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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계열 VC 톺아보기]안선종 "하나벤처스, 동반성장 이끄는 표준모델 선도"⑧"벤처캐피탈, 스타트업 발굴만으로 가치 충분...경쟁보다 상생에 집중"

이기정 기자공개 2023-10-30 08:15:59

[편집자주]

2017년까지만 해도 은행 계열 벤처캐피탈(VC)은 KB인베스트먼트 한 곳에 불과했다. 2018년부터 금융지주사가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VC를 신규로 설립하거나 M&A에 나섰다. 올해 우리금융지주가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하면서 주요 금융지주사는 모두 VC를 계열사로 거느리게 됐다. 금융지주 산하 VC는 은행이라는 강력한 계열사의 지원을 등에 업고 빠른 속도로 AUM을 키워나가며 업계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더벨은 약진하고 있는 은행 계열 VC의 성장 전략과 차별화 포인트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5일 15: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VC)은 머니게임 영역에 있는 산업군이 아니다. 덩치와 상관없이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한다는 본연의 기능만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다른 VC와의 경쟁보다는 업계 전체의 동반성장을 목표로 하나벤처스를 이끌어 나가겠다."

지난 11일 서울시 강남구 하나벤처스 본사에서 더벨과 만난 안선종 대표(사진)는 VC업계 발전에 기여한 선배로 기억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31년차 금융맨인 안 대표는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전수해 VC 생태계의 진보를 이루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하나금융서 VC 설립 주도, 금융당국 설득 이끈 '주인공'

1968년생인 안 대표는 서울 성남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경영학 학사를 취득했다. 하나은행은 대학 졸업과 동시에 입사했다. 이후 하나은행에서 PB사업부 팀장, 이촌동지점 지점장, 하나금융지주 커뮤니케이션팀 부장, 하나은행 홍보부 부장, 하나금융 전략기획팀장, 그룹전략총괄 상무, 비즈혁신그룹장, 영업지원그룹 부행장 등을 역임했다.

또 하나펀드서비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하나손해보험, 하나증권 등 하나금융 계열사에서 기타비상무이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2022년 말 하나벤처스의 대표로 내정된 후 올해 3월 공식 취임해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안 대표는 하나벤처스가 맞이한 첫 지주 출신 경영진이다.

안 대표는 "하나금융에서 부행장으로 오른 후 얼마 되지 않아 하나벤처스 대표로 가게됐다"며 "인사 소식을 들었을 때는 설립을 주도한 하나벤처스를 다시 한번 맡아 성장시키라는 소명을 받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안 대표는 하나벤처스의 탄생을 이끈 인물로 봐도 무리가 없다. 2016년부터 2018년 사이 하나금융 전략기획팀에서 VC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그룹과 금융당국을 설득해 허가를 받아냈다. 또 직접 다른 VC들을 찾아다니며 운영 노하우를 습득해 하나벤처스 설립을 구체화했다. 더불어 안 대표는 하나벤처스의 초기 설립 멤버들의 영입 과정에서도 주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안 대표는 "VC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제일 어려웠던 부분은 금융당국을 설득하는 것이었다"며 "당시 하나금융에서 VC와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던 계열사들이 있었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VC 설립을 환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래 금융을 대비하기 위해 기술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토대로 오랜 시간 금융당국을 설득했다"며 "금융당국도 마침내 하나금융의 진심을 이해해줬고 하나벤처스를 시작으로 신한과 우리금융그룹 등이 VC업계로 영역을 넓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룹과 '시너지' 창출 골몰, 직원들에겐 SI 필요성 강조

안 대표는 하나벤처스 수장 취임 후 올해 상반기까지 업계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기간 내부 조직을 정비했을뿐 아니라 업계 대표들과 소통하며 VC에 대한 이해도를 쌓았다. 그는 "전체적인 경력은 더 길더라도 VC 입문이 늦었으면 후배라고 생각했다"며 "이같은 마음가짐으로 다가가니 업계 선배들도 마음을 열어줬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하고 있다. 특히 공들이고 있는 부분은 그룹과의 시너지 측면이다. 이를 위해 하나벤처스의 경영 목표를 재정비하고 직원들에게 이를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 대표는 "심사역 입장에선 투자 성과를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길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지만 금융지주 산하 VC는 SI(전략적투자)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내부적으로 직원들이 이러한 특성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도록 자주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융그룹에서 VC의 역할은 '첨병'이라는 단어로 압축할 수 있다"며 "쉽게 표현하면 VC가 스타트업을 발굴해 좌표를 찍으면 자본력을 갖춘 은행, 캐피탈, 카드, 증권 등의 주요 계열사들이 전폭 지원을 나서는 개념"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서 나아가 안 대표는 금융그룹 내 VC 활용도를 넓힐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대표적인 방법이 은행이나 증권 PB를 통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하나벤처스가 전문성을 갖춘 파트너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시장에서는 이미 비상장기업 투자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며 "다만 상장 주식이나 금융상품처럼 이를 판매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VC가 이 과정에 참여해 서비스를 제공하면 관련 시장은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투자 측면에서 강조하는 부분은 △미래금융 원천기술 선점 △금융그룹 손님기반 확보 △인구·사회 구조의 변화 △ESG 투자를 통한 사회적 가치 제고 등 4개다. 안 대표는 "VC는 미래금융 기반기술과 규제완화 예상 산업분야를 판가름하는 선구안이 필요하다"며 "이를 바탕으로 유망산업에 선제적인 투자를 집행해 하나금융의 고객기반 확보에 기여하겠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 넘어서는 '테헤란밸리' 만들고파"

그는 VC업계가 투자 인프라 부문에서 아직 보완해야 될 부분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직은 성장기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성숙기에 접어들었을 때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우려다.

안 대표는 "은행 등 다른 금융업계는 역사가 길기 때문에 투자 인프라 체계가 잘 잡혀 있지만 VC업계는 아직 부족한 부분들이 있다"며 "이를 해결하면 VC뿐 아니라 포트폴리오 기업, LP(출자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중소형 VC들이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배경 중 하나가 투자 인프라 체계 구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특히 VC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전산 시스템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통 VC 한 곳에서 수백개의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있지만 여전히 엑셀 등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중소형 VC와 중소기업 등 관련 업계에 공유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VC업계 전반에서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안 대표는 마지막 노배우의 심정으로 VC업계에 입문했다고 설명했다. VC업계를 하나의 연극으로 비유하면 후배들이 라이징스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선배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다.

그는 "다음 세대에 기억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팀워크가 중요하다"며 "하나벤처스 뿐 아니라 VC업계, 나아가 테헤란밸리가 미국 실리콘밸리를 넘어서는 스타트업 강국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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