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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머니에 내준 엑스포, 국가 위상·네트워크 '값진 자산'으로 리야드 119표-부산 29표 큰 격차...재계, 신시장 개척 기회 발굴 긍정적

정명섭 기자공개 2023-11-29 09:15:08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9일 08: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머니'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부산이 2030 세계박람회를 유치하는 데 실패했다. 일찌감치 유치전에 나선 사우디에 맞서 정부와 재계는 '원팀'으로 뭉쳐 막판 역전을 노렸지만 아쉬운 결말을 맞이했다. 다만 엑스포 유치전에서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는 값진 자산으로 남았다. 한국의 위상이 이전보다 크게 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28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진행된 국제박람회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사우디 리야드가 119표, 한국 부산이 29표, 이탈리아 로마가 17표를 얻었다.

사우디는 투표에 참여한 165개국의 3분의 2 이상인 110개국의 지지를 받아 결선 투표 없이 2030년 엑스포 유치에 성공했다. 1차 투표에서 사우디가 3분의 2 이상의 표를 얻지 못하게 하고 이탈리아를 탈락시킨 후 결선 투표에서 사우디를 누르겠다는 우리나라의 '2위 전략'은 수포가 됐다.

사우디는 한국보다 엑스포 유치전에 먼저 뛰어들었다. 엑스포 유치에 78억달러(약 10조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공언했다. 개발 차관과 기금을 제공하는 식으로 아프리카 회원국들을 포섭했다. 사우디 인사들이 각국 정부를 만날 때 최고급 시계와 현금다발을 들고 다닌다는 소문도 있었다. 사우디는 지지표를 굳건히 지키면서 한국의 막판 뒤집기를 허용하지 않았다.

부산이 예상보다 큰 표 차이로 패하면서 정부와 재계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부산엑스포유치위원회 위원장인 한덕수 국무총리는 투표 직후 "국민의 열화와 같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송구스럽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2035년 엑스포 유치에 다시 도전할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엑스포 유치전이 아쉬운 결말을 맞이했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것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BIE 회원국 182개국에 지지를 호소하며 쌓인 네트워크가 대표적이다. 국내 12대 그룹은 지난해 6월 엑스포 민간유치위원회 출범 이후 총 175개국의 정상과 장관 등 고위급 인사 3000여명을 만났다. 이들과 개최한 회의는 1645회다. 이 중 절반은 그룹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했다.

주요 그룹은 경제적 교류가 적었던 국가들과 접촉할 수 있었다. SK그룹의 경우 아프가니스탄과 아르메니아, 리투아니아, 몰타 등을 공략했다. SK는 최태원 회장 외에도 그룹 주요 CEO들이 유치 활동에 모두 나서 새로운 시장을 발굴했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페루와 칠레, 바하마, 그리스 등을 대상으로 유치전에 나섰다. LG그룹은 케냐와 소말리아, 르완다를 방문했다. 신시장 개척과 공급망 다변화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사업 기회로 연결될 수 있는 요인들이다.

최 회장은 지난 7월 외신기자들과 만나 "전 세계 시장이 과거에는 WTO 체제에서 하나의 원마켓처럼 행동되고 했었지만 지금은 전부 파편화되다 보니 한국 같이 수출을 위주로 하는 국가들이 힘들어졌다"며 "이에 과거에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작은 시장도 찾아야 하는 노력이 필요해졌는데, 엑스포 활동은 상당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엑스포 유치전에서 한국의 위상이 크게 올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투표 결과 발표 이후 논평에서 "각 나라들은 소비재부터 첨단기술, 미래 에너지 솔루션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한국과 파트너십을 희망했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금번 유치활동은 경제·문화적으로 발전된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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