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은 지금]'전장부품' 육성 진심, 계열사 시너지 기대③스마트폰 의존도 낮춰줄 카드, 질적·양적 성장 추진
김도현 기자공개 2023-11-22 10:54:32
[편집자주]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LG이노텍이 올해 들어 주춤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스마트폰, 반도체 등 주요 산업이 흔들린 영향이다. 애플이라는 초대형 고객을 보유하고 있으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은 우려 요소다. 이같은 상황에서 회사는 매출처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돌아올 경제 회복기를 맞이하기 위한 LG이노텍의 현재와 미래 전략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0일 15: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그룹이 자동차 부품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전장(전기·전자장비)부품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LG이노텍도 마찬가지다. 2020년대 들어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시장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장기간 고생한 보람이 나타나는 분위기다. 전체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카메라 모듈 부문이 모바일에서 차량으로 응용처를 넓히면서 관련 수혜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LG이노텍 외에도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완성차에 투입되는 각종 부품을 담당하고 있다. 'LG에서 전기차 만드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등장할 정도로 영역이 다양하다. 중장기적으로 이들 업체 간 협업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대하던 흑자전환 가시화, 수주잔고 10조원 복귀 전망
LG이노텍의 전장부품 사업부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직류(DC)-DC 컨버터, 라이다, 5세대(5G) 통신-차량사물통신(V2X) 모듈 등을 다룬다. 지난 2019년 정철동 사장 취임 이후 매년 연구개발(R&D) 성과를 내면서 제품군은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5G-V2X 모듈은 2019년 세계 최초로 1세대를 출시한 데 이어 올해는 퀄컴과 협업해 전작대비 약 4배 빠른 2세대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해당 시장에서 LG이노텍은 선두주자다.
정 사장은 수년간 적자를 지속한 발광다이오드(LED) 사업을 철수하면서도 자동차용 LED 브랜드 '넥슬라이드'는 유지한 바 있다. 올해 초 넥슬라이드-M을 공개하고 하반기부터 프리미엄 완성차 대상으로 영업을 본격화한 상태다.
글로벌 고객으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지난 7월 영국 재규어랜드로버(JLR)의 '최우수 협력사'로 선정됐다. 미국 GM, 독일 콘티넨탈 등 유수의 완성차 및 티어1 등도 LG이노텍의 품질을 최고 수준으로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이같은 흐름 속에서 해당 사업부 실적 역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매출은 ▲2020년 9102억원 ▲2021년 1조623억원 ▲2022년 1조4464억원 ▲2023년(4분기 추정치 포함) 1조5823억원 ▲2024년(전망) 1조7278억원 등으로 우상향이다. 영업이익은 2020~2022년 마이너스에 그치다가 올해 연간 턴어라운드가 유력하다.
LG이노텍은 "차량조명모듈, BMS 등 전기차 및 자율주행용 부품 중심으로 공급이 확대되며 매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4분기에는 차량용 통신모듈 성장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원가혁신 활동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회사 내 위상도 올라갔다. 작년 4분기부터 기판소재 사업부보다 더 나은 성적을 기록하면서다. 스마트폰과 반도체 업황이 주춤한 상황에서 전장부품 사업부가 실적 하락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다.
지난해는 신규 수주가 3조원에 달하면서 2018년(2조8000억원) 이후 최대치로 나타났다. 올해는 작년과 유사하거나 더 높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수주잔고는 2018년(10조원) 이래로 2021년(8조3000억원)까지 내림세를 이어가다가 2022년(9조8000억원)에 반등했다. 올해 말 기준으로 10조원대 복귀가 점진다.
◇CES 2년 연속 출격…바퀴 빼고 다 만드는 LG
대내외적으로도 전장부품 사업부 확장 움직임이 보여진다. 지난 6월 차량용 BMS, 전기차용 제어기 하드웨어(HW) 등 전장부품 관련 R&D 9개 분야, 제조·생산기술 5개 분야, 품질 2개 분야 등 전장부품 사업부 신입 및 경력사원 채용을 진행했다.
하반기 들어서도 차량파워 및 차량통신 소프트웨어(SW) R&D, 프로젝트매니저(PM) 등 전장부품 사업부 소속 신입 및 경력사원 채용 공고를 냈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 'CES2023'에서는 공식 데뷔하기도 했다. 그동안 비공개 전시 형태로 CES에 참가해 특정 고객 한정으로 제품을 소개하다가 이번에 일반 관람객 대상으로 첫 공개했다. 유럽과 함께 완성차 양대 시장으로 꼽히는 북미를 공략하는 차원이다. LG이노텍은 CES2024에서도 부스를 마련해 현지 고객 및 관람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정 사장은 지난 3월 개최한 정기주주총회에서 "전기차 및 자율주행 부품사업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LG이노텍의 공격적인 행보는 그룹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삼성과 SK그룹은 반도체라는 확실한 카드가 있는 반면 LG그룹은 미래 성장 동력이 불분명했다. 이 과정에서 휴대폰 사업 철수, 디스플레이 및 화학 사업 부진 등까지 겹치면서 회피처가 필요했다. LG의 선택은 자동차였다.
LG전자는 가전에서 전장으로 무게중심을 이동 중이다. 구광모 LG 회장이 취임 이후 LG전자는 2조원대 중반에 달하는 자금을 관련 사업 인수 및 합작사 설립에 투입했다.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이 대표적인 사례다. LG전자의 전장(VS)사업본부는 작년 2분기 26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을 이뤄냈고 그 해 연간 플러스를 달성하기도 했다. 현재는 아이템 발굴에 나서면서 양과 질 모두 확장시키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선제적으로 차량용 패널 시장에 뛰어들면서 주도권을 잡았다.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트랙으로 사업화를 진행하면서 점유율 1위를 지켜나가고 있다. 제네시스, 벤츠, 캐딜락, 포르쉐 등 여러 고급 브랜드와 손을 잡고 규모의 경제도 만들어나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산업 1위를 다투고 있다. 한국, 폴란드, 미국, 캐나다, 중국 등에 2차전지 생산라인을 구축하면서 경쟁사 대비 발 빠르게 움직인 결과다. 테슬라, GM, 도요타, 현대차 등 LG에너지솔루션과 협업하지 않는 완성차업체를 찾기 힘들 정도로 관련 시장에서 영향력이 막대하다.
아직 LG 계열사 간 시너지가 제대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으나 업계에서는 향후 전기차와 자율주행 분야에서 'LG 공급망'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바퀴를 제외한 모든 부품을 내재화해 비용과 품질 측면에서 완성차 고객에 이점을 제공할 수 있는 덕분이다. LG와 애플이 협력해 '애플카'를 제작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현실화하면 애플과 밀접한 관계인 LG이노텍의 역할이 부각될 수 있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 등에 따르면 글로벌 전장 시장 규모는 2024년 500조원에서 2028년 880조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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