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카카오, 해법은]경영복귀 멀어지는 배재현, 공백 여파는카카오 법인과 함께 재판 넘겨져, 뉴이니셔티브 등 투자계획 산적 '어쩌나'
이지혜 기자공개 2023-11-15 10:32:19
[편집자주]
카카오가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김범수 창업자는 물론 핵심 경영진과 그룹 계열사까지 사법리스크에 휘말렸다. 그러나 사업을 멈출 수도, 잠시 쉴 수도 없다. 인공지능(AI)은 물론 헬스케어, 엔터사업까지 당장 신성장동력을 가동하지 않으면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있다. 카카오가 국내 최고의 플랫폼 기업으로서 저력을 입증할 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카오는 어떤 해법을 내놓을까. 카카오의 속사정과 위기를 극복할 활로를 조명했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4일 14: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총괄 대표의 경영복귀가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검찰이 배 대표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앞서 금융감독원이 배 대표를 검찰에 송치한 데 이은 후속조치다. 여기에 더해 카카오 법인도 양벌규정을 적용해 배 대표와 함께 재판에 넘겼다.카카오가 투자나 조달 정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앞서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CEO)는 “추진 중인 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인공지능(AI)사업 관련 공개시점이 미뤄지거나 뉴이니셔티브 관련 투자계획에 변화가 감지되는 등 배 대표 부재의 영향은 적잖은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카카오 그룹에서 배 대표의 존재감은 강력했다. 카카오의 대표급 경영진이자 사내이사로서 이사회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사업 방향성을 조율하는 CA협의체에서 투자총괄도 맡고 있다. 기업공개(IPO)나 투자 등 각종 이슈가 많은 계열사의 이사회 일원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배 대표의 공백 여파가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경영복귀 멀어지는 배재현, 공백 여파 ‘크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박건영)가 13일 배 대표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배 대표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배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2400억원을 투입, SM엔터테인먼트 주가를 의도적으로 부양한 혐의가 있다. 배 대표 등은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인 12만원 이상으로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유지하기 위해 장내에서 400차례에 걸쳐 고가 매수 등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주식대량보유 보고의무, 이른바 5%룰을 위반한 혐의도 있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특수관계자와 함께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5% 이상 보유했는데 보유현황과 목적 등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배 대표는 10월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의해 검찰에 송치됐는데 결국 구속 상태에서 재판까지 받게 됐다. 이에 따라 배 대표의 경영공백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배 대표가 카카오에서 맡고 있는 역할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2015년 카카오그룹에 자리를 잡은 그는 곧바로 빅딜팀에 투입돼 카카오의 크고 작은 인수합병(M&A)과 투자를 진두지휘했다.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것에서부터 지그재그, 타파스, 래디쉬까지 배 대표가 주도한 M&A는 카카오의 성장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연초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해외 국부펀드에서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지할 때에도 배 대표가 크게 활약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카카오에서 배 대표의 위상은 빠르게 높아졌다. 2020년부터 카카오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지다 올 정기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사내이사로서 이사회에 입성했다. 또 CIO가 아닌 공동체 투자 총괄 대표라는 직함을 달았다. 카카오그룹 전반의 투자 관련 의사결정을 내리는 투자심의위원회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었다.
카카오뿐 아니라 계열사 전반에서도 배 대표의 경영보폭은 넓었다. 배 대표는 올 9월을 기점으로 CA협의체에서 투자총괄을 맡아 이끌고 있었다. CA협의체는 지속가능한 성장의 관점에서 카카오그룹 계열사의 사업전략을 조율하고 계열사를 지원하는, 사실상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이다.
이밖에 배 대표는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스타일의 기타비상무이사, 일본 카카오픽코마의 사내이사로도 등재돼 있다. 배 대표가 이사회 일원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계열사는 카카오그룹의 미래성장동력으로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거론되는 곳들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일찌감치 상장주관사를 선정하고 관련 논의를 진행해왔으며 카카오픽코마는 적기에 일본 증시에 입성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려뒀다.
◇뉴이니셔티브·안전 투자 산적했는데 재무조직 리더십은 '안갯속'
배 대표의 공백 등 카카오의 사법리스크는 실제 사업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 AI사업이 대표적이다. 카카오는 카카오브레인을 중심으로 그룹 AI역량을 결집, 올해 안에 한국형 초거대 AI언어모델 코GPT(koGPT)2.0. 출시하려 했지만 이런 계획은 사실상 안갯속에 가려졌다.
배 대표는 올 5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AI 관련 기술 투자나 관련 클라우드 비용 등 투자규모가 올해 정점을 찍을 것”이라며 뉴이니셔티브에서만 발생하는 손실이 3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 가운데 AI 관련 투자로 인한 손실 규모가 80%이상일 것이라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관련 손실은 2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가 밝힌대로 AI 등 카카오가 미래성장동력으로 점찍은 뉴이니셔티브에서 발생하는 손실은 예년 대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카카오브레인 등 뉴이니셔티브에서 발생한 영업손실은 올 들어 3분기까지 1803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손실이 1794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대폭 증가했다. 그러나 당초 계획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홍 CEO는 “현재 추진 중인 사업들을 차질없이 계획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을 뿐 뉴이니셔티브의 손실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그동안 배 대표가 맡아 설명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뉴이니셔티브 등 핵심 투자정책에 대한 방향성이 시장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투자 성과도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더군다나 카카오는 지난해 말 발생한 데이터센터 화재사고를 반면교사로 삼아 재난의 재발방지대책에 앞으로 5년 동안 과거 5년 대비 3배 이상 많은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산술적으로만 3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인프라 등에 투자되는 셈이다.
투자계획이 산적했는데도 카카오는 배 대표를 비롯해 재무 관련 조직의 리더십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배 대표와 함께 사실상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했던 재무그룹장 부사장은 9월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지만 복직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조직이 유지되고 있는 만큼 연속성 있게 사업을 지속할 것"이라며 "홍 CEO가 컨퍼런스콜에서 밝힌대로 사업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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