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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기술분쟁 한중전]'16년 악연' LG전자-TCL, 3차례 법적다툼②TV·통신 기술 무단 탈취…LG디스플레이-CSOT 대리전 가능성

김도현 기자공개 2023-11-13 10:24:11

[편집자주]

TV, 스마트폰 등 핵심 부품인 디스플레이는 대한민국 대표 수출품 중 하나였다. 하지만 2021년 정부의 비호 아래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던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다. 2004년부터 선두 자리를 지켜왔던 한국으로서는 큰 충격이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중국이 직·간접적으로 우리 기술과 인력을 탈취한 부분이다. 단순히 베끼는 데 그치지 않고 공정 노하우와 설계도면 등이 그대로 유출되고 있다. 중국의 파상공세에 대처하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대응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8일 15: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전자와 중국 TCL는 오랜 갈등을 겪었다. 후발주자 TCL이 선도업체 LG전자의 디스플레이 기반 기기 특허를 침해하면서 3번의 소송전이 벌어졌다. LG전자가 3연승으로 기술 방어에 성공했으나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

그동안 중저가 라인업을 내세운 TCL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등 프리미엄 제품 출시를 본격화하면서 또 다른 전쟁이 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TCL 홈페이지 갈무리

◇2000년대 시작된 싸움의 불씨

두 회사는 지난 2007년 처음 맞붙었다. 당시 LG전자는 미국 법원에 TCL을 대상으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1차전은 합의로 종결됐다.

2차전은 2019년 열렸다. 그해 11월 LG전자는 독일 만하임 지방법원에 TCL 상대로 '롱텀에볼루션(LTE) 표준특허' 침해 금지 소송을 걸었다. TCL이 판매한 피처폰과 스마트폰에 적용한 일부 기술이 LG전자의 특허를 무단 도용했다는 것이 골자다. 표준특허는 관련 제품에서 특정 기능 구현을 위해 무조건 사용할 수밖에 없는 필수 특허를 일컫는다.

약 2년 동안 이어진 소송은 LG전자의 승리로 끝나게 된다. 이에 LG전자는 TCL이 독일 등에서 휴대전화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했다.

같은 해 LG전자는 또 다른 중국 회사 하이센스를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 TV 관련 특허침해금지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청구하기도 했다. 사용 인터페이스 개선, 무선랜(WiFi) 기반 데이터 전송 속도 상승 등에 대한 기술이 이슈가 됐다. 결국 양사가 합의에 이르면서 LG전자의 판정승으로 마무리됐다.

지난해는 3차전이 펼쳐졌다. LG전자가 2022년 4월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TCL이 자사의 TV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당시 LG전자는 "TCL이 미국에서 판매 중인 TV 대부분인 LG전자의 표준특허를 침해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홍콩에 위치한 TCL홀딩스와 TCL 중국·베트남 법인 등도 포함됐다.

이전과 달리 TCL도 가만있지 않았다. LG전자의 특허 6건에 대해 작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미국 특허심판원에 특허무효심판을 신청하면서 정면승부 의지를 내비쳤다. TCL이 LG전자, 하이센스 등과 TV 시장 2위권을 형성할 정도로 몸집이 커진 데 따른 자신감 표출이었다.

▲외부기기 리스트 제공방법 ▲TV의 오디오 출력 동기화 장치 ▲평면 조명 장치 ▲무선랜 시스템 채널 접속방법 등이 분란의 요소였다. 이중 2건은 기각됐고 2건은 무효심판이 진행되기도 했다.

대립의 평행선을 달리던 양사는 최근 모든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 업계에 따르면 TCL이 LG전자에 로열티를 일부 지급하는 방식으로 정리됐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사례를 비춰볼 때 앞으로도 TCL을 비롯한 중국 회사가 국내 기업의 기술과 인력을 빼앗으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LG디스플레이 광저우 LCD 공장

◇LG디스플레이까지 휘말리나

TCL은 지난해 2378만대의 TV를 판매하면서 출하량 기준으로 점유율 2위(약 11.7%)를 기록했다. 금액 기준으로 OLED TV 선두인 LG전자가 앞서나 대수에서 밀린 부분도 뼈아픈 결과다.

TCL은 미니발광다이오드(LED) 및 OLED 기반 초대형 TV를 연이어 내놓으면서 고가 시장에도 발을 들였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본토인 한국에 법인을 설립하면서 영토 확장을 예고했다.

이러한 행보에는 자회사 CSOT의 존재감이 한몫했다. CSOT는 BOE와 함께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을 이끌고 있는 기업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라는 우군을 둔 것과 같은 이유로 플러스 요인이다. CSOT의 경우 액정표시장치(LCD) 위주에서 OLED로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한국 디스플레이 추격에 불씨를 당긴 상태다.

업계에서는 TCL과 CSOT 연합이 중장기적으로 국내 전자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삼성디스플레이는 BOE와 기술 유출 관련 소송에 돌입하는 등 본격적인 견제를 시작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에 LCD 및 OLED 공장을 두고 있는 만큼 중국의 타깃으로 충분하다는 평가다. 현지에서 LCD 공장 매각설을 의도적으로 흘리는 등 LG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을 호시탐탐 노린다는 소문도 들려온다. LG전자와 공조 등을 통한 기술 및 인력 보호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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