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은 지금]중국·일본 경쟁사 이탈, 아이폰 카메라 '독주'②애플 비중 70% 중후반, 투자 규모 조단위로 확대
김도현 기자공개 2023-11-21 12:47:15
[편집자주]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LG이노텍이 올해 들어 주춤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스마트폰, 반도체 등 주요 산업이 흔들린 영향이다. 애플이라는 초대형 고객을 보유하고 있으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은 우려 요소다. 이같은 상황에서 회사는 매출처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돌아올 경제 회복기를 맞이하기 위한 LG이노텍의 현재와 미래 전략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7일 13: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이노텍과 떼래야 뗄 수 없는 그 이름. 바로 애플이다.양사는 스마트폰 카메라 등에서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해당 부문에 대한 서로 간 의존도는 압도적이다. 이같은 경향은 2020년대 들어 더욱 짙어졌다. LG이노텍의 경우 2년새 매출이 2배 이상 뛰면서 대표적인 비교 대상인 삼성전기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 기간 LG전자가 휴대폰 사업을 정리하면서 LG이노텍에 대해 '애플만 있다'는 평가가 잠시 나온 바 있으나 전례 없는 실적을 기록하면서 '애플이 있다'로 존재감이 격상됐다. 그만큼 LG이노텍에 애플은 절대적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특정 고객이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아이폰 카메라 공급망 '쏠림 현상' 심화
LG이노텍은 지난 2010년부터 아이폰에 카메라 모듈을 투입하고 있다. 카메라 모듈은 렌즈, 이미지센서, 구동계(액추에이터) 등을 하나로 묶을 부품이다.
초기 일본 샤프, 중국 오필름 등과 경쟁 구도를 이뤘으나 LG이노텍은 갈수록 '군계일학'의 실력을 보여주면서 가장 많은 물량을 가져가게 됐다. 그 사이 오필름이 인권침해 이슈로 배제된 데 이어 샤프가 기술력 저하로 점유율을 잃어갔다. 업계에서는 내년부터 샤프가 아이폰 공급망에서 빠질 것으로 추정한다.
현실화하면 LG이노텍이 애플의 카메라 부문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얻게 된다. 아이폰을 조립하는 대만 폭스콘, 전면 카메라를 담당하는 중국 코웰 등이 일부를 나눠 가질 것으로 전망되나 상위 모델 등 주요 제품은 LG이노텍이 독식할 가능성이 크다.
LG이노텍은 최근 애플이 출시한 아이폰15 시리즈 최상위 기종에 잠망경 형태의 광학(폴디드)줌을 자화전자와 함께 납품하기도 했다. 참고로 폴디드줌은 프리즘으로 빛을 꺾어 이미지센서에 전달하는 망원 카메라 모듈로 일명 '카툭튀(카메라 툭 튀어나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두 회사 비중은 7대3 수준으로 LG이노텍이 역시 높다. 내년 공개될 아이폰16 시리즈에서는 2종으로 적용 모델이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비행시간거리(ToF) 3차원(3D) 센싱 모듈이 전작부터 전 기종으로 확대된 데다 아이패드에도 도입되는 등 LG이노텍 역할이 지속 확대되는 추세다. 애플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에서도 LG이노텍 부품이 들어간다. 침투 영역이 넓어지는 것은 물론 고부가가치 라인업 확대로 평균판매가격(ASP)이 높아지는 이점도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LG이노텍의 연매출은 2020년 9조5000억원, 2021년 14조9500억원, 2022년 19조6000억원으로 크게 개선됐다. 이중 애플 비중은 70% 중후반대로 추산된다.
다만 올해는 엔데믹 이후 계속되는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아이폰14 시리즈가 기대 이하 성적을 내 작년만큼 호조를 나타내지는 못하고 있다. 통상 3분기에 아이폰 특수가 두드러지지만 올해는 공급망 이슈로 4분기에 아이폰 15 효과가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스마트폰 다음은 자동차, 테슬라 등 공략 본격화
LG이노텍과 애플의 밀월은 투자 규모에서도 드러난다. LG이노텍 내 카메라 모듈을 담당하는 광학솔루션 사업부는 수년 연속 시설투자비(CAPEX)를 증대하고 있다. 2019년 3000억원 미만에서 2022년부터는 조단위로 대폭 확장됐다.
작년 말에 해가 바뀌기도 전에 신규 투자를 선언하는 동시에 이례적으로 약 6000억원을 증액한 것은 할당 물량이 대폭 늘어난 점, 폴디드줌 생산 돌입 등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 6월에는 베트남 하이퐁 생산법인에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투입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베트남 카메라 모듈 생산능력(캐파)은 2배 이상 상승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구미, 파주 등에서는 고부가 카메라 모듈에 집중하는 한편 베트남에서는 미드엔드급 제품을 주로 제작할 것으로 파악된다. 가격경쟁력 향상이 핵심이다.
LG이노텍은 스마트폰 산업 성장 정체기를 대비하기 위해 자동차 시장을 노리기로 했다. 차량용 카메라 모듈, 3차원(3D) 센싱 모듈 등을 내세운다.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개화로 완성차 안팎에서 필요한 카메라 또는 라이다 수요가 증가하자 LG이노텍이 공략에 나선 것이다. 기존 전장부품 사업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도 있는 요소다.
실제로 LG이노텍은 테슬라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과 협력 중이다. 북미 물량을 처리하는 멕시코 사업장 증설 등을 검토 중인 만큼 중장기적으로 차량용 카메라 모듈 비중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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