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기업 피어그룹 전략]IPO 선구자들, 비교기업 찾기 '너무 힘들어'①부품·소재 상장사 미미…거래소 심사 통과 수월한 '장비' 업체 선정 불가피
손현지 기자공개 2023-11-22 07:47:04
[편집자주]
2차전지 관련 회사들이 기업공개(IPO)에 나서고 있다. 전방산업에 있는 배터리 회사부터 후방산업인 부품·소재 회사까지 생태계가 확장되면서 자금조달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들마다 IPO 준비 과정에서 피어그룹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태동하는 산업인 만큼 선구적인 비즈니스를 영위하거나 독점적 지위를 지닌 경우가 많아 비교군을 찾기가 어려워서다. 올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증시입성을 준비했던 2차전지 섹터 기업 8곳을 추려 피어그룹 선정 전략과 특징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8일 10: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업종은 뭘까. 반도체, 2차전지 정도를 꼽을 수 있다.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우위에 점하고 있는 분야다.그 중에서도 2차전지는 태동하는 산업군이다. 생태계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산업을 선점했다는 점만으로도 막강한 경쟁력을 쥔 셈이다.
최근 2차전지 부품사들이 연이어 기업공개(IPO)에 도전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전방산업에 있는 K-배터리 제조사들 뿐 아니라 후방산업을 책임지는 부품·소재·장비사들의 역할도 급격하게 커질 전망이다. 지속적인 투자는 필수 요소로 자리잡고 있고, 향후 2차전지 섹터들의 증시 유입세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IPO를 준비했던 2차전지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고민해 온 부분이 있다. 바로 '피어그룹' 선정 전략이다. 시장의 선구자들이기에 똑같은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는 상장사들을 찾는게 쉽지 않았던 것이다.
한 2차전지 부품사 CFO는 "IPO를 준비하면서 우리는 소모품 기업인데 왜 배터리 장비업체랑 같은 피어그룹으로 묶이는 것이냔 내부의견이 많았다"며 "이같은 반발이 있었던 건 회사 입장에서 피어그룹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인데,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비즈니스와 이미지를 단번에 알릴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투·미래·NH', 발행사와 의견조율 노하우 발휘
올초부터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IPO를 진행해온 2차전지 관련 기업 8곳을 추리고, 피어그룹 선정 방법과 전략 등을 살펴봤다. 우선 주관사의 경우 IPO 전통강자 하우스들을 택했다. 2차전지의 명가로 불리는 한국투자증권부터,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이 대부분의 딜을 휩쓸어 선점한 모습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IPO 주관업무를 맡은 IB들은 마케팅 차원에서 가격밴드를 낮게 설정하거나 인지도가 있는 기업들 위주로 피어그룹을 필터링을 해나가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발행사와 의견을 조율하고 때론 리드하고 설득해야 하는데, 노하우가 많이 쌓인 증권사들이 유리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상장한 유진테크놀로지 같은 경우, 피어그룹을 선정하는데 애를 먹은 케이스다. 유진테크놀로지는 2차전지 소모품인 '노칭금형'과 레이저 리드탭 등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동일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기업이라곤 대원정밀 한 곳 뿐인데, 개인 사업체인데다가 비상장사였던 것이다.
결국 고객사이기도 한 배터리 장비사인 피엔티 등을 피어그룹으로 선정했다. 유진테크놀로지는 유닛 단위의 고성능 제품을 만들어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배터리사와 장비사 등에 납품하고 있다.
송종용 유진테크놀로지 CFO는 "딱 떨어지는 비교기업이 없어서 아쉽지만 장비사들을 유사기업으로 분류해야 했다"며 "아쉽지만 증시에 입성해 투자자들에게 눈도장을 찍고 기업가치를 인정받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향후 유상증자 기회도 생기려면 일찍 상장하는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중국 등 해외에서 유사기업을 찾아볼 수는 있었지만, 이는 더 꺼려지는 상황이었다. 여기엔 한-중 기술 패권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국내 배터리사들은 중국 장비를 쓰지 않는 편이다. 기술 유출 등의 위험도 있고, 품질이 잘 안나와도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소모품 회사들도 중국 배터리사에 납품을 잘 안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
2차전지 생태계가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패권 다툼을 하고 있는 배터리 업체들만의 일이 아니다. 부품과 소재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2차전지란 충전과 방전을 반복할 수 있는 전지다. 전기차와 스마트폰, 노트북 등 다양한 전자제품에 사용되고 있다. 최근 전기차 성장과 함께 급격히 확대되는 시장인데, 2035년까지 812조원으로 5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규모만 커지는 것이 아니다. 기술 고도화도 함께 진행됨에 따라 경쟁이 격화되는 건 불가피하다. 특히 배터리 셀의 종류나 성능, 안정성, 가격 등이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될 수 있다. 즉 배터리 소재가 리튬이온이냐, 리튬인산철이냐 등에 따라 경쟁력이 갈리는 만큼 소재와 부품사들의 투자가 절실해진 상황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IPO 주관사들 역시 2차전지 딜은 생소한 편"이라며 "앞선 상장사들의 증권신고서를 벤치마크 삼아 공부를 한다"고 말했다. 또 "어떤 업체를 비교기업으로 활용했을 때 비교적 수월하게 거래소 심사를 통과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다른 IB들이 어떤 피어그룹을 썼는지 서로서로 확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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