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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이노텍은 지금]'정리의 귀재' 떠나고 '카메라 전문가' 온다④CEO 교체, 정철동 사장→문혁수 부사장…CFO도 변경

김도현 기자공개 2023-11-28 12:50:57

[편집자주]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LG이노텍이 올해 들어 주춤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스마트폰, 반도체 등 주요 산업이 흔들린 영향이다. 애플이라는 초대형 고객을 보유하고 있으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은 우려 요소다. 이같은 상황에서 회사는 매출처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돌아올 경제 회복기를 맞이하기 위한 LG이노텍의 현재와 미래 전략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4일 15: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이노텍이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정철동 사장 취임 이후 많은 변화와 성과를 거둔 만큼 새 수장에 대한 기대감도 큰 상황이다.

관전 포인트는 애플 동맹 유지, 전장 및 기판 분야 확장 등이 꼽힌다. 애플과의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는 한편 신사업 육성을 통한 의존도 축소라는 다소 모순적이면서도 필수적인 과제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CEO(왼쪽)와 문혁수 LG이노텍 CEO

◇회사 키우고 디스플레이 구원투수 된 '40년 LG맨'

정 사장은 지난 2019년부터 LG이노텍 수장으로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쳤다. 수익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면서 재편에 나선 것. 그는 첫해부터 무선충전모듈 사업과 고밀도 회로기판(HDI) 사업을 정리했다. 전자는 켐트로닉스에 넘겼고, 후자는 중국 쿤산법인을 처분하는 동시에 국내 인력 및 생산 자원은 반도체 기판 부문으로 전환했다.

이후 스마트폰 무선충전, 전자가격표시기(ESL), 가전용 열전모듈 등도 정리했다. 지난 2020년에도 큰 결심을 내렸다. 2008년부터 10년 넘게 적자가 계속된 발광다이오드(LED) 사업에서 철수했다. 조명용 LED, 백라이트유닛(BLU) 등이 공급 과잉 및 시장 축소로 이익을 내지 못한 탓이다. 대신 전기차 등에서 활용도가 높은 차랑용 LED 모듈 분야는 남겼다. 칩과 패키지는 타사로부터 조달하고 자체 반사 기술 등이 적용된 모듈 제작은 직접하는 구조다.

반면 심혈을 기울인 쪽에서는 효과가 두드러졌다. 가장 큰 매출을 담당하는 광학솔루션사업부는 고성능 트리플 카메라, 비행시간거리(ToF) 3차원(3D) 센싱 모듈, 폴디드줌, 차량용 카메라 모듈 등 고부가가치 제품이 늘면서 실적은 대폭 개선됐다.

반도체 기판은 무선주파수 패키지 시스템(RF-SiP)용 기판, 5세대(5G) 이동통신 밀리미터파 안테나 패키지(AiP)용 기판, 플립칩(FC)-칩스케일패키지(CSP) 등 주력 상품에 이어 FC-볼그리드어레이(BGA)를 추가하면서 미래 먹거리를 확보했다.

또 다른 기대주 전장부품은 양과 질 동반 성장을 이뤄내면서 매년 매출이 증대되고 있다. 영업이익의 경우 3년 연속 마이너스였으나 올해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뒤 우상향을 지속할 것으로 관측된다.

결과적으로 LG이노텍은 4년 연속 사상 최대 경영성과를 창출했다. 2019년 7조9754억원에서 2020년 9조5418억원, 2021년 14조9456억원, 2022년 19조5894조원으로 고속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2018년까지 2000억원대에 머무르다가 2019년 4031억원, 2020년 6810억원, 2021년 1조2642억원, 2022년 1조2718억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앞서 정 사장은 2025년 '1조 클럽'을 목표로 했으나, 계획보다 더 이른 시점에 달성하게 됐다.

대외적으로도 한국PCB&반도체패키징산업협회(KPCA)를 이끌면서 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기업 계열사 CEO가 해당 협회장을 맡은 것은 처음이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정 사장은 지난 3월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제50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최고 영예인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LG디스플레이 CEO로 자리를 옮겼다. 1984년 LG그룹에 발을 들인 정 사장(LG반도체 입사)은 과거 LG디스플레이에서 생산기술 담당 상무, 생산기술 센터장, 최고생산책임자 등을 역임한 바 있다. LG디스플레이로 돌아온 정 사장은 6개 분기 연속 적자에 그친 회사의 반등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재계에서는 해당 임무를 완수할 시 부회장까지 승진할 수 있어 정 사장에 새로운 기회라는 시각이 중론이다. LG전자에 속한 LG이노텍보다는 LG디스플레이가 부회장 체제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LG이노텍 '고배율 광학식 연속줌 카메라 모듈'

◇'70년대생'이 온다…사업 다각화 관건

정 사장 후임은 최고전략책임자(CSO)인 문혁수 부사장이 낙점됐다. 그는 1998년 LG전선(현 LS엠트론)에 입사했고, 2009년부터 지금까지 LG이노텍에서 근무했다. 2014년 광학솔루션개발실장, 2015년 광학솔루션개발담당(상무), 2018년 광학솔루션연구소장(전무), 2020년 광학솔루션사업부장(전무), 2022년 광학솔루션사업부장(부사장), 2023년 CSO(부사장) 등으로 커리어를 쌓아왔다.

이력에서 알 수 있듯 문 부사장은 '광학통'이다. 회사의 매출 70~80%를 차지하는 메인 사업부의 핵심 인물이기도 하다. LG이노텍은 문 부사장에 대해 "세계 최초 기술을 적용한 카메라 모듈을 지속 개발해 광학솔루션 사업을 글로벌 1위로 키우는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인공지능(AI), 딥러닝 등 DX기술을 생산 공정에 적극 도입해 제조 경쟁력을 높였다. LG이노텍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애플과의 밀월이 깊어진 데는 카메라 전문가인 문 부사장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이다.

올해는 회사 전략을 주도하는 CSO로서 신사업 발굴 및 포트폴리오 재편 등을 진행했다. 재계에서는 LG그룹에서 문 부사장을 차기 CEO로 염두에 두고 광학솔루션사업부 외 다른 부서를 미리 경험할 기회를 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CEO로서 전장 부품 사업 가속화, FC-BGA 사업 안정화 등을 이뤄낸다면 사장으로 승진할 명분을 쌓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애플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에 대한 우려도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LG이노텍은 최고재무책임자(CFO)도 바뀌었다. LG CNS CFO였던 박지환 전무가 새로 합류했다. 앞서 ㈜LG 전자팀, 지투알 CFO 등을 거친 바 있다. LG그룹이 글로벌 CFO 육성을 위해 미국 보스턴대학교 경영대학원과 개설한 CFO 양성과정 수료하기도 했다.

문 부사장과 박 전무는 나란히 1970년생이다. 각각 전임자보다 9살, 3살 어리다. '70년대생' CEO와 CFO가 부임하면서 확 젊어진 조직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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