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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계열 VC 톺아보기]KB 벤치마킹? NH금융, 벤처투자 의지 드러냈다②신임대표 선임 후 수백억 자본 투입 '닮은꼴'…NH벤처, 오픈이노베이션 선봉장 중책

이효범 기자공개 2023-11-09 08:51:51

[편집자주]

2017년까지만 해도 은행 계열 벤처캐피탈(VC)은 KB인베스트먼트 한 곳에 불과했다. 2018년부터 금융지주사가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VC를 신규로 설립하거나 M&A에 나섰다. 올해 우리금융지주가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하면서 주요 금융지주사는 모두 VC를 계열사로 거느리게 됐다. 금융지주 산하 VC는 은행이라는 강력한 계열사의 지원을 등에 업고 빠른 속도로 AUM을 키워나가며 업계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더벨은 약진하고 있는 은행 계열 VC의 성장 전략과 차별화 포인트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7일 13: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인베스트먼트는 국내 은행 계열 벤처캐피탈(VC)의 성공 모델로 꼽힌다. 금융지주의 전방위 지원사격과 함께 VC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김종필 대표의 성장 전략에 힘입어 국내에서 손꼽히는 VC로 거듭났다. 금융지주의 든든한 지원과 VC 계열사 수장의 역량이 조화를 이루면서 가파른 성장궤도에 올랐다.

NH벤처투자도 이같은 성공 방정식을 따라갈까. 최근 NH농협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모습은 KB인베스트먼트의 성장 모습과 닮아 있다. 올해 김현진 대표 취임 이후 금융지주의 자본 수혈로 VC 경쟁력을 키우는 기반을 마련했다.

NH벤처투자는 연내 자본확충으로 유입되는 현금을 펀드 결성에 필요한 GP커밋(운용사 출자금)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그만큼 향후 펀드를 결성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다. 뿐만 아니라 설립 이후 첫 유상증자를 실시했다는 점에서 NH농협금융지주 역시 벤처 캐피탈 계열사 외형 확장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도 해석된다.

◇300억 유증 통해 AUM 확대 기반 마련, 자기자본 500억 상회

NH벤처투자는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300억원 규모의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주주배정 대상인 NH농협금융지주는 NH벤처투자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NH벤처투자 설립 이후 유상증자를 추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광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손병환 전 회장 시절에도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한 적은 없었다.

VC에게 자기자본 확충은 곧 경쟁력 강화다. GP 커밋(운용사 출자금)을 확보한 만큼 펀드를 결성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진 것이기 때문이다. 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통상 펀드를 만들 경우 GP는 결성액의 10% 안팎을 GP커밋으로 출자한다. 예컨데 1000억원 펀드를 결성할 경우 GP가 태우는 출자금이 약 100억원이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NH벤처투자의 자기자본은 249억원이다. 설립 초기 자기자본은 300억원이었으나 순손실이 쌓이면서 자기자본이 축소됐다. 단순 계산으로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하는 자본을 포함하면 연말께 자기자본은 500억원 중반대에 형성될 것으로 추산된다. 운용자산(AUM)을 5000억원 이상으로 키울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AUM은 2611억원이다.

NH벤처투자의 자기자본은 5대 금융 계열 VC 가운데 가장 작은 규모다. 자기자본이 가장 큰 곳인 우리벤처파트너스(2975억원) 뒤를 이어 KB인베스트먼트(2859억원), 하나벤처스(1102억원), 신한벤처투자(793억원), NH벤처투자 순이다.


자기자본 순위가 AUM 순위와 꼭 비례하지는 않는다. 대표적으로 우리벤처파트너스의 자기자본이 가장 컸지만 AUM은 3위에 그쳤다. 특히 자기자본이 793억원에 불과한 신한벤처투자의 AUM도 밑돌았다. 하나벤처스의 자기자본도 1102억원에 달했지만 신한벤처투자의 AUM을 한참 밑돌았다. 물론 자기자본 확충과 AUM 증가 사이에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이 이같은 결과를 낳은 이유 중 하나로 풀이된다. 또 신한벤처투자는 신한캐피탈이 운용하던 펀드를 이관 받으면서 AUM을 큰폭으로 늘리기도 했다.

다만 NH벤처투자의 자기자본 확충은 KB인베스트먼트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직전 단계와 닮아 있다. 2017년말 KB인베스트먼트는 AUM 6770억원 규모의 창업투자사였다. 업계에서 AUM 순위는 10위에 그쳤다. 그해 영업손실만 40억원에 달했다.

2018년 김종필 대표이사가 선임됐고 이듬해인 2019년 KB인베스트먼트는 KB금융지주를 대상으로 5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그 결과 별도기준 자기자본은 2018년말 1368억원에서 2019년말 1865억원으로 증가했다. 이후 AUM도 급속도로 늘어났다. 2018년말 6618억원에서 2019년말 1조445억원으로 증가했다. 이후에도 매년 2000억~3000억원 규모로 VC AUM을 키워 올해 상반기말 2조원을 넘겼다.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 "외부 생태계 협업 강조"…NH벤처 오픈이노베이션 촉진

NH벤처투자도 올해 초 선임된 김현진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분위기를 쇄신하고 본격적으로 성장세에 돌입할 채비를 하고 있다. NH농협금융그룹의 계열사로서 비전과 미션을 재정립하고 운용조직의 전열도 가다듬었다. 특히 투자 유치를 위해 그룹 계열사들에 NH벤처투자의 향후 펀드 운용 계획과 전략 등을 설명하는데 주력해왔다.

NH농협금융지주가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투입한 것도 NH벤처투자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특히 올해 초 새로 취임한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의중도 녹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1959년 부산 출생이다. 부산 동아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에서 학사, 매사추세츠공과대학 경영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다. 1983년 제26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뒤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기획재정부 제2차관, 국무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과 거리가 먼 인사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는 올해 초 취임사를 통해 개방형 사업모델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혁신 의지를 내비쳤다. 이 회장은 "우리가 지향하는 생태계가 디지털이든 아날로그든 상관하지 않는다"며 "여건만 허락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과감하게 외부 생태계와 협업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새로운 생각과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개인·스타트업·중소기업 등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이노베이션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같은 관점에서 보면 NH농협금융그룹의 오픈이노베이션을 강화하기 위해 NH벤처투자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지는 셈이다. 유망한 스타트업이 NH벤처투자를 찾게 만들기 위해서는 VC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NH벤처투자 관계자는 "농협금융그룹의 벤처투자 특화 계열사로서 '이노베이션 컨버전스 디자이너(Innovative Convergence Designer)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을 내년 사업 목표로 삼고 있다"며 "농협금융그룹의 미래 신성장 분야 선점을 통해 범농협의 오픈이노베이션을 촉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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