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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숨 고르기]LG엔솔, 튀르키예 JV 무산에도 '오히려 기회'①유럽 수요둔화 여파...스마트팩토리 확대·LFP 조기 양산으로 '기초체력' 쌓기

정명섭 기자공개 2023-11-16 07:27:01

[편집자주]

영원할 것 같았던 '전기차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주춤하자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전환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이들을 고객사로 둔 국내 이차전지 업계의 노선 변경도 불가피한 상황. 이미 합작투자가 무산되거나 설비 신·증설 투자가 지연되는 등 속도조절이 가시화되고 있다. 전기차 약세 흐름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더벨은 이차전지 업계 앞에 놓인 위기 및 기회 요인을 살펴보고 기업별 대응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4일 15: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이차전지 업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속도조절'이다. 급성장하던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하자 국내 이차전지 업계도 신규 합작공장 설립 계획을 철회하거나 연기하는 등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국내 1위 이차전지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도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올해 3분기 매출 성장세가 꺾인 데 이어 유럽 신규 공장 합작투자 계획도 무산됐다. 내년 회사 성장률이 올해만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신규 투자가 무산된 현 상황을 재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북미 생산기지에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도입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고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기는 것이 주요 과제다.

◇ 전기차 시장 둔화에 매출 상승곡선 꺾여...튀르키예 JV도 없던 일로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가 지난달 말 열린 올해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수차례 받은 질문은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가 실적에 미칠 영향이었다. 당장 오는 4분기와 내년 실적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이는 숫자로 드러난 '이상 징후'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분기에 연결기준 매출 8조223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7.5% 늘었지만 전분기보다는 6.3% 줄었다. 2022년 이후 LG에너지솔루션의 분기 매출 성장세가 꺾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장 큰 요인은 유럽 전기차 시장의 약세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지역 전기차 시장 성장률은 10%대까지 떨어졌다. 2017~2019년에 연평균 40% 성장한 것을 고려하면 급격한 둔화다.


현지 수요가 줄어 고객사들이 전기차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생산조정이 진행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리튬 등 메탈가 하락으로 인한 이차전지 판가 하락도 매출 감소 요인이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지난 1년 새 최저 수준인 37만50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로부터 약 2주 후 미국 포드, 코치그룹과 추진하던 튀르키예 합작공장 설립이 무산됐다. 올해 2월 양해각서를 체결한 지 약 9개월 만이다. 시장의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3사는 당초 유럽 전기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에 나설 계획이었다. 연내 합작공장 착공이 목표였다. 그러나 전기차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자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붓기가 부담스러워졌고 결국 신규 투자에 나설 때가 아니라는 데 뜻을 함께했다. 앞서 포드는 전기차 수요 둔화 여파에 대응하기 위해 신·증설 투자를 기존 계획보다 120억 달러(약 15조원)가량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내년에도 수요 둔화 조짐..."북미공장 디지털전환, LFP 양산 고삐 시기로"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수요 둔화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봤다. 북미지역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전환 속도조정 움직임이 여전하고 유럽 전기차 약세 흐름도 계속되고 있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회사는 신규 투자가 주춤한 현 상황을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신제품을 개발하는 재도약의 시기로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단기 침체에 일희일비하는 대신 긴 안목으로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원가 경쟁력 확보는 스마트팩토리 적용 확대와 안정적인 원재료 소싱체계 구축을 의미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마더 팩토리'인 미시간 공장에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이식하고 있다. 미시간 공장은 2000년에 연구소로 지어진 후 2012년부터 이차전지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한 북미 생산거점이다. 지난 5월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직접 현장을 찾아 스마트팩토리 도입 현황을 살펴보기도 했다.

회사는 미시간 공장을 시작으로 현재 운영 중이거나 건설 중인 현지 공장 8개에 순차적으로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입힌다는 계획이다.

신제품 개발은 중국 기업들이 두각을 보이는 LFP 배터리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에 양산하려는 계획을 앞당길 계획이다. 중국 기업들이 LFP를 앞세워 중국 전기차, ESS 시장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어서다.

동시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망간을 활용해 LMFP(리튬·망간·철·인산염) 배터리도 내놓을 계획이다. 오는 2026~2027년경 양산을 시작해 글로벌 저가형 전기차 시장에 대응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LG에너지솔루션의 투자 여력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업황이 개선되면 언제든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회사가 올해 3분기 말 보유한 현금은 4조8750억원이다. 약 3조5000억원의 자본적지출(CAPEX)을 감당하고 남은 현금이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으로 1조3000억원이 유입됐고 초도 외화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1조3000억원 덕분에 조단위 투자에도 넉넉한 곳간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올해 3분기 말 부채비율은 83%, 순차입금 의존도를 23%로 양호하다.

LG에너지솔루션이 제시한 올해 CAPEX 가이던스가 10조원임을 고려하면 4분기 예상 CAPEX는 약 2조4000억원이다. CAPEX는 주로 미국 JV 투자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미 누적 500조원이 넘는 수주잔고는 LG에너지솔루션의 든든한 뒷배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의 20년치 매출(2022년 연결 매출 기준)과 맞먹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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