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제약·바이오 컨퍼런스]"저성장 시대 필요한 생존전략은…빅딜보다 스몰윈"구영권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바이오헬스케어 부문 대표
정새임 기자공개 2023-10-26 10:30:45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5일 14: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금리와 저성장 시대에서 바이오헬스 투자 시장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벤처들의 생존전략도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빅딜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벤처들이 택해야 할 길은 파이프라인의 '우선순위(Prioritization)'를 설정해 '작더라도 여러 건의 성과(Small wins)'를 낼 수 있는 '의사결정이 빠른 파트너사(Quick decision maker)'를 찾는 것에 있다. 큰 한 방을 위한 욕심을 조금 덜고 다양한 기회를 찾아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구영권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바이오헬스케어 부문 대표(사진)는 25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3 더벨 제약·바이오 포럼에서 '신약 개발 트렌드와 바이오·헬스케어 선별적 투자 방향'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 같이 조언했다.
◇개발 열기 못 미치는 투자 시장…IPO 침체까지 도미노
미국 지표를 살펴보면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기준치 대비 100% 상승했던 바이오·헬스케어 지표는 2021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급격히 하락했다. 중국과 우리나라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특히 한국은 팬데믹 기간 주가가 비교적 덜 상승한 편이었는데도 하락세가 급격했다.
부진한 지표는 IPO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지난해 IPO를 진행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수는 31곳에 불과했다. 전년 174곳 대비 82% 급감했다. 한국은 2021년 14곳이 상장했지만 2022년에는 10곳에 그쳤다.
동시에 이 산업에 대한 벤처투자 역시 쪼그라들었다. 미국의 바이오·헬스케어 벤처투자 추이를 살펴보면 2021년 283억달러로 정점을 찍고 이듬해 218억달러로 줄었다. 한국도 2021년 1조6770억원에서 2022년 1조1060억원으로 34% 감소했다. 2022년까지 비교적 투자가 활발했던 중국도 올해 상당히 시장이 얼어붙은 모습이다.
구 대표는 "미국이 상황이 조금 나아지고 있다고 하나 다국적 제약사가 자체 운영하는 벤처 캐피털의 한 형태인(CVC)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지는 모습이다"며 "근본적으로 금리가 오르면서 전반적으로 시장을 위축시키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대장주도 피하지 못한 주가 하락…기업가치 10분의 1토막
바이오·헬스케어 대장주로 꼽혔던 여러 바이오텍들마저 투자 혹한기 속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항암제 분야 중 KRAS 표적항암제 선두두자로 각광받았던 미라티 테라퓨틱스는 증자로 신약개발을 이어가며 가치를 키웠지만, 지속적인 적자로 기업가치가 88% 감소했다. 최근 BMS에 인수되면서 주가를 다소 회복한 상황이다.
구 대표는 "미라티의 경우 인수가 성사됐지만 그동안 투자와 증자를 했던 금액을 감안하면 가치가 상당히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며 "투자가 이뤄지려면 좋은 전망이 필요한데, 전망 자체가 어두워졌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2년간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졌던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분야도 외면받고 있다. 과거 주요 VC, 바이엘 등의 투자를 받았던 센티 바이오사이언시스는 글로벌 제약사와의 공동개발 호재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계속 하락했다. 현재 기업가치는 1300만달러에 불과하다. 자체 보유 현금이 6000만달러인데도 기업가치에 반영이 되지 않았다. 차세대 기술이 적용된 AI 신약개발, 디지털 치료제 분야는 더욱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
구 대표는 "구글에서 수천억을 투자받은 바이오텍도 기업가치 급락을 피할 수 없었다"며 "현재 바이오·헬스케어의 분야별 투자 추세는 2019년과 유사한 비중으로 회귀했다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투자 살아나는 분야 집중…"저성장 시대 생존전략 장착해야"
바이오·헬스케어 혹한기에서의 생존전략은 뭘까. 구 대표는 시장의 관심이 상승하는 섹터를 면밀히 살필 것을 조언했다.
큰 틀에서 보면 헬스테크나 디지털 툴보다는 바이오파마(신약), 기기 분야의 투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세부적으로는 바이오파마에서는 플랫폼 분야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신 항암과 희귀질환에 대한 열기는 다소 식었다. 헬스테크에서는 각국의 헬스케어 시스템과 연계한 사업 모델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디지털 툴 분야에서는 R&D 툴과 관련된 투자 비중이 확대하는 반면 디지털 분석과 검사 영역의 비중은 축소했다.
구 대표는 "항암제와 희귀질환은 약가·허가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있지만, 투자 열기는 상당히 위축됐다고 볼 수 있다"며 "국내에도 항암제와 희귀질환 신약을 개발하는 업체들이 많은데, 국내사가 독자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적어도 3~4년은 저성장 시대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바이오텍들의 생존전략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우선순위에 따라 파이프라인을 선별하고, 대형 딜 보다는 규모가 작더라도 협업과 개발 성과를 여럿 내는 것이 필요하다. 글로벌 빅파마만 고집하지 말고 의사결정이 빠른 곳들을 찾아 파트너십을 맺어야 한다. VC 펀딩 역시 여러 옵션 중 하나라고 구 대표는 조언했다.
구 대표는 "국내 벤처들이 단독으로 글로벌을 공략하거나 빅딜을 위해 최대한 독자적으로 임상을 진행한 뒤 수출하겠다는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자금이 크게 줄어든 현 상황에서는 국내 제약사, 글로벌 벤처 등 다양한 기업과 적극적으로 오픈이노베이션을 펼쳐야 한다.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곳들 위주로 파트너십을 도모해보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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