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1월 09일 08: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결국은 이름만 바꾼 뒷문 상장인가, 리스크를 최소화한 패스트 트랙 선진 기법인가.2009년 도입된 스팩(SPAC) 제도를 놓고 10년 넘게 이어진 논란이다. 오랜 기간 논란이 이어졌다는 말은 어느 한쪽으로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말과 같다. 실제 시장 상황과 케이스에 따라 모두가 맞는 말이다.
스팩의 본거지인 미국에서조차도 예외는 아니다. 유동성이 차고 넘쳐 국내를 넘어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이 수없이 양산되던 2020년, 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수소트럭 회사 '니콜라'가 스팩 합병을 통해 나스닥에 상장됐다.
공모가 22달러로 시작한 니콜라 주가는 한때 90달러를 상회하며 스팩 합병 상장의 신화로 떠올랐다. 매출 등 까다로운 나스닥 직상장 기준 대신 기술력을 담보로 한 스팩 합병 상장의 순기능도 동시에 부각된 순간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 힌덴버그리서치가 공매도 투자 사실을 공개하며 니콜라의 사기 행각이 담긴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니콜라의 주가는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현재는 1달러선에 머물며 스팩 합병 상장이 검증을 피하려는 뒷문 상장 방식으로 악용된 사례로 남았다.
올해 국내 스팩 합병 상장 규모는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달 말까지 이미 14개사가 스팩 합병 상장을 통해 증시에 입성했다.
하지만 이들의 주가는 과히 실망스럽다. 공모가 대비 수익률이 플러스인 곳은 단 두곳에 불과하다. 오히려 5곳 정도는 공모가 대비 반토막 수준까지 주가가 하락했다.
직상장과 달리 명확한 기업 가치 평가가 어렵고 탄탄한 사업 모델없이 기술 전망으로 증시에 데뷔한다는 인식에 주식시장 침체라는 직격탄까지 맞은 결과다.
결국은 뒷문 상장이란 주장이 힘을 얻게 된 상황인데 이같은 인식을 한번에 뒤집기 위해선 유동성이 넘쳐나던 코로나 시국의 증시로 돌아가는 길 밖에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주가가 다시 내려가면 부정적 인식은 고개를 들 수 밖에 없다. 결국 근본적 대책은 세밀한 기업가치 평가다.
누구나 인정할만한 기업가치 평가가 이뤄진다면 주가 변동 파고 속에서도 스팩 합병 상장 제도의 순기능은 무너지지 않을테니 말이다.
다행히 연초부터 이러한 문제를 풀기위해 금융감독원을 비롯해 업계의 자정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스팩 합병 상장 증권신고서의 심사도 강화되는 기조다.
조금은 느리고 더딘 감이 있지만 이러한 노력이 쌓이고 쌓인다면 스팩 합병 상장이 유망 기업의 상장 통로로 자리잡는 날이 오지 않을까. 스팩을 도입한지 이제 막 10여년이 지났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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