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로톡발 훈풍, 리걸테크 개화]"로앤컴퍼니 모든 프로덕트에 AI 적용하겠다"③안기순 법률AI연구소장·이상후 AI팀장 "인공지능 활용 변호사가 경쟁력 갖춘 세상 도래"
이영아 기자공개 2023-11-13 07:38:55
[편집자주]
리걸테크 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최근 법무부가 법률 플랫폼 '로톡' 가입 변호사에 대한 대한변호사협회의 징계 처분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다. VC 업계에선 리걸테크 투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환경이 조성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더벨은 리걸테크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향후성장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9일 14: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로톡·빅케이스 등 모든 프로덕트에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적용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신규 프로덕트 슈퍼로이어(가칭) 개발도 이러한 계획의 연장선이다 . AI 서비스 개발은 무조건 해야 하는 영역이다. 앞으로 법률 업무에 AI 사용하지 않는 선택지는 없을 것이다."안기순 로앤컴퍼니 법률AI연구소장(이사)·이상후 AI팀장은 최근 더벨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로앤컴퍼니는 법률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로 AI를 낙점, 일찍부터 연구개발에 나섰다. 공급자(변호사)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서비스를 선보여 법률시장 규모를 키우고, 플랫폼 유입을 극대화하는 '윈윈'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
◇법률 엔지니어 브레인 집결, AI 연구 확대
로앤컴퍼니가 본격 AI 연구에 나서게 된 것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로앤컴퍼니는 법률AI연구소를 설립했는데, 전문성이 중요한 시장의 특성상 업에 관한 이해도가 높은 엔지니어가 필요했다. 안 이사는 최적의 인사였다. 변호사 자격을 지닌 엔지니어는 전세계에서 손가락 안에 꼽히기 때문이다. 두 번 창업해 두 차례 모두 엑시트에 성공한 경험도 있었다. 태평양 변호사로 일하며 로앤비를 창업했고, 수년 뒤 톰슨로이터에 매각했다. 이후 AI 기업 텍스트팩토리를 세웠는데 이를 로앤컴퍼니가 인수하면서 사내이사로 합류하게 됐다.
이상후 팀장도 마찬가지다.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연세대 로스쿨을 거쳐 법무법인 광장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특히 광장에서 첨담기술·미디어·통신(TMT) 분야 전문가로 활약했다. 이 팀장은 2013년 로스쿨 재직시절 로앤컴퍼니 1호 개발자로 일하며 로톡 프로토타입 개발을 주도했다. 로스쿨 졸업 후 검사 임관하면서 회사를 떠났다. 그러다 8년 뒤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의 삼고초려로 다시 회사에 합류했다. 빅케이스 서비스를 구상하던 단계였는데, 법률 데이터를 잘 다룰 수 있는 엔지니어가 필요했던 까닭이다.
로앤컴퍼니 합류 이후 두 사람은 AI가 법률시장에서 파괴적 혁신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연구에 집중해 왔다. 안 이사는 "당장의 수익성보다도 시장 파괴적인 기술이 될 것이기 때문에 투자한 것"이라며 "AI는 변호사가 일하는 방식을 많이 바꿔놓을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AI를 활용하는 변호사가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법률AI연구소는 5명의 정예 인력으로 운영 중이다. 로앤컴퍼니가 밸류업 전략으로 AI를 꺼내든 만큼 연구개발을 위한 투자가 계속 이뤄질 전망이다. 안 이사는 "연구가 지속 확대될 것을 염두하고 미리 AI팀을 만들었다"면서 "모델링, 데이터파이프라인 구축, 개발도구(MLOps) 조직이 필요하기 때문에 조직·인력 확대가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술적 성과 축적해 서비스 개발에 적용
로앤컴퍼니는 로톡· 빅케이스 등 모든 프로덕트에 AI 접목 계획을 수립했다. 이는 법률AI연구소가 일궈온 기술적 성과가 바탕이 된다. 자연어 알고리즘과 법률 사전학습 언어 모델 '코로버트'(KorLawBert)가 대표적 사례다. 판례 데이터베이스(DB)에 AI를 활용한 자연어 처리 기능을 탑재, 어려운 법률 용어가 아니라 일상 언어로도 판례를 검색할 수 있다.
법률AI연구소에서 자체 개발한 코로버트는 법률 정보 플랫폼 빅케이스에 적용됐다. 안 이사는 "코로버트를 통해 '면접교섭권' '미필적 고의' 등 전문법률용어와 길고 복잡한 문장, '선의' '악의' 등의 일반적인 의미와 다른 뜻으로 사용되는 단어, '아니할 수 없다'와 같은 이중부정, 약어 사용 등을 고려해 검색 결과를 노출한다"고 강조했다.
빅케이스는 AI 요점보기, AI 유사판례 검색, 서면으로 검색, 쟁점별 검색 등 다양한 판례의 핵심 내용을 쉽고 빠르게 제공한다. 이 팀장은 "지난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선고된 1심 형사 판결문 중 40만건을 확보, AI에 학습시켜 국내 최초로 형량 예측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며 "평균 5개 내외의 질문에 답하기만 하면 AI가 가장 비슷한 유형의 사건을 찾아 실제 재판 결과를 바탕으로 유력한 형량 예측값과 형량 통계 정보를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빅케이스GPT 개발 또한 고무적인 성과로 꼽힌다. 빅케이스GPT에 판례뿐 아니라 빅케이스가 보유한 법령 14만5000건, 결정례 7000건, 유권해석 7000건 등 총 16만건의 법률정보도 추가로 학습시켰다. 안 이사는 "빅케이스GPT는 가장 많은 법률 데이터를 모았고, 생성형 AI의 최대 한계점으로 꼽히고 있는 할루시네이션(정보 왜곡)을 통제해 데이터의 신뢰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라며 "가짜 판례나 법령을 제시하지 않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했다.
◇로톡·빅케이스에 AI 접목해 밸류업 도전
내년은 빅케이스의 티핑 포인트(급격한 변화점)가 될 전망이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기능 고도화가 예정돼 있다. 안 이사는 "빅케이스GPT를 활용해 변호사 업무를 보조할 AI 법률 비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며 "빅케이스GPT는 대한민국 변호사시험 객관식 문제에서 53.3%의 정답률을 달성한 바 있으며, 오픈AI의 GPT-4(34%)보다 높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빅케이스GPT를 이용해 내년 상반기 '챗봇 슈퍼로이어(가칭)'라는 AI 기반 B2B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서비스를 신규 출시할 계획이다. 기존 서비스 고도화도 이뤄질 전망이다. 이 팀장은 "빅케이스에 AI 통한 생성요약 기능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세분화된 분류를 추가하고, 필터 통해 원하는 판례에 접근하는 기능 구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한 플랫폼 로톡에도 AI를 접목해 편의성을 높인다. 안 이사는 "로톡은 변호사 상담을 지원하는 솔루션을 출시할 것"이라며 "생성형 AI가 의뢰인의 상담 내역을 요약해주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후에는 'AI 스캔', 상담 답변 초안을 작성해주는 기능 개발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AI가 법률시장의 소비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이사는 "변호사 업무 효율이 올라가면 더 많은 사건을 수임하고 소득을 올릴 수 있다"면서 "법률 소비자의 접근성 또한 낮아질 것으로, 법률적 조력이 필요했음에도 시장에 진입하지 못했던 소비자들을 유입하는 효과가 있어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팀장은 "법률 시장의 양적·질적 팽창이 이뤄질 것"이라며 "변호사가 고부가가치의 업무를 효율적이고 수익성 높게 수행하도록 역할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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