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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두 상장 후폭풍]SK하이닉스 공백이 '결정타'…당국도 들여다볼까⑤1000억 실적 공백 원인..."특정 기업의존도 등 세밀한 검사 필요"

손현지 기자공개 2023-11-28 07:24:12

[편집자주]

국내 최초 '팹리스 유니콘' 파두가 상장 후 첫 분기부터 어닝 쇼크를 기록하며 기업공개(IPO)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공모 당시 제시한 로드맵과 현실간 괴리가 너무 커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더벨은 파두 실적발표 전후 제기된 문제들을 살펴보고 향후 특례상장제도와 IPO 시장에 끼칠 파장을 짚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4일 10: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파두사태의 원인이 SK하이닉스발 매출 공백 때문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초 미래가치를 추정할 때 반영했던 SK하이닉스 수주 계획이 갑자기 어그러지면서 1000억원 가량에 달하는 실적 공백이 발생했다.

SK하이닉스가 갑자기 수주 계획을 바꾼건 고금리 기조에 낸드플래시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 등의 위축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최전방산업 메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애플 등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용업체)들이 긴축기조로 돌아서면서 투자집행 계획을 뒤로 미뤘고, 연쇄적으로 SK하이닉스까지 영향을 받은 것이다.

파두의 매출처에서 SK하이닉스가 큰 비중을 차지한 건 분명하다. 당국이 기술특례상장 도전하는 기업들의 실사 과정에서의 개선안을 내놓기로 한 가운데 특정 기업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았던 부분을 지적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거래소, 매출처 다변화 심사 강화하나

익명을 요청한 증권사 ECM 실무팀에게 파두사태의 원인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파두는 관계회사 임직원이 SK그룹과 친인척 관계에 있는 탓에 SK하이닉스와 거래량이 특히 많은 편이었다"며 "이번에도 SK하이닉스와 예정돼 있던 1000억원 이상 거래가 무산되면서 2~3분기 실적이 급감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파두는 지난 8일 3억대에 불과한 3분기 매출을 공시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2분기 실적은 5900만원에 그쳤다는 사실도 나중에 드러났다. 파두는 금융당국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올해 연간 매출액 자체 추정치로 1202억원을 제시했었다. 지난 8월 상장한 파두의 공모가는 3만1000원으로 시가총액은 1조4897억원에 달했었다.

통상적으로 거래소가 상장심사를 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게 매출처가 한곳으로 편중되어 있는지 여부다. 파두처럼 SK하이닉스향 거래에 변동이 생겼을 때 실적공백이 생겨버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만 이번에 거래소는 관련 사항에 대해서 지적하지 않았다.

기술특례상장 제도하에선 공모가를 산정할 때 미래가치 추정치를 반영한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단기수익이 아닌 미래가치에 초점을 맞춰 미래가치 추정치를 할인하는 방식으로 밸류를 산정한다. 때문에 미래가치를 적절하게 산정하는지 여부는 기업실사를 담당하는 주관사와 심사를 맡은 거래소에 달려있다.

거래소는 최근 금융당국, 금융투자협회 등 유관기관들과 함께 기술특례상장 제도 손질에 나선 상황이다. 특히 기업실사 과정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24일부터 증권사 IB헤드들을 소집해 의견을 듣기로 했다.

다만 얼마나 실효성 있는 논의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통상적으로 기업실사는 재고자산 수불부가 제대로 기입됐는지를 확인하는 등 절차는 어느정도 비슷하다. 질적으로 얼마나 세밀한 심사를 해내느냐가 핵심이다.

◇주관사"실사는 문제 없었다, 고금리·낸드가격하락 원인"

SK하이닉스 발주가 중단된 건 사실상 전세계적으로 드리워진 금리인상 기조와 반도체 시장 위축 변수에 따른 영향이 크다. 주관사였던 NH투자증권 입장에서도 해당 변수까지 예상하기란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물론 NH증권이 파두의 매출실적 추이가 분기별로 들쭉날쭉 불규칙하다는 리스크는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 당초 밸류에이션을 할 때도 2023년을 제외한 2024~2025년 매출 추정치를 기준으로 삼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NH투자증권 한 관계자는 "파두의 2022년 매출액을 보면 회사의 사업계획과 실제 매출액이 약 90% 정도 일치했다, 하지만 한두 분기 정도는 매출이 이연되는 경우가 있었기에 2023년 추정치는 밸류산정 때 제외시켰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가 추정한 파두의 미래추정치는 이렇다. 2023년 매출은 1분기 180억원, 2분기 40억원, 3분기 40억원, 4분기 1000억원 수준이었다. 과거의 사례를 비춰봤을 때 실적이 한두분기 이연되는 사례가 있었기에 4분기가 불확실했고 2024년부터 2개년을 반영했다. 통상적으로 SSD 컨트롤러를 개발을 완료해도 매출이 발생하기까지는 최소 2, 3년이 걸린다.

기술성에 대해선 의심하지 않았다. 파두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중에서도 월등한 기술성을 인정받고 있다. IPO를 앞두고 진행한 기술성 평가에서도 2곳의 평가 기관에서 각각 AA와 A등급을 받았다.

앞선 관계자는 "매출이 한두분기 이연될 수 있다는 점은 사전에 인지해서 증권신고서 투자위험요소에 기재를 했었고 실사는 부실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도 "올해처럼 고금리와 낸드가격 하락 등에 따라 투자집행시기가 미뤄진 것까진 예상을 못했다"고 설명했다.

◇파두의 공식입장 "실적 4분기부터 가시화될 것"

파두는 4분기 실적부터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요가 느려질 수는 있어도 챗GPT나 인공지능(AI) 등으로 인해 메모리 수요는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따. 파두는 삼성전자와 함께 고성능 SSD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회사로 꼽힌다. SSD는 영구적으로 쓰는 게 아니라 3년마다 교체해야 하니까 교체 수요도 꾸준하다.

파두는 지난 17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낸드 가격이 3분기를 저점으로 4분기부터 바닥을 찍고 상승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다소 늦은 해명으로 여겨진다. 당초 대표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파두 측에 투자자 간담회를 진행할 것을 권유했었지만 이지효 파두 대표가 영업차 미국에 머물면서 대응이 늦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도 내년 1분기부터 D램 시장이 회복국면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낸드 시장의 경우 D램보다는 늦는 편이라 2분기 정도부터 회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따라 파두의 실적도 늦어도 내년 3분기부턴 개선될 것으로 예상을 하고 있다. SK하이닉스향 납품도 곧 재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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