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1월 15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MM 매각 전선에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 본입찰을 앞두고 유력 인수후보 한 곳이 최근 인수 추진을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남은 원매자들은 자금 동원력에서 불안요소를 노출하고 있다. 이제는 유찰 가능성마저 떠오르고 있다.애초부터 불안 요소가 적지 않았던 딜이다. 매각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전 인수 후보로 거론된 대기업들은 모두 손사래를 쳤고 예비입찰 참여가 점쳐졌던 한 해운기업은 예상 가격이 너무 높다는 이유로 불참했다. 지금까지 이 딜에서 확실한 것은 단 하나다. 매각 측인 산업은행이 속도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딜은 코로나19가 불러온 해운업의 단기 업사이클이 끝나고 다운사이클로 접어드는 업황 변동기에 시작됐다. 차라리 업황이 좋든 나쁘든 사이클이 안정된 이후에 시작됐다면 구도가 달라졌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여전히 HMM은 글로벌 경쟁 해운사 대비 좋은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인수 후보군으로 꼽혔던 대기업들에게는 이 '어려운 시기에만 나타나는 매력'을 인지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다.
산은은 HMM 매각에 재무건전성 개선 여부가 달려 있다. 속도를 내야 함을 이해한다. 그럼에도 산업의 관점에서는 아쉽다. HMM은 분명 경쟁력 있는 해운사지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가 여전히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는 점에서다.
글로벌 해운업계에서는 2M의 해체를 계기로 규모의 경제 전쟁이 다시 열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HMM에게는 투자의 날개를 펼쳐 줄 안정적인 주인이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채권단이 관리 기업을 민영화하는 것은 원칙이다. 그러나 이 딜에서는 원칙과 함께 존재해야 하는 대전략이 잘 보이지 않는다. 원매자들이 나름의 시너지 효과를 언급하며 인수의 당위성을 제시하고 있으나 인수 뒤 HMM의 경쟁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명쾌한 그림이 그려지는 곳은 없다시피하다.
HMM 매각은 원칙에 기반을 두는 속도만큼이나 전략에 기반을 두는 방향성도 중요하다. 다행히 방향성을 명확히 따져 볼 시간은 아직 많다. HMM은 국내 컨테이너 해운사들 가운데 글로벌 해운동맹 가입을 통해 국제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유일한 곳이다. 이는 단기간에 사라지는 매력이 아니다.
제조업 중심의 한국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으며 우리나라 무역은 99.7%가 해운을 통해 이뤄진다. HMM은 단순 기업가치보다도 국가의 경제전략적 중요성이 훨씬 크다. 이런 기업을 속도 중시의 매각으로 격랑에 노출시키는 것이 과연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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