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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DMO 전략 분석]'후발주자' 롯데바이오로직스, 시장 우려에도 웃는 이유는그룹사 업고 CDMO 도전장, 브랜딩 강화 총력…경쟁사 격차 극복 관건

차지현 기자공개 2023-11-16 10:07:37

[편집자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CPhI Worldwide 2023'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다. 글로벌 제약사(빅파마)가 먼저 찾는 리더였다. 삼성그룹이 바이오 사업에 뛰어든지 10여년, 바이오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던 비결이 바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이었다. 자연스레 삼성을 잇는 국내 후발주자들이 대거 생겨났다. 전통 제약사는 물론 바이오텍, 대기업 등이 앞다퉈 시장에 뛰어든다. 더벨이 기업별 전략 및 차별점을 짚어 봤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4일 08: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년 7월 출범한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뛰어든 CDMO 시장은 이미 글로벌 기업이 선점한 영역이다. 특히 트랙레코드가 중요한 분야인 만큼 후발주자로서 넘어야 할 산이 만만찮다.

그럼에도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전혀 걱정이 없는 분위기다. 시장의 우려와는 달리 10년 내 연 매출 1조5000억원, 영업이익률 35%를 달성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내놨다. 이런 자신감의 배경은 무엇일까.

◇지주사 업고 바이오 CDMO 진출, '늦었다' 시장 우려도

CPhI Worldwide 2023에 설치한 롯데바이오로직스 부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7월 롯데지주 자회사로 출범했다. 현재 롯데그룹에서 바이오 사업의 역할은 막중하다. 그룹은 지난해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과도한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은 데 이어 주력 계열사까지 실적 부진에 빠진 상황이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게 바로 바이오 사업이다.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CPhI Worldwide 2023에서 만난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 역시 그룹이 바이오 사업에 진심이라는 점을 피력했다. 그룹의 바이오 사업에 대한 의지를 묻자 이 대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강한 의지를 넘어서 바이오에 엄청난 관심을 두고 있다"면서 "투자 측면에서도 정기적으로 만나 협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룹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지만,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은 후발주자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영역이다. 이미 대규모 생산능력(캐파)와 오래된 기술력으로 무장한 글로벌 기업이 시장을 장악했다. 생산 변경 허가 절차도 까다롭고 기술 보안이 중요한 신약개발 업종 특성상 한번 CDMO를 맡기면 오랫동안 거래가 이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후순위 업체로선 진입장벽이 높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CDMO 사업은 트랙레코드가 중요하다. 안정적인 수주 경험을 보유해야 또 다른 수주를 따낼 수 있다. 관련 분야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으려면 최소 10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국내 CDMO 업체보다도 한참 늦게 출발한 롯데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우려가 지속해서 제기되는 이유다.

◇"지금은 허니문 시기, 3년은 회사 이름만 알려도 성공적"

시장의 우려와 달리 정작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걱정이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이 대표는 지금 시기를 '허니문'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10년 뒤 연 매출 1조5000억원, 영업이익률 35%를 올리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아직 제대로 된 생산 설비조차 갖추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꽤 당찬 포부다.

자신감의 근거는 빠른 속도로 쌓아 올린 인지도다. 이 대표는 "트랙레코드가 부재하다는 지적에 대한 내 관점을 조금 다르다"면서 "다른 CDMO사는 이름이 알려지는 데만 3~5년이 걸리는데 설립 일 년 조금 넘은 회사인데 홍보를 잘하고 있어 아주 행복한 시점"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롯데가 동남아시아 지역에선 좀 알려져 있지만 미국의 경우 '랏'이라고 발음하는 등 전혀 모른다"라며 "앞으로 3년 동안은 회사 이름과 바이오 진출 현황을 알리는 데만 성실히 해도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인수한 미국 뉴욕 시러큐스 공장 전경.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주효했던 전략이 자산 인수였다. 출범과 동시에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로부터 미국 뉴욕 시러큐스 공장을 사들이며 단숨에 생산 거점은 물론 안정적인 계약 물량까지 확보했다. 지난해 5월 인수 작업에 착수한 지 8개월 만에 속전속결로 계약을 마무리했다.

시러큐스 공장 인수는 실적 개선으로도 이어졌다. 올 상반기 매출 830억원, 순이익 207억원을 기록했다. 공장을 순자산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인수, 염가매수차익이 반영되면서 설립 일 년 만에 수백억원의 순이익을 만들어 낸 것. 특히 상반기 기준 롯데지주 종속기업 가운데 두 자릿수 순이익률을 낸 건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유일하다. 이 대표의 '행복한 시점'이라는 표현이 납득이 가는 대목이다.

◇'삼바 따라잡기' 미묘한 경쟁 구도에 쏠린 눈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생산 기지를 지을 예정이다. 신공장 준공 시점은 2025년 4분기로 보고 있다. 이후 규제당국 약 일 년의 규제당국 인증 절차를 거쳐 2026년 말이나 2027년 초부터 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GMP) 생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신공장 준공 이전까진 현재 기조와 비슷하게 브랜딩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눈길을 끄는 건 글로벌 톱티어로 자리매김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대결구도를 그리면서 업계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 대표를 포함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 인력을 대거 영업하며 영업비밀과 인력 유출 행위에 대해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소송이 일 년 넘게 진행되면서 시장은 승패보다 양사가 갈등하고 있다는 '현상' 그 자체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송도 신공장의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과 불과 250여m 떨어진 위치다.

사업 전략 측면에서도 겹치는 부분이 많다. 이번 CPhI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따라잡기 전략이 눈에 띄었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내건 슬로건은 '당신의 헌신적인(Committed) 파트너'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식 문구인 '당신의 신뢰할 만한(Trusted) 파트너'를 연상케 했다. 또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모달리티인 항체-약물접합체(ADC)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신무기로 낙점한 아이템이다.

핵심 전략으로 내세운 Pure CDMO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의식한 행보라는 평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신약개발까지 나서겠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민감한 정보를 CDMO 업체에 제공하는 신약개발 고객사와 관계를 감안하면 위험 요소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신약이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지 않고 의약품 위탁 생산에만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은 것이다.

홍보 차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따라가는 전략이 나름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업계에선 이제 막 출범한 기업이 국내 최대 CDMO 업체와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사적인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그러나 사업 영속성을 위해선 새 수주를 따내고 실체를 입증하는 게 관건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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