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프투자증권은 지금]'보수적인' 부동산 PF 관리, 위기에 '빛났다'①위험 부담 큰 지급보증 '전무'…인식 전환 위해 '인센티브' 구조부터 변화
이정완 기자공개 2023-11-21 13:45:40
[편집자주]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중소형 증권사의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비즈니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증시 부진으로 증권 본업 역시 우호적인 여건도 아니다. 케이프투자증권도 이 같은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차별화된 전략으로 리스크 관리와 수익처 다변화에 한창이다. 그 중심에는 2016년 케이프투자증권 M&A(인수합병) 단계부터 참여한 임태순 대표이사가 있다. 2020년 최대주주에 오른 임 대표는 지난해 경영권 분쟁도 마무리하며 지배력도 탄탄히 했다. 더벨이 임 대표를 직접 만나 리스크 매니지먼트와 미래 성장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3일 15: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2016년 케이프로 최대주주가 교체된 후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비즈니스 전략에 변화를 줬다. 옛 LIG투자증권 시절에는 증권사가 사업을 책임지는 신용공여에 적극 나섰지만 임태순 대표이사 체제 하에서 지급 보증부터 줄여나갔다.현재 케이프투자증권의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255억원 뿐이다. 이와 관련한 충당금도 설정하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이다. 대출을 실행한 사업장도 수도권에 위치해 위험 부담이 덜하다는 평이다.
◇부동산 경기 불황에도 PF 충당금 '0원'
케이프투자증권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255억원이다. 브릿지론과 본PF를 제공한 사업장도 수도권에 몰려 있다. 대출 규모가 큰 사업장은 인천 송도, 경기 용인, 경기 안양 등에 위치해 사업성도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증권업계는 부동산PF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10년대 후반 들어 부동산 호황기가 찾아오면서 PF 금융 주선 업무는 물론 지급 보증 같은 신용공여도 적극 실시했다. PI(고유재산)를 활용해 개발 사업장에 직접 투자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고수익을 위한 기회라고 여겨질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미국 연준(Fed)이 유동성 파티에 제동을 걸면서 우리 부동산 경기도 급변했다.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분양시장으로 향하던 자금이 급감했다. 이 탓에 부동산PF를 핵심 먹거리로 키운 증권사도 타격을 입었다. 부동산PF 부실로 인해 한 번에 1000억원이 넘는 충당금을 쌓는 증권사도 생겼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소형 증권사는 도매금으로 PF 리스크를 지적 받는 실정이다.
하지만 케이프투자증권은 올해 들어 한 차례도 부동산 관련 충당금을 설정하지 않았다. 대손충당금을 설정하지 않아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칠 요인도 없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상반기 273억원의 세전이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증권업계의 실적 감소세가 뚜렷한 와중에 반대로 지난해보다 수익성이 개선됐다.
◇'지급 보증'도 직접 대출처럼 취급
실제 신용평가업계에서도 케이프투자증권의 부동산PF를 비롯한 우발채무 리스크를 낮게 평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한국기업평가가 증권업 신용평가방법론에 따라 가중평균해 계산한 자기자본 대비 우발부채 비중은 10%를 나타냈다. 최근 수년 동안 10% 미만 비중을 유지했다.
변화는 2016년부터 시작됐다. 케이프인베스트먼트가 LIG투자증권 지분 82.35%를 인수한 뒤 임태순 대표이사(사진)가 부임하면서부터였다. LIG투자증권 시절에는 PF 신용공여에 활발했다. 한창 M&A 협상을 펼칠 때 LIG투자증권의 PF우발부채가 인수전에 변수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PF우발부채는 자기자본의 50% 수준이었다.
임 대표는 "많은 증권사가 지급 보증과 직접 대출을 별개로 생각해 양쪽 다 사업을 펼쳤다"며 "리스크 관점에서 두 사업이 사실상 동일하다고 판단해 지급 보증과 대출 규모 통계부터 합산했다"고 말했다.
증권사가 시행사가 받은 대출에 대해 책임을 지는 지급 보증은 부동산 호황기에 큰 걱정 없이 이뤄졌다. 시행사가 파산하면 증권사가 빚을 떠안아야 하지만 2010년대 후반에는 이를 염려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직접 대출을 제공하지 않고도 수익이 발생했으니 비용 부담 없이 수수료 수익을 벌었다는 인식이 퍼지기도 했다.
임 대표는 이 같은 인식을 바꾸기 위해 인센티브 구조부터 변화를 줬다. 그는 "지급 보증은 회사의 신용 리스크를 제공하고 번 돈이기 때문에 더 큰 리스크를 부담한 만큼 인센티브 지급률을 확 낮췄다"며 "임직원과 회사의 이해관계를 일치시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지급 보증에 나서지 않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지급 보증이 한 건도 없는 현 상황에 이르렀다.
케이프투자증권은 2021년 부동산 불황에 접어들자 직접 대출도 줄였다. 본격적인 개발 전 단계에 이뤄지던 브릿지론 관리부터 철저히 했다. 많은 증권사에서 브릿지론에 대한 결정 권한을 실무 담당 임원에게 넘길 때 케이프투자증권은 리스크 심사 과정을 거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임 대표는 "부동산PF도 철저히 리스크(Risk)와 리턴(Return)만 생각했다"며 "다수의 브릿지론에 대출해 줄 거라면 차라리 직접 시행하는 편이 낫다고 분석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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