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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vs성장' 기로에 선 제약사]건기식으로 1조? 대원제약, 후속 펠루비 '결단의 시간'②분명한 방향성 불구 퀀텀점프 없는 신사업 평가, 신약 '전환'엔 보수적

최은진 기자공개 2023-11-22 10:53:31

[편집자주]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제약사들은 '제네릭·상품유통·리베이트'라는 틀 안에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약가규제, 불공정 관행 철퇴 등 과거와는 다른 규제환경에서 새로운 살 길을 모색할 필요가 생겼다. 이에 더해 오너십이 바뀌는 과도기까지 겹치면서 가지각색 '생존전략'이 등장했다. '위기냐 성장이냐'를 놓고 각각 다른 전략을 펼치는 제약사들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0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령은 우주, 한독은 오픈이노베이션, 일동제약·삼진제약은 신약, 동국제약은 뷰티. 복제약 사업 일변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중소형 제약사들이 변신을 꾀한다. 다소 늦긴 했지만 신약으로 운전대를 트는 회사들도 있고 완전히 혁신적인 아이템을 내놓기도 한다. 저마다 각각 다른 전략을 펼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수익기반을 넓히려는 움직임이다.

대원제약에 있어선 성장동력이 되는 신사업은 뭘까. 건강기능식품? 최근 인수한 에스디생명공학의 화장품? 레드오션으로 진입한 이들 사업들이 대원제약을 조단위 회사로 키워줄 한방이 될 순 없다. 이렇다 할 아이템이 없다면 결국 신약일텐데 '비만' 외에 눈에 띄는 파이프라인은 없다. 대원제약의 투자활동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뮤노바이오텍 '유산균' 역량 강화, CHC연구소 신설

대원제약이 최근 몇년 간 굵직한 인수합병(M&A)을 통해 건강기능식품 사업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드러냈다. 2021년 인수한 대원헬스케어(옛 극동에치팜)은 건기식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사업을, 에스디생명공학은 화장품·식품과 함께 건기식 사업을 하고 있다. 충북 음성에 건기식 생산기지까지 설립했지만 현재 매각을 진행하고 있어 대원제약의 몫은 아닐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에스디생명공학이 보유한 이뮤노바이오텍이라는 회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산균 원말 제조업을 영위하는 곳으로 2007년 김치에서 추출한 식물성 유산균주(nF1)를 활용해 관련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하고 있다. nF1은 대다수 생균과는 다르게 특수 열처리로 사균을 통해 2년 이상 상온 보관이 가능해 유통이 편리하다는 강점이 있다.

작년 말 에스디생명공학은 53억원을 들여 지분 38.64%를 취득했다. 대원제약이 에스디생명공학을 품게 된 데 따라 자연스레 이뮤노바이오텍도 확보하게 된다. 유산균은 그간 대원제약이 건기식 가운데서도 가장 집중해왔던 분야라는 점을 감안하면 관련 역량을 강화시키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에스디생명공학이 작년 말 아이큐어와 손잡고 설립한 에스디큐어라는 건기식 연구개발(R&D) 합작사를 통한 확장 가능성도 눈여겨 볼만 하다. 신사업으로의 건기식에 대한 의지가 드러나는 지점이다. 화장품 사업을 영위할 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에스디생명공학이 보유한 중국과 미국, 일본 등 여러 현지 자회사를 어떻게 활용할 지도 관심사로 꼽힌다.

이들 건기식 신사업의 키는 기본적으로 오너 3세들인 백승호 회장의 장남 백인환 경영 총괄 사장과 백승열 대표이사 부회장의 장남 백인영 이사에게 있다. 그러나 직접적으로는 '신성장' 업무 그리고 '헬스케어'사업을 지휘하는 백인영 이사가 주도권을 쥔다. 2세의 공동경영 구도를 이어간다는 가정 하에 백인영 이사의 경영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임원진 내역을 살펴봐도 건기식(CHC)에 힘주고 있는 전략이 엿보인다. 백인영 이사에 더해 박영준 이사가 관련 업무를 맡고 있고 신대근 이사를 지난 5월 추가로 더 채용했다. 임원 중 영업 다음으로 많은 인력이 포진해 있다. CHC연구소를 세워 R&D 역량을 강화한 것도 눈에 띄는 포인트다. 헬스케어사업본부 직속으로 CHC연구소가 있고 그 아래 효능평가팀과 연구운영관리팀이 있다. 이는 신약을 연구하는 R&D부문과는 별개의 조직이다.

◇1조 매출 건기식으로 어려워, 신약 회사 소액 투자 눈길…'비만' 관심도 주목

하지만 너도 나도 뛰어드는 건기식으로 대원제약은 1조원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국내 최초 유기농 인증 프로바이오틱스 '장대원'을 브랜드로 내세우며 추진하고 있는 건기식 사업은 전체의 약 5% 매출 기여도에 불과하다. 200억원 안팎을 벌어들이는 데 불과한 셈이다. 수십억원의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 지점이다.

물론 동국제약처럼 화장품부터 생활건강 등 다양한 라인업을 통한 체질 전환 및 확장전략을 펼친다면 얘기가 다르지만 제약사업의 한 부분으로 건기식을 취급하는 건 한계가 있다. 어느정도 사세를 키우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퀀텀점프 시킬 한방은 아니다.

결국 다른 돌파구를 모색하거나 제약의 본질인 신약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원제약의 최근 투자 행보가 눈에 띈다. 올들어 대원제약은 뉴로보파마슈티컬스(NeuroBo Pharmaceuticals)라는 나스닥 상장사에 3300만원을 투자했다. 신경계질환 치료제 개발 기업 넥스트바이오메디컬에도 20억원을 투자했다.

앞서 글라세움이라는 한국 비만치료제 개발 기업에 기술 공동연구 및 파이프라인 도입과 함께 30억원을 투자했던 전례를 감안하면 올해 투자한 건들도 단순 투자목적보다는 기술개발 등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외부기술의 도입 그리고 투자, 아직 대규모 자금집행을 단행할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 오픈이노베이션에 대한 고민 정도는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으로 뛰어들기에는 두렵고 그렇다고 안하기는 뭐한 '애매모호'한 상황인 셈이다.

대원제약의 파이프라인은 4건이 있다. 자궁근종을 타깃하는 'DW4902', 비만치료제 'DW4222', 마이크로니들 패치형 비만치료제 'DW1022', 폐암치료제 'DW4121' 등이다. 모든 파이프라인이 외부 도입한 건이다. 특히 '비만'에 초점을 두고 있다.

대원제약이 신약 DNA가 없는 게 아니다. 2007년 허가받은 화합물 신약 펠루비(Pelubiprofen)는 골관절염, 류마티스관절염 등의 치료제로 연간 약 400억원을 팔고 있다. 오너 2세 시대 신약에 대한 결실을 맞봤던 만큼 될만한 아이템에 선택과 집중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시 신약으로 1000억원 매출을 올릴거라는 핑크빛 기대감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걸 감안해 상당히 보수적으로 나설 것으로도 예상된다. '비만'이라는 최근 시장에서 핫한 아이템에 초점을 맞추고 소액으로 여러 바이오텍 투자를 시도하고 있는 것도 이의 일환으로 읽힌다.

하지만 신약개발을 위해선 인프라와 인력이 필요하다. 현재 핵심 연구인력으로 김주일 부사장 외엔 없다. 중앙연구소 외에는 이렇다 할 선진 시설을 갖춘 대형 연구소도 없다. 현재 주력하는 파이프라인의 연구성과 정도에 따라 이들 인력 및 인프라에 대한 투자 강도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넥스트 펠루비 결과물을 만들 선택의 시간이 언제일지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신사업으로는 건기식을 보고 있고 주요 파이프라인은 비만 치료제 등을 보고 있다"며 "대부분 도입한 물질들로 현재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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