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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기술분쟁 한중전]"삼성·LG, 중국 거대 위협 지금 아니면 못 막아"③고승진 특허법인 다나 대표 인터뷰

김도현 기자공개 2023-11-14 13:10:02

[편집자주]

TV, 스마트폰 등 핵심 부품인 디스플레이는 대한민국 대표 수출품 중 하나였다. 하지만 2021년 정부의 비호 아래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던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다. 2004년부터 선두 자리를 지켜왔던 한국으로서는 큰 충격이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중국이 직·간접적으로 우리 기술과 인력을 탈취한 부분이다. 단순히 베끼는 데 그치지 않고 공정 노하우와 설계도면 등이 그대로 유출되고 있다. 중국의 파상공세에 대처하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대응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0일 10: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쟁 심화로 기술 및 인력 유출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보안의식 제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배경이다.

실제로 일본에 이어 최대 경쟁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막대한 투자와 적극적인 기술 흡수 시도로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잠식한 데 이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한국을 추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정부가 지난해 말 디스플레이를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하면서 국내 생태계 보호에 나섰으나 중국 공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전문가들은 해당 기업의 공격적인 대응과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 심사관 피인용 특허 최다…"적극 활용해야"

고승진 특허법인 다나 대표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우리나라의 첨단 기술 방어 차원에서 올해 9월 한국지식재산보호원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당시 개최된 세미나에서 특허법인 다나 대표인 고승진 변리사는 지식재산권 보호 전략 수립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특허청 심사관, 산업통상자원부 과장,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실 행정관 등을 역임한 '특허 전문가'로 꼽힌다.

고 변리사는 지난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더벨과 만나 "중국에서 디스플레이 관련 특허 등록이 막 높아지는 시기"라면서 "그동안 공급망 관계 등으로 인해 공격적인 대응이 부족했는데 이럴 때 소송 등 적극적인 움직임이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사관 피인용 특허'에 주목했다. 이는 심사단계에서 심사관이 레퍼런스로 인용해 후행 특허를 거절하는 데 활용한 특허를 일컫는다. 해당 특허를 많이 보유할수록 높은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판단돼 관련 소송에 유리한 지위를 가져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 변리사는 "OLED로 한정하면 BOE가 삼성디스플레이 특허로 311건의 거절을 당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노하우가 풍부하다는 점 이면에는 BOE의 기술탈취 시 활발하다는 뜻이 내포된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한국 기업은 OLED 등 디스플레이 기술 및 특허를 대거 확보했음에도 피고/원고 비율이 약 341%(원고 88건·피고 300건)로 소송 약자 처지다. LCD, 터치패널 등 분야에서 우후죽순으로 공격을 받은 탓이다.

고 변리사는 "과거에 일본이 피인용 특허를 많이 가지고 있었으나 어느 순간 한국, 중국 등에 기술 우위를 내주면서 쌍방으로 소송을 했다. 결과적으로 일본 디스플레이는 무너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과거 사례를 비춰볼 때 중국의 성장이 가속화된 현시점에서 한국이 역공당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이에 고 변리사는 삼성·LG 등이 힘을 합쳐 BOE, CSOT 등의 특허 확장을 제어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을 배제하고) 자국과 동맹국 중심으로 첨단산업 공급망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중국을 견제할 좋은 기회"라며 "우리가 가진 피인용 특허를 최대한 활용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삼성디스플레이는 4만8000개, 삼성전자는 4만개, LG디스플레이는 3만5000개 수준의 심사관 피인용수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 1위, 2위, 4위 수준이다. 한국 기업이 소송 주도국으로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뜻이다.

9월19일 진행된 디스플레이 업계 IP 보호를 위한 MOU 행사 현장 / 출처 :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국내 기업은 특허괴물 먹잇감, 정부 주도 로드맵 필수

한국 디스플레이를 향한 또 다른 위험 요소는 '특허괴물'이라 불리는 NPE(Non-Practicing Entity)다. NPE는 보유 특허권으로 직접 제조, 판매 등 생산 활동을 하지 않고 특허권 행사(라이선스·손해배상 소송)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을 나타낸다.

특허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법원에 해외업체가 우리 기업을 상대로 한 특허소송 중 84.6%가 NPE에 의한 건이다. 더욱 문제는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대기업 중심으로 공격했던 NPE가 특허전문인력 등 역량을 갖추지 못한 국내 중소 및 중견기업을 겨냥한 법적 공세를 늘리고 있어 이들을 보호할 대책이 없는 부분이다.

고 변리사는 "NPE는 공격할 무기만 있고 방어할 의무만 있어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애초에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 기업이 NPE에 특허를 판매할 때 자국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 정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반대로 우리나라의 대학, 연구기관 등도 자체 발굴한 특허에 대해 기술 이전 수수료만 받기보다는 NPE처럼 무기로 사용해 수익을 증대시키는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고 변리사는 "(한국 연구소 등이) 외국에서 충분한 로열티를 받지 못하고 지적재산(IP)도 효과적으로 보호하지 못 하는 것으로 안다. 정부와 기업, 출연연 등이 협력해서 정당한 권리를 지키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인재 영입에 따른 기술 유출이 결정적인 만큼 이 부분 관련 대안 마련도 촉구했다. 고 변리사는 "전문사이트에서 특허 대상자를 살펴보면 한국인이 꽤 많다. 이들은 대부분 혼자가 아니라 공동 연구를 한다"며 "특정 기술이 넘어가는 건 단건이지만 한 사람이 이동하면 (그 사람의 아이디어, 네트워크 등) 미래 기술까지 넘어갈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끝으로 국내 기술 보호 방법론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현재는 기술 분야별 전문가가 모여서 토론하는 정도인데, 어떤 기술이 중요한지 어떤 부문에 소송이 많은지 등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다"면서 "국내외 특허를 면밀히 파악하면서 기술 누수를 최소화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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