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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 리뉴얼]특유의 강한 오너십, 득될까 독될까②오너 일가, 지주사 체제에서 신사업 발굴에 집중…실패 꼬리표 뗄까

조은아 기자공개 2023-11-08 07:37:16

[편집자주]

"나는 아직도 철기시대에 살고 있다." 장세욱 동국제강그룹 부회장은 2021년 11월 '럭스틸 10주년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이 무색하게 철강업계는 철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창이다. 포스코가 지난해 가장 먼저 무겁고 차가운 철의 이미지를 벗어던졌고 올해 동국제강그룹도 합류했다. 과거 유동성 위기에 내몰렸던 동국제강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선제적 사업재편 노력으로 재기의 발판을 다져나가고 있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한층 가볍게 신사업을 추진할 채비도 갖췄다. 더벨이 다시 출발선에 선 동국제강그룹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2일 16: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국제강은 1954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민간 철강회사다. 1968년 설립된 포스코보다도 14년이나 앞섰다. 창업주부터 2대 회장, 장세주 회장에 이르기까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철강 한 우물만 판 곳이기도 하다.

오너의 카리스마가 강한 곳으로도 꼽힌다. 장세주 회장은 일찌감치 동국제강에 입사해 인천제강소장, 기획조정실장, 경영기획실장, 영업본부장 등 거칠 수 있는 자리는 다 거쳤다. 1978년 사원으로 입사해 2001년 대표이사 회장에 오르기까지 무려 23년이나 걸렸다. 자연스럽게 '동국제강을 나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다'는 인식이 자리잡았고 이는 득이 되기도, 실이 되기도 했다.

◇빠른 성장, 그만큼 속전속결로 이뤄진 구조조정

동국제강이 2000년대 들어 급격하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장세주 회장을 빼놓고 얘기할 순 없다. 2001년 9월 그가 취임한 뒤 동국제강은 가파르게 성장했다.

2001년 2조9000억원대였던 매출은 2005년 5조원을 돌파했고 2008년 8조원도 넘겼다. 취임 7년 만에 매출 앞자릿수가 8로 바뀌며 3배 가까이 성장했다. 같은 기간 자산규모도 크게 늘었으며 그룹 비전이 선포됐고 CI(기업이미지 통합)가 교체됐다.

장세주 회장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대부분 비슷하다. 공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뚝심이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강한 회사를 강조했던 부친의 영향과 가풍, 험지를 오갔던 긴 경영수업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다. 브라질 CSP제철소를 짓기 전 당시 브라질 대통령과 만나 "실력은 있으니 인프라를 깔아달라"며 담판을 지은 건 유명한 일화다.

오너 특유의 카리스마가 강점으로 발휘된 건 장세주 회장이 공백으로 자리를 비운 시기에도 마찬가지였다. 동국제강은 2010년대 들어 전방산업인 조선업에 위기가 찾아오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다. 결국 2014년 사업 구조조정을 결정했다. 형 대신 동생이 지휘봉을 잡았다. 돈이 될 만한 건 다 팔아치우면서 무더기 자산 매각이 이뤄졌다. 본사인 페럼타워, DK유아이엘, 국제종합기계 등을 미련없이 처분했다. 유니온스틸과 합병한 것도 이때다. 오너의 빠른 결단 덕분이었다.


◇'독'이 된 '뚝심'

물론 오너의 카리스마가 동국제강에 득만 됐던 건 아니다. 동국제강에 따라붙는 꼬리표 가운데 하나는 바로 'M&A 실패'인데 그 배경으로 오너십을 꼽는 시선도 많다.

철강업 한 우물만 파온 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동국제강은 다양한 방식으로 신사업 발굴을 추진해왔다. 2005년 IT산업 진출을 위해 휴대폰 부품업체인 DK유아이엘(당시 유일전자)을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동국제강은 IT를 철강, 물류와 함께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당시에도 업계 안팎에선 의아한 시선이 쏟아졌다. IT 사업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전무했던 데다 철강업과의 시너지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우려는 현실이 됐고 동국제강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DK유아이엘을 처분했다.

쌍용건설도 비슷한 수순을 밟을 뻔했다. 우선협상대상자까지 선정됐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로 중도 포기했다. 당시 동국제강은 쌍용건설 주가에 50%가량의 프리미엄을 얹는 파격적인 인수가를 제시하며 열의를 보였다. 이때 역시 업계에선 자금력과 시너지 부족 등을 이유로 들며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철강재를 공급하는 걸 제외하면 동국제강이 할 수 있는 역할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두 차례의 M&A 실패가 시사하는 건 일맥상통한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일전자는 물론 쌍용건설 인수를 놓고 외부에서 그렇게 많은 말이 나왔는데 내부에서라고 왜 이런 의견이 없었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보유 지분 전량을 팔아야 했던 브라질 CSP제철소 역시 마찬가지다. 철강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브라질 CSP제철소는 사실 사업적이나 재무적으로 큰 이득이 있어 강하게 추진했다기보다는 말그대로 오너 일가의 숙원이었기 때문에 강하게 밀어붙인 측면이 컸다"고 말했다.


◇흐려진 전문경영인 존재감, 지주사 체제에선 달라질까.

지금 동국제강엔 존재감이 큰 전문경영인이 없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장세주 회장 이전까지만 해도 오너와 '바늘과 실'로 불리던 전문경영인들이 있었다. 실제 장세주 회장이 취임하기 전 동국제강은 전문경영인이 회장에 오르는 등 전문경영인 체제였던 적이 잠시나마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런 사고로 그가 세상을 떠나면서 장 회장이 예상보다 빨리 자리를 물려받았다. 비슷한 시기 장세욱 부회장이 사내에서 입지를 빠르게 다지면서 형제가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전문경영인의 존재감은 점차 흐려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일장일단이 있다. 장세욱 부회장은 분할 이전 동국제강, 현재는 동국홀딩스의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회사의 대소사를 직접 들여다보고 챙긴다. 주주총회 때 의장으로 나서며 영업보고 역시 소홀히 하지 않는다. 2주가 넘는 기간에 걸쳐 20장이 넘는 프레젠테이션을 항상 직접 만들고 30분~1시간을 들여 발표한다.

오너가 회사에 열정을 보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그만큼 '독단'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답은 없지만 보통 규모가 큰 기업에선 오너와 베테랑 전문경영인이 '파트너십'을 이루는 형태가 가장 일반적으로 여겨진다.

동국제강은 올해 지주사 체제로 출범하면서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뉘었다. 사업회사에는 오너들이 이사로 참여하지 않는다. 지주회사인 동국홀딩스를 통해 관리는 하지만 이전처럼 경영에 깊게 관여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연스럽게 오너들의 관심은 동국홀딩스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국홀딩스 이사진은 장세주 회장과 장세욱 부회장, 곽진수 전무 그리고 사외이사 1명을 더해 단 4명뿐이다.

기존 동국제강 이사회는 전체 이사진 7명 가운데 사외이사가 5명으로 이사회 문턱이 다소 높았다. 그러나 이번엔 사실상 오너의 뜻이라면 문턱이 없어진 것과 마찬가지가 됐다. 동국홀딩스의 주요 설립 목적은 신성장동력 발굴이다. 이번에도 신사업 발굴이 오너 일가의 손에 전적으로 달려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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