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2년 CP' 재개…공모채 부담됐나 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알미늄, 단기신용등급으로 자금조달…규제 사각지대 지적
손현지 기자공개 2023-11-14 13:22:48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0일 10: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은 만기 1년 이상의 '장기CP'를 조달 수단으로 활용해온 이슈어다. 업계 안팎으로 장기CP가 장·단기 자금조달 시장을 교란하고 회사채 시장을 왜곡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롯데그룹도 올해 하반기 다시 공모채 시장을 찾아 정면돌파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그러나 반년도 채 못가 장기 기업어음(CP)을 통해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금리인상과 더불어 지정학적 리스크에 회사채 시장이 위축되자 미매각 리스크가 커진 탓이다. 지난달 롯데글로벌로지스에 이어 이번달에도 롯데알미늄이 2년 만기의 CP 발행 대열에 합류했다.
대기업이 자본시장 사각지대에 있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 입장에선 신용도가 낮고 기관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투자처가 아니라 지금같은 상황에선 공모채로 자금 수혈에 나서기 힘들었을 것"이라면서도 "타 기업들도 따라 장기CP 발행에 나설 경우, 채권시장에 마련돼 있는 투자자 보호장치가 유명무실해질 수 도 있다"고 지적했다.
◇자금조달 절실하지만…낮은 신용도에 공모채 포기
10일 채권업계에 따르면 양극재용 알미늄박을 가공하는 롯데알미늄이 7일 2년 만기 장기CP를 3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롯데알미늄의 장기CP 할인율은 연 5.5%이다. 인수 업무는 한국투자증권이 담당한다.
지난달에도 롯데 계열사인 롯데글로벌로지스가 2년 만기 CP를 300억원 어치 발행한 바 있다. 두 회사 모두 신용등급 A급으로 회사채 시장에서 미매각 우려가 큰 이슈어들이다. 최근 금리인상과 더불어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며 회사채 발행 환경이 위축된 상황에서 CP로 선회해 조달 전략을 짰다.
롯데그룹은 장기 CP를 그룹의 주요 조달 루트로 활용해온 이슈어다. 2020년부터 작년까지 롯데렌탈, 롯데지주 등은 장기 CP를 찍었다. 올해 1월과 2월에도 호텔롯데가 회사채 차환 목적으로 만기가 2년 이상인 장기 CP를 발행해 각각 686억원, 1724억원을 조달했다. 롯데하이마트도 지난 4월 549일물 CP 발행에 나섰다.
하반기 공모채 발행에 도전하기도 했지만 반년이 채 못갔다. 롯데쇼핑(7월), 롯데케미칼(8월), 롯데렌탈(9월), 롯데칠성음료(10월) 등 모두 공모채 시장에서 대부분 오버발행을 면치 못했다. 롯데그룹 전반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투심이 우호적이지 않았던 탓이다. 하반기 금리인상 기조에 조달 비용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자 다시 장기CP 중심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대기업의 장기CP, "시장 부정적 시그널, 사각지대"
문제는 잦은 장기 CP 발행이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CP는 단기 자금조달 수단이다. 만기 1년 미만의 채무증권으로 여겨져 단기 신용등급이 부여된다. CP는 이사회 의결과 증권신고서 제출 등이 요구되는 공모 회사채보다 발행 절차가 비교적 간편해 빠르게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장기CP는 사정이 다르다. 회사채와 마찬가지로 2~3년 장기조달을 하는데도 단기 신용등급을 적용받는다.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알미늄 역시 이번에 1년 미만의 단기 신용등급인 'A2+', 'A2' 를 적용받았다. 단기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사실상 장기 자금을 조달하는 셈이다.
때문에 장기 CP는 자본시장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장기 CP에 대한 신용도 모니터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어 투자자보호의 사각지대에 있을 수 있다. 공모채 발행에 수반되는 번거로운 절차도 생략한다. 투명한 금리 산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뛰어넘는다. 채권시장이 수년간 걸쳐 구축한 증권신고서와 수요예측 등 채권 시장 투자자 보호 장치가 배제된다는 지적이다.
특히나 대기업이 장기CP 발행에 지속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장기 CP가 단기 등급을 바탕으로 발행되는 한 장기 CP에 대한 신용도 모니터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 여지가 얼마든지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향후 발행기업의 상환능력 변화와 맞물려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장기 CP 시장의 확대는 '신용평가-수요예측-시가평가'라는 국내 자본시장을 규율하는 세 가지 주요 수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환경"이라며 "채권시장의 제반 규율을 회피하는 상황에서 규제차익을 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다양한 자금조달의 한 일환"이라며 "장기CP를 포함해 회사채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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