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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MO 2023 review]한미 기대주 '벨바라페닙', 유망하지만 아쉬운 개발속도BRAF·NRAS 효능 기대…제넨텍 수출 후 7년간 1상 그쳐

정새임 기자공개 2023-11-02 09:06:44

[편집자주]

블록버스터 항암제라면 거쳐야 할 세계 최대 암학회, ESMO 2023(유럽종양학회)이 10월 20일부터 닷새간의 여정으로 열렸다. 키트루다·엔허투를 이을 블록버스터급 후보작이 누가 될 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한때 '주변인'에 머물렀던 국내사들의 존재감도 커졌다. 올해 ESMO에는 약 15곳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각사의 기술력을 담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더벨은 주목해야 할 국산 신약의 데이터를 리뷰해보고 향후 개발전략을 조명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1일 07: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지오티닙'의 미국 허가가 좌절된 후 한미약품의 항암 신약 꿈은 한 발짝 멀어진 듯했다. 비록 포지오티닙이 글로벌 신약 개발 기업으로의 도약을 이뤄내지 못했지만 한미약품에겐 또 다른 기대주가 있다. 표적항암신약 물질 '벨바라페닙'이다.

◇벨바라페닙, BRAF 변이에서 반응률 67%…암종 관계없이 효과

한미약품과 파트너사 제넨텍은 유럽종양학회(ESMO 2023)에서 벨바라페닙 1b상 임상시험에서 BRAF 변이 환자들을 따로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디벨롭멘털 테라퓨틱스(Developmental therapeutics)' 미니 구연발표 세션에 오른 이번 연구 결과는 김태원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발표했다.

임상에 참여한 총 133명의 RAS 또는 RAF 변이 환자 중에서도 BRAF 변이를 보인 23명의 환자다. 이들은 용량확장파트 군으로 분류돼 벨바라페닙 300mg과 로슈의 MEK 표적항암제 '코텔릭(성분명 코비메티닙)' 20mg을 투여받았다. 이 중 BRAF 융합, 삽입, 결실 등의 변이를 보인 A군 15명, BRAF 점 돌연변이(point mutation)를 보인 B군이 8명이었다. 흑색종이 10명으로 가장 많았고 대장암 4명, 비소세포폐암 3명 등이었다.

BRAF 변이 하위그룹에 대한 벨바라페닙+코텔릭 투여 결과.(자료: ESMO)

임상을 진행한 결과 점 돌연변이를 보인 B군에서는 반응이 전혀 없었던 반면, BRAF 퓨전, 삽입, 결실 등의 A군은 10명이 반응을 보여 66.7%의 고무적인 반응률을 확인했다. 10명 모두 암세포가 50% 이상 줄어든 임상적 부분관해(cPR)를 보였다. 3명은 20개월 이상 치료를 이어갔고, 데이터 컷오프 시점인 6월 2일 기준 4명이 치료를 계속 진행 중이었다.

A군에서는 변이 타입이나 암종에 관계없이 벨바라페닙과 코텔릭이 반응을 보였다. 반응지속기간(mDOR)은 12개월, 무진행생존기간(mPFS)은 13.7개월로 나타났다.

안전성 측면에서 가장 흔히 나타난 이상반응은 여드름성 피부염, 발진 등이었다. 전체 133명 환자 중 9%가 이상반응으로 투약을 중단했다. BRAF 변이군도 비슷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였다.

김 교수는 "벨바라페닙과 코텔릭 병용요법은 암종에 관계없이 유망한 항종양 효과와 지속적인 반응을 나타냈다"고 강조했다.

◇한미약품 기대주로 떠오른 항암 신약…느린 개발 속도는 난제

벨바라페닙은 한미약품이 2010년부터 개발을 시작한 항암 신약 물질이다. 1상 단계에서 일찍이 로슈 자회사 제넨텍에 기술수출 됐다. 총 계약 규모 1조원에 달하는 대형 딜이었다.

한미약품이 벨바라페닙에 거는 기대가 크다. 올해 초 연구센터를 방문한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 벨바라페닙의 가능성을 어필하기도 했다. 특히 포지오티닙이 미국 허가를 앞두고 좌초되면서 벨바라페닙은 한미약품의 유망주로 떠올랐다.

글로벌 항암제 강자로 꼽히는 로슈 제넨텍이 벨바라페닙을 선택했다는 것도 시장의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 됐다.

하지만 기술수출 후 7년간 벨바라페닙 개발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편이었다. 기술수출 후 지금까지 2상에 진입하지 못했다. 한미약품이 처음 개발을 시작한 2010년부터 계산하면 1상 완료까지 13년이 걸린 셈이다.

회사는 이에 대한 속시원한 설명을 내지 못했지만 개발 과정에서 벨바라페닙의 새로운 효능 발견으로 개발 전략을 재조정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한미약품은 임상 과정에서 BRAF만 표적할뿐 아니라 지금까지 아무도 타깃하지 못했던 NRAS 변이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키트루다 이후 면역항암제가 빠르게 항암제 판도를 바꾸면서 표적항암제가 우선순위에서 다소 밀렸을 가능성도 있다. 로슈 제넨텍 역시 항PD-L1 면역항암제 티쎈트릭을 내놓으며 적응증 확장을 최우선순위로 뒀다. 암종을 불문하고 면역항암제가 효과를 보이면서 이를 선점하려는 면역항암제 개발사들의 경쟁이 치열했다.

벨바라페닙 개발이 여러 이유로 지지부진한 상황 속 경쟁상황도 바뀌었다. 벨바라페닙처럼 BRAF를 타깃하는 항암신약이 등장했다.

현재 제넨텍은 NRAS에서 효능을 보인 사실을 근거로 벨바라페닙 병용요법의 새로운 1상을 진행 중이다. 벨바라페닙에 코텔릭 혹은 코텔릭과 면역항암제 '옵디보'까지 병용하는 임상이다.

아직 NRAS 변이를 타깃하는 약제가 없기에 1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으면 2상만으로 조건부 허가를 노려볼 수 있다. 해당 연구는 내년 9월쯤 완료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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