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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채권 투자한도 규제 점검]등급 높은데…미국채는 왜 30%밖에 못담나①자본시장법 시행령 한계…금리 급등에 운용역 고충

황원지 기자공개 2023-11-06 07:48:12

[편집자주]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실물 채권과 채권형 공모펀드, 채권 ETF까지 채널도 다양하다. 하지만 그간 저금리가 수년간 지속된 탓에 채권 관련 제도는 업권마다 서로 규정이 상이해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채권 투자를 둘러싼 공모펀드, ETF, 퇴직연금 등의 비히클 별 규제 현황과 현장의 애로사항을 세편에 걸쳐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1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채권 투자가 최근 자산관리의 대세로 떠올랐다. 채권금리가 5~6%대까지 치솟으면서 주식 등 위험자산에서 상대적인 저위험 자산인 채권으로 자금 이동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또한 미국과 한국 간 금리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그간 관심이 크지 않았던 글로벌 채권 투자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규제는 아직 시장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 투자하는 채권형 공모펀드가 대표적이다. 미국과 같은 외국에서 발행한 채권은 30% 이상 담지 못하는 규제 때문에 자유로운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불만이 업계를 중심으로 흘러나온다. 특히 미국보다 신용등급이 낮은 우리나라 국채도 100% 편입이 가능한 점을 들어 규제 해소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OECD국가 채권 편입한도 30%...'100%' 국채와 형평성 지적

지난 1년 사이 채권형 공모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총 11조원 규모다. 채권형 펀드는 최근 몇 년 간 저금리 상황에서 저조한 수익률로 자금이 꾸준하게 빠져나간 상품이다. 하지만 지난해 금리 급등 이후 고금리 상태가 유지되면서 1년전부터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작년 10월 말 43조원 규모였던 채권형 공모펀드 설정액은 현재 54조원대를 돌파했다.


자금은 빠르게 모이고 있지만 현장의 운용역들은 아직 주식형펀드와는 달리 정비되지 않은 규제가 일부 남아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논란이 되는 건 OECD 국가 및 중국에서 발행한 국채를 30% 이상 담지 못하는 제한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공모펀드는 동일 종목을 10% 이상 담지 못하게 되어 있다. 한 종목의 비중을 과도하게 높여 위험성을 키우는 행위를 금지하기 위해서다.

채권의 경우 신용도가 높다면 저위험 자산이기 때문에 시행령으로 투자 가능 범위를 넓혀줬다. 한국 국채, 통안채와 같이 안정성이 높다고 인정한 채권은 전체 자산의 100%까지 투자가 가능하다. 다만 지방채, 특수채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및 중국에서 발행한 국채는 30%까지만 담을 수 있다. 위험도에 따라 투자 가능한 비중을 나눠 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 30% 규제 해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전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으나 지난해부터 미국이 금리를 빠르게 올리면서 이러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운용역 입장에서는 지난달 나온 국채보다 이번달 나온 국채 금리 조건이 더 나은 만큼 과거에 발행된 채권을 빨리 팔고 최근 채권을 보다 많이 사들이는 게 수익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30%룰로 인해 채권 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적되는 건 한국 국채와의 형평성이다. 현재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S&P기준 AA다. 반면 미국의 경우 한국보다 높은 AA+등급이다. 자산의 위험도에 따라 공모펀드의 투자 가능 비중을 조절한다면 최소한 한국 국채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게 맞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재 룰에 따르면 한국보다 신용도가 높은 국가의 채권이라도 30%이상 동일 종목을 담지 못하는 셈이다.

◇“상품 다양화 차원서 필요” MMF처럼 특정펀드 '예외규정' 목소리도

업계에서는 공모펀드의 다양성을 키운다는 측면에서 규제 해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현재 특정 국가의 국채에만 투자하는 공모펀드는 시장에 없다. 30%룰 때문에 선진국, 이머징 마켓 등 여러 국가의 채권을 혼합해 투자하는 상품이 대부분이다.

한 해외 채권형 펀드 운용역은 “현재 규제가 운용을 할 때나 상품을 만드는 데 있어 제약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우리보다 신용등급이 높은 국가의 경우에는 투자 한도를 좀 더 열어주는 방식으로 바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정한 펀드의 경우에 예외적으로 허용해줬으면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다른 운용역은 “현행법상 미국 달러 MMF는 미국 국채에 대한 투자 한도가 100%로 열려 있다”며 “이처럼 특정 종류의 펀드에 대해 예외를 허용해주는 방안 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로 대형사보다는 중소형사에서 규제 해소가 필요하다는 쪽에 힘이 실렸다. 대형사의 경우 선진국 뿐만 아니라 이머징 마켓의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까지 다양하게 라인업이 구성돼 있다. 또한 선진국 펀드라고 하더라도 국채 위주의 플레이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주로 해외 기업의 크레딧을 분석해 해당 채권에 투자하는 라인업이 주류다. 이 경우 동일 종목을 30% 이상 담을 일은 거의 없다.

반면 중소형사의 경우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확실한 마케팅 포인트가 필요한 곳이 많다. 때문에 미국 국채에만 투자하는 상품과 같이 기존과는 다른 구조의 상품을 출시하려는 수요가 크다.

당국은 시장의 이러한 목소리에는 동감하지만 규제 해소까지 걸림돌이 많다고 보고 있다. 30% 제한으로 인해 실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투자가 가능한 국가를 정하는 기준을 명확하게 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일본 국채는 안전하다고 여겨지지만, 국가 신용등급상으로는 한국보다 낮기 때문에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하면 투자 대상에 포함되지 못할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이전부터 당국에 건의해왔던 사안이지만 어떤 국가를 허용할지 기준을 명확하게 하기가 어려운 문제가 있다”며 “채권형 펀드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만큼 규제 해소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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