된 것고, 다른 하나는 여행이나 항공 등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한계기업들의 운영자금 조달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2년간 진행된 1000억원 이상 유상증자 딜들을 보면 이러한 점들이 뚜렷해진다. 작년 삼성바이오로직스, 솔루스첨단소재, 에코프로비엠, 롯데케미칼과 올해 6월 SK이노베이션 유상증자 딜은 모두 '투자' 목적의 증자였다. 대부분 바이오나 2차전지 등 신성장 산업으로 대변되는 섹터들이다.
반면에 티웨이항공, 하나투어, HLB, 제주항공, CJ CGV 등 등의 유상증자 딜은 단순 운영자금을 위한 증자였다. 해당 섹터들은 여행과 항공 등 전통적 기업들이다. 모두 코로나19 사태 때 발생한 차입금 상환 목적으로 자금조달을 하고 있었던 점이다.
권 상무는 "최근 두산로보틱스나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 상장 섹터로 분류되는 기업들은 IPO 불황속에서도 데뷔전을 치르고 있다"며 "내년에도 금리 등 각종 대외변수 변동성이 있겠지만 올해처럼 양극화된 양상으로 흘러갈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신성장과 한계기업의 유상증자의 차이점은 '밸류업' 여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통상적으로 기업들의 밸류 상승이 이뤄지려면 크레딧스토리 뿐 아니라 수익성 중심의 에쿼티 스토리가 수반되야 한다. 다만 한계기업들의 경우 자본조달의 주목적이 대부분 운영자금 마련에 있었기 때문 밸류 변동으로 이어지진 못했다는 평가다.
예컨대 올초 롯데케미칼이 진행한 1조2155억원 유상증자 딜은 회사의 크레딧에 영향을 미치는 이벤트로 작용했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M&A)를 위한 자금 조달이 주목적이었는데, 전자소재 사업 청사진을 품은 대형 프로젝트의 조달이었다.
이와달리 하반기 진행된 CJ CGV(4153억원), SK이노베이션(1조1433억원) 등의 경우 대규모 딜이었음에도 결과치는 달랐다. 유상증자의 주 목적이 시설자금, 채무상환자금 마련이었기에 차입금 부담을 해소하는 수준에 그쳤다. 등급방어 정도만 했을 뿐 밸류업 향상에 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던 것이다.
동일 섹터 내에서도 자금조달에 차이가 있었다. 똑같은 성장스토리를 지닌 기업들이라 할 지라도 처분가능 고유자산의 유무에 따라 자금조달 방식을 달리 가져갔다는 얘기다.
2차전지 섹터를 예시로 들면,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부터 올해까지 다양한 자금조달 스팩트럼을 보여줬다. LG화학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의 CAPEX를 감안해서 우선적으로 IPO로 자금조달했고, 올해는 1조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다양한 방식을 구사했다.
반면 같은 배터리셀로 분류되는 SK온은 올들어 프리IPO(Pre-IPO)를 먼저 진행했다. LG에너지솔루션 빅딜 이후 IPO 시장이 소강국면에 접어든 점을 감안한 조치다. 이후에는 은행권 차입과 사채 발행을 진행하며 에쿼티 금융과 부채 금융간 간극을 단계적으로 해소해나가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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