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가격 또 올랐다…삼성·SK '흑자 임박' 짙어진 감산효과, 공급자 우위 회귀 전망…HBM·DDR5 효자 노릇
김도현 기자공개 2023-12-06 13:03:49
이 기사는 2023년 12월 01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모리의 봄이 다가오고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2달 연속 동반 상승한 영향이다. 고대역폭 메모리(HBM)이라는 확실한 요인이 있었던 D램과 달리 '킬러 아이템'이 없던 낸드까지 오름세에 접어든 건 고무적이다.통상 메모리 제조사와 구매사는 분기마다 단가 협상을 진행한다. 이에 따라 1월, 4월, 7월, 10월 등 각 분기가 시작하는 달의 변동 폭이 큰 편이다. 4분기 중간인 11월에 가격이 오른 것도 주목할 지점이다. D램은 2017년, 낸드는 2016년이 마지막 '11월 향상'이었다. 두 해는 메모리 호황기로 꼽히는 시기다.
◇살아나는 메모리 시장, 2024년 40% 이상 확장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범용제품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8기가비트(Gb) D램의 11월 고정거래가격 평균은 1.55달러다. 전월대비 3.33% 증가한 수치다. 10월(15.38%)에 이어 2개월째 상승 곡선을 그렸다.
같은 기간 메모리카드용 범용제품 128Gb 멀티레벨셀(MLC) 낸드의 고정거래가격 평균은 4.09달러다. 전월대비 5.41% 오른 것으로 역시 2달 연속 상향 조정됐다. 심지어 10월(1.59%)보다 상승 폭이 컸다.
10월 메모리 가격이 반등한 것은 2021년 7월 이후 2년3개월 만이었다. 장기간 동결 또는 하락에 그치다가 단비가 내린 셈이다. 11월에도 흐름을 유지하면서 일회성에 머무르지 않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2개월째 호조는 2020년 상반기 이후 첫 사례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상식에 비춰볼 때 가격이 올랐다는 건 수요가 늘었다는 뜻이다. 장기간 이어진 메모리 공급과잉이 끝나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D램 부문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진 바 있다. 삼성전자, 마이크론의 경우 적자 폭을 크게 줄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 빅3는 메모리 재고도 꾸준히 축소해나가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올해 4분기부터 D램 공급 부족 사태가 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말부터 이어온 감산 전략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고객의 메모리 구매가 재개된 점도 한몫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 등 고부가 메모리가 평균판매가격(ASP) 인상을 주도한 가운데 구형(레거시) 제품도 오름세에 접어드는 추세"라며 "조만간 공급자 우위 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도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WSTS는 내년 메모리 시장 규모를 1297억6800만달러(약 169조원)로 전년대비 44.8% 성장한다고 내다봤다. 이 시기에 아날로그, 마이크로, 로직 반도체가 각각 3.7%, 7.0%, 9.6% 커지는 것에 비하면 압도적인 반등세다.
이러한 배경에는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 등이 있다. 전자는 HBM 판매를, 후자는 DDR5 출하를 견인했다. 트렌드포스는 "PC 제조사가 계속해서 재고를 축적하면서 DDR5 등 가격이 내년 1분기에도 오를 것"이라며 "낸드의 경우 제조사가 공급량 조절을 지속한다면 내년 상반기 내내 가격이 우상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삼성전자·마이크론, HBM 수혜 본격화…시스템반도체도 기대
올해 메모리 겨울 속에서 손난로 역할을 했던 건 HBM이다. 생성형 AI 등장으로 전용 서버 수요가 대폭 늘어나면서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짝으로 HBM이 급부상하면서다. 해당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발빠른 개발 및 양산으로 주도권을 잡았다. 그동안 4세대 HBM인 'HBM3'는 GPU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에 SK하이닉스가 독점 납품해왔다.
자존심을 구긴 삼성전자도 이제 기지개를 켠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달까지 엔비디아와 HBM3 검증을 완료한 뒤 내년부터 정식 공급에 돌입할 전망이다. 마이크론은 5세대 제품인 'HBM3E'로 직행한 만큼 가장 먼저 고객에 샘플을 제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뒤를 이었다.
결과적으로 올해보다는 내년에 HBM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생산능력(캐파)보다 수요가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 전체 파이가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되면 치열한 경쟁과 별개로 각각 거둬들이는 수익은 동등하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엔비디아 대항마인 AMD, 인텔 등이 GPU 분야에서 성과를 낸다면 메모리 기업의 주가는 더욱 높아지게 된다.
이같은 분위기로 SK하이닉스는 이르면 이번 4분기에 전체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적자를 끝낼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는 2024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사업에서 각각 14조원, 8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컨센서스를 내놓고 있다.
관건은 메모리 업계가 감산을 언제까지 이어갈지, HBM 등 캐파 증대를 어느 규모로 단행할지 등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삼성전자가 키를 쥘 것으로 예견된다. 올해 다소 늦은 감산 결정으로 손실이 커진 경험이 있다. 따라서 과거 치킨게임을 주도한 것처럼 내년에는 공격적인 행보가 유력하다.
또 다른 측면에서도 메모리 반등은 플러스 요인이다. 서버와 정보기술(IT) 기기에는 메모리가 투입되지 않는다. 즉 CPU, GPU, 이미지센서, 전력관리칩(PMIC),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시스템반도체 구매할 여지가 생겼다는 뜻이다.
실례로 최근 삼성전자는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이미지센서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전해진다. 스마트폰 등 주요 응용처가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및 설계전문(팹리스) 회사들도 동시다발적으로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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