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계열 VC 톺아보기]김광수가 싹틔운 NH벤처, 이석준 체제서 본격 성장하나①2019년 11월 설립, 호황기 불구 성장 둔화…구원투수 김현진 대표 영입 '승부수'
이효범 기자공개 2023-11-08 08:04:16
[편집자주]
2017년까지만 해도 은행 계열 벤처캐피탈(VC)은 KB인베스트먼트 한 곳에 불과했다. 2018년부터 금융지주사가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VC를 신규로 설립하거나 M&A에 나섰다. 올해 우리금융지주가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하면서 주요 금융지주사는 모두 VC를 계열사로 거느리게 됐다. 금융지주 산하 VC는 은행이라는 강력한 계열사의 지원을 등에 업고 빠른 속도로 AUM을 키워나가며 업계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더벨은 약진하고 있는 은행 계열 VC의 성장 전략과 차별화 포인트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6일 14: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5대 금융 계열 벤처캐피탈(VC) 가운데 가장 존재감이 작은 NH벤처투자가 도약할 수 있을까. NH벤처투자는 김광수 전 NH농협금융그룹 회장 체제 아래 벤처투자와 접점을 모색해 중장기적으로 농협과 벤처의 동반성장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설립된 계열사다. 그룹사들의 든든한 지원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시장에 안착할 것으로 기대를 받았다.예상보다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김 전 회장 체제에 이은 손병환 전 회장 체제 아래에서도 큰폭의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해 전략적투자(SI) 펀드를 결성하면서 AUM을 키워 체면치레를 했지만 여전히 다른 금융지주 계열 VC의 성장세와 비교하면 속도가 더디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이석준 회장이 취임한 이후 새판짜기에 돌입했다. NH벤처투자에서 구원투수로 영입한 인물이 김현진 대표다. 김 대표는 NH벤처투자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NH농협금융그룹의 든든한 지원을 기반으로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지주 벤처투자 경쟁 속 설립, 농협 벤처 생태계 조성 임무
NH벤처투자는 2019년 11월 설립됐다. 앞서 2018년 3월 취임한 김 전 회장은 2019년 들어 계열 VC 설립을 위한 TFT(태스크포스팀)를 구축해 1년 여만에 NH벤처투자를 설립했다. 당시 금융지주 계열사들은 VC 계열사를 설립 혹은 인수해 모험자본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였다.
하나금융그룹은 2018년 하나벤처스를 설립하고 신기술사업금융사로 출발했다. NH벤처투자가 설립된 이듬해인 2020년 신한금융그룹도 네오플럭스(현 신한벤처투자)를 인수했다. KB금융그룹이 KB인베스트먼트 성장 지원을 본격화한 시기이기도 했다. 비교적 최근에 다올인베스트먼트(현 우리벤처파트너스)를 인수한 우리금융그룹도 오랜기간 VC를 인수하기 위해 물밑작업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2019년말 국내에서 운영 중인 벤처조합 규모는 총 27조3989억원이었다. 매년 꾸준히 늘어나 2022년말 기준 51조6176억원으로 증가했다. 2010년대 들어 꾸준히 성장해온 벤처캐피탈 시장이 한층 더 가파른 속도로 규모를 키운 시기다.
NH벤처투자 관계자는 "2019년 당시 VC가 급증하는 추세였고, 신한·하나 등 금융그룹 VC 설립 및 인수 준비 등 벤처투자회사 설립 붐의 대외적 환경 요인이 존재했다"며 "당시 정부의 정책방향이 대규모 모험자본을 육성하고, 민간자본 모집경로를 확대하는 등 VC산업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NH농협금융그룹은 NH벤처투자를 설립하기에 앞서 NH농협은행, NH투자증권, NH농협캐피탈 등 3개 자회사를 통해 산발적으로 벤처투자를 실시해왔다. 커지는 벤처투자 시장 속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효율성을 강화하고 농협의 정체성을 반영한 시너지를 극대화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룹 내부 벤처투자 역량을 집결하기 위해 제시된 방안이 VC 계열사 설립이었다.
핵심은 VC 계열사의 투자활동을 통해 차세대 성장 산업과 농협금융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있다. 또 NH농협금융의 근간인 농민과 농업의 진화를 위해 핵심기술 경쟁력을 갖춘 농산업 벤처와 스타트업 발굴하고 투자하는 것도 VC 계열사를 설립한 배경이다.
◇300억 출자해 자체 설립, 신기사로 가파른 성장 기대
NH농협금융지주는 2012년 3월 농협중앙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신용부문과 경제부문 분리에 따라 설립됐다.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총 9곳의 주요 계열사를 두고 있다. 특히 금융지주 체제 이후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우리투자증권, 우리저축은행, 우리아비바생명) 딜(deal)로 인수한게 최대규모 M&A(인수합병)이었다. 임종룡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시절 비은행이익을 키우기 위해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추진한 딜이었다.
당시 인수를 제외하면 계열사들을 분사하거나 신규로 설립하는 사례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NH농협리츠운용은 NH농협금융지주가 직접 자본을 출자해 만든 자회사다. NH헤지자산운용도 모기업인 NH투자증권로부터 헤지펀드운용본부를 분사해 설립됐다. NH농협금융지주가 설립되기 전에 만들어진 NH-아문디자산운용(옛 농협CA투자신탁운용)도 농협중앙회가 직접 출자해 설립했고 프랑스의 협동조합인 크레디 아그리콜(Credit Agricole)도 2대주주로 참여하는 합작법인으로 출범했다.
우리투자증권 패키지딜을 제외하면 NH농협금융지주는 주로 계열사를 신규로 설립하거나 분사하는 데 방점을 찍었던 셈이다. NH농협은행, NH농협생명보험, NH농협손해보험은 모두 농협중앙회로부터 물적분할돼 설립됐다.
NH벤처투자 역시 NH농협금융지주가 300억원을 직접 출자하는 100% 자회사 형태로 설립됐다. 특히 창업투자회사가 아닌 신기술사업금융회사 라이선스를 선택했다. 신기사가 상대적으로 투자가능 범위가 넓다는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신기사는 신기술사업투자조합, 벤처투자조합 등 두 가지 펀드 비히클을 모두 운용할 수 있다.
여전법에 따라 명시적으로 규정된 부분이 적기 때문에 투자 범위가 상대적으로 넓다. 창투사는 설립일로부터 7년 이내의 기업에만 투자할 수 있고 해외 투자에 제한이 있는 반면, 신기사는 관련 제한이 없다. 또 신기술사업기업, 코넥스기업, 스타트업에 대해 직접 투자, 펀드를 통한 투자 모두 가능하다. 그만큼 넓은 범위에 투자를 실시해 빠른 속도의 성장을 기대했다는 점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김광수·손병환 체제 아래 기대 이하 성적표…이석준 체제 속 도약 조짐
김 전 회장 시절 설립된 NH벤처투자는 손 전 회장 시대를 거쳐 현재 이 회장 시대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벤처투자 호황기라고 할 수 있는 김 전 회장과 손 전 회장 시절 기대만큼 빠른 속도의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예컨데 NH벤처투자와 비교해 1년 먼저 신기사로 설립된 하나벤처스는 이미 운용자산(AUM) 1조원을 넘볼 정도로 활발한 펀딩과 투자활동을 해왔다. NH벤처투자의 현재 AUM은 2000억 중반대에 그치고 있다. NH농협금융 계열사들도 AUM의 상당부분을 채워준 LP 역할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NH벤처투자의 초대 대표이사는 CJ인베스트먼트 CIO(최고투자책임자) 출신이었던 강성빈 전 대표다. 1970년생인 그는 취임 당시 농협금융 계열사 수장 중 가장 젊은 인사였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장기신용은행을 시작으로 삼성증권을 거쳐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이에스인베스터에서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경력을 쌓았다.
NH벤처투자의 사실상 영업 첫 해인 2020년 총 3개 펀드를 결성하면서 AUM 1000억원을 돌파했다. 농식품벤처투자조합을 비롯해 아주IB투자와 공동운용하는 펀드 등 총 3개 펀드를 조성했다. 이듬해인 2021년 2개 펀드를 신규로 결성했지만 AUM 규모는 1500억원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총 4개 펀드를 신규로 결성하면서 AUM을 26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전략적투자(SI) 펀드인 엔에이치디지털얼라이언스펀드를 1000억원 규모로 결성한게 주효했다. NH농협금융 계열사들이 NH벤처투자에 출자한 규모는 AUM의 절반 수준이다. SI펀드를 제외하면 나머지 펀드에 출자한 비중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취임한 이후 NH벤처투자도 변화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올들어 대표를 교체하고 새판짜기에 돌입했다. 코오롱인베스트먼트 출신 김현진 대표를 영입한게 시작이었다. 김 대표는 연세대 세라믹공학 학사와 KAIST 무기재료공학 석사를 마쳤다. 또 연세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삼성SDI를 거쳐 무한투자, 인터베스트, SBI인베스트먼트, 코오롱인베스트먼트 등 벤처캐피탈에서 오랜기간 경력을 쌓았다.
NH벤처투자는 최근 한국성장금융의 기술혁신전문펀드(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되면서 1000억원 규모의 펀드 결성을 추진 중이다. 예정대로 결성을 완료할 경우 김 대표 취임 이후 첫 펀드를 결성하는 신호탄을 쏘는 셈이다. 이를 기반으로 내년부터 추가적인 펀드 결성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노랑통닭 운영' 노랑푸드 매각 착수, 삼정KPMG 맞손
- [달바글로벌은 지금]유가증권시장 향하는 뷰티기업, 에이피알 '판박이' 전략
- 삼성·키움까지…증권사 VC 협회 릴레이 가입 '왜'
- 코스포, 일본 진출 조력자로…현지 답사 첫 진행
- [VC 투자기업]씨너지, 132억 프리A 브릿지 투자 유치
- [아이지넷, Road to IPO]'보험+핀테크' 결합…인슈어테크 1호 상장 노린다
- [VC 투자기업]빅오션이엔엠, 뮤지컬 제작사 T2N미디어 인수
- 한화생명, 대규모 후순위채 발행…HUG 금리 여파 '촉각'
- HS효성첨단소재, 3년만에 '공모채' 노크…차입만기 늘린다
- [IB 풍향계]위기설 '해프닝' 롯데, 조달 전선 영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