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r Match Up/하이브 vs 카카오엔터]게임 DNA 심은 하이브, CJ 맨이 이끄는 카엔⑤게임업 콘텐츠 노하우 엔터사업에 응용, 카카오는 각자대표 체제
원충희 기자공개 2023-11-07 14:27:35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2일 10:2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이브의 창업자인 방시혁 이사회 의장은 특이하게도 게임사 출신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오너의 친인척이나 엔터테인먼트 업계 종사자를 CEO로 앉히는 기존 공식을 벗어난 행보다. K-콘텐츠의 선두주자인 게임사업의 노하우를 엔터테인먼트 경영에 이식하려는 목적이다.카카오 엔터테인먼트는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 중 미디어와 뮤직사업은 CJ 출신이 CEO로 왔다.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가진 CJ의 노하우를 카카오에 이식, 웹툰·웹소설 등 스토리 지식재산(IP)와 영상·음악 콘텐츠를 총망라한 종합 엔터테인먼트를 꾸리기 위해서다.
◇하이브, 엔터 넘어 콘텐츠·플랫폼 회사 지향
올 초 SM엔터테인먼트 내 경영권 분쟁 한 가운데 있었던 이성수 전 대표는 창업자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처조카였다. 정욱 JYP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가수 비의 매니지먼트 및 사업 업무를 담당했던 인사다. 양민석 YG엔터테인먼트 사장은 대주주인 양현석의 동생이다. 이처럼 주요 엔터테인먼드 업체 대표들은 업계 종사자거나 오너의 친인척인 경우가 많다.
이와 달리 하이브는 게임사 넥슨 출신의 박지원 대표(사진)가 CEO 자리에 앉았다. 창업자 방시혁은 이사회 의장으로 후선에 있다. 하이브의 주요 경영진 면면을 보면 김태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다음과 NHN, 이인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넥슨코리아, 김주영 최고인사책임자(CHRO)는 크래프톤, 정진수 최고법무책임자(CLO)는 엔씨소프트 출신이다.
이사회 멤버 중에도 김병규 기타비상무이사는 넷마블 전무를 겸직 중이며 박영호 사외이사는 조이시티에 직을 두고 있다. 함윤식 사외이사는 법조인 출신이나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에도 발을 걸치고 있다. 이사회와 경영진 상당수가 게임 및 플랫폼 업계를 거친 인물이다.
이는 하이브의 플랫폼과 콘텐츠 사업자로서의 지향성을 드러내는 단면이다. 실제로 위버스를 통해 팬과 스타가 라이브 방송으로 소통하고 굿즈, 티켓 등을 구매하는 유료 팬 커뮤니티 플랫폼을 도입했다. 아울러 자회사 하이브IM을 설립해 게임사업에도 진출했다.
K-콘텐츠의 대표주자이자 산업화가 가장 많이 진행된 분야인 게임업의 노하우를 엔터테인먼트에 이식하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2021년 전체 콘텐츠 수출에서 게임 비중은 69.48%에 이른다. BTS의 군 입대 등 아티스트 신상변화에 따라 매출 등락 및 기업가치 변화가 이뤄지기 쉬운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하이브는 플랫폼과 지속 가능한 콘텐츠 사업을 지향하고 있다.
◇카엔, CJ 출신들 대거 영입…미디어·엔터 선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웹툰·웹소설 등 스토리 콘텐츠를 담당하던 카카오페이지와 음악·영상 콘텐츠 사업을 하는 카카오M의 합병된 회사다. CJ 출신인 김성수 대표와 카카오페이지의 전신인 포도트리의 설립자인 이진수 대표가 각자대표 체제로 있다.
김 대표는 제일기획 영업국에서 시작해 투니버스 방송사업국장과 온미디어 방송본부장을 지낸 인물이다. OCN과 온미디어 대표에 이어 CJ ENM 대표를 맡아 '슈퍼스타K'와 '롤러코스터' 등 예능프로그램으로 케이블 방송의 위상을 높였다. 또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와 '미생',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와 '삼시세끼'를 선보이며 방송업계의 유행을 선도했다.
예능과 드라마, 영화 등 영상 콘텐츠와 미디어 사업의 거두다. 그가 2019년 카카오로 이동했을 때 그를 따라 넘어온 인사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CJ 출신, 카카오M의 전신인 옛 로엔엔터테인먼트 출신, 카카오 출신, 포도트리 시절부터 합류한 멤버 등을 다양한 구성으로 포진돼 있다.
다만 이사회 구성을 보면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눈에 띈다. 안상균 앵커에쿼티파트너스 대표와 피아오얀리 텐센트게임즈 부사장, 이브라힘 칼레드알모젤 사우디국부펀드(PIF) 북미헤드 등이 참여하고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 앵커에쿼티파터너스는 2020년 8월 합병 전 카카오M에 2100억원을, 앞서 2016년 12월에는 카카오페이지의 전신인 포드트리에 125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올해 초에는 싱가포르투자청(GIC)과 PIF가 각각 6000억원씩 1조2000억원을 태웠다. 덕분에 별다른 실탄 걱정 없이 빠른 성장과 인수합병(M&A) 전략을 구사할 수 있었다. 다만 그만큼 상장(IPO) 압박도 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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