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 Blue]'정치 테마' 반짝 심텍홀딩스, 반도체 업황 회복 관건'실적 악화' 밸류에이션 타격, 자회사 원팀 전략 'IR 소통 강화'
정유현 기자공개 2023-12-05 08:35:38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04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반도체 시장에 한파가 불어 닥치며 대기업은 물론 소부장(소재·부품·장비)기업들도 올해 혹독한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감산과 설비투자 축소에 나서면서 후방업체들도 수주 가뭄에 시달린 것인데요. 이에 따라 실적뿐 아니라 주가에 힘이 빠진 곳이 대다수입니다.
최근 업황과는 무관하게 주가가 반응한 곳이 있습니다. 인쇄회로기판(PCB) 1위 업체인 심텍의 지주사인 심텍홀딩스입니다.
지난해 3월 한때 6000원을 돌파했던 주가는 실적 악화와 맞물리며 하향세를 탔습니다. 올해 8월까지 약 1년간 3000원대 박스권에 갇혔다가 8월부터 2000원대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다 최근 주가가 반짝 급등했습니다. 개인 매수세가 급격히 증가하며 주가가 다시 3000원을 넘었습니다. 11월 들어 거래량이 10만주 이하였던 종목의 거래량이 11월 24일부터 30일까지 5거래일간 3200만주가 넘게 거래됐습니다.
내부에서도 거래량 급등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했습니다. 특별한 이슈가 없다는 입장이었는데요. 자세히 살펴보니 심텍홀딩스의 본사 위치가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친 모양입니다. 심텍 주가도 잠시 들썩였습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총선 출마설이 제기됐는데 출마 지역으로 거론되는 곳이 바로 청주 흥덕구입니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매번 비슷한 패턴의 정치 테마주가 양산되고 있는 가운데 심텍홀딩스의 주가도 ‘억지춘향’식으로 매수 우위를 점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힘 빠졌던 주가에 혈색이 도는 것은 사실 따지고 보면 나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주요 자회사인 심텍이 반도체 업황 회복 지연에 따라 영업 가이던스를 대폭 낮추는 등 올해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건실한 기업입장에서는 테마주로 주가가 오르는 것이 반갑지 않습니다. 심텍홀딩스의 주가의 근본은 심텍의 펀더멘탈(기초체력)입니다. 반도체 업황 개선 흐름을 타고 실적 업턴(상승 반전)을 통한 주가 부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Industry & Event
우선 반도체 업황 반등에 대한 기미가 보이고 있는 긍정적 상황입니다. ‘업황 바로미터’인 메모리 거래 가격이 10월과 11월 두 달 연속 상승세를 이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메모리 업체의 감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심텍홀딩스의 핵심 자회사인 심텍의 메모리향 반도체 매출이 85% 수준인데요. 메모리 업황과 심텍 실적이 메모리 업황과 연동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D램 가격이 상승하고 출하량이 증가하는 것이 좋은 것은 메모리반도체 인쇄회로기판(PCB) 수주로 이어지기 때문인데요.
심텍홀딩스는 오랜 기간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업을 앞세워 성장한 기업입니다. 1987년 설립한 충북전자를 모태로 합니다. PCB 국산화에 성공한 ‘국가대표’ 기업 중 한 곳이죠. 세계 시장 점유율도 1위에 올랐습니다. PCB는 전자기기의 부품을 표준화된 방식으로 고정·연결하기 위해 배선을 패턴화한 기판을 말합니다. 2000년대 정보화 시대에 들어 다양한 전자기기의 보급으로 시장이 확장하면서 PCB 제조업도 규모를 키웠습니다.
심텍 그룹은 2015년 사업 효율성 극대화 차원에서 지주회사로 전환했습니다. 심텍홀딩스는 지주사로 각종 투자를 위한 환경을 마련하고 핵심 자회사는 제조업에 전념할 수 있는 구조를 짰습니다. 핵심 자회사는 역시나 심텍입니다. 심텍홀딩스는 지주사이기 때문에 실적이나 주가는 심텍의 성과와 연결 지어 보는 게 맞습니다.
심텍은 반도체 고객사들의 메모리 추가 감산과 시스템 반도체 재고조정 영향을 받으며 올해 1분기부터 영업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심텍이 경쟁사 대비 DDR5 비중 상승 속도가 더딘 점 등을 실적 부진의 배경으로 꼽고 있는데요. 심텍의 성과는 심텍홀딩스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지난해 심텍홀딩스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998억7429만원으로 최근 3년 내 가장 많은 이익을 냈는데, 올해는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적자는 1098억5518만원 수준입니다.
특히 심텍이 최근 올해 연간 실적 가이던스를 대폭 낮췄습니다. 심텍은 올해 연결 기준 매출액을 6618억원에서 5936억원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영업이익은 375억원에서 25억원으로 93% 줄여 공시했습니다.
고부가가치 제품군인 미세회로제조공법(MSAP) 기판 위주로 수요가 회복할 것으로 전망한것인데 하반기들어 분위기가 달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전방시장 수요 둔화가 이어지고 반도체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서 보수적 관점에서 가이던스를 재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Market View
심텍홀딩스는 아무래도 지주사 특성상 증권사 리포트가 많지 않습니다. 심텍홀딩스의 핵심인 심텍을 통해서 시장의 뷰를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심텍이 PCB 분야 1위이고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인만큼 최근 6개월 간 약 7곳의 증권사에서 약 스무 건의 리포트가 발간됐습니다.
최근 발간된 리포트 대부분 3분기 심텍의 적자 배경을 짚었고 4분기 흑자전환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실적이 예상을 하회하는 것은 기판 고객사들의 재고 보충(restocking)이 이뤄지고 있으나 속도가 기대한 것보다 느리다고 짚었습니다.
11월 7일 리포트를 발간한 현대차증권 박준영 연구원은 "DDR5용 BoC, 서버 DDR5용 모듈 PCB, GDDR6용 패키지 기판 등은 지속적으로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며 "메모리 업황이 반등하는 시점에서 4분기에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다"고 진단했습니다.
하나증권 김록호 연구원도 4분기 흑자 전환을 전망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9~10월 약했던 수요가 11~12월에는 일부 회복되며 가동률이 상승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GDDR6향 메인 공급 업체로서 최근에 수요가 집중되는 AI 관련 GPU 수혜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대신증권도 4분기 흑자전환에 힘을 실었습니다.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있지만 목표주가에는 힘을 빼는 모습입니다. 11월 초 3분기 실적 발표 후 6건의 리포트가 나왔는데 이 중 4곳이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습니다.
물론 반대 목소리도 있습니다. SK증권은 심텍의 4분기를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수주 증가 흐름이 멈췄고 BoC 기판 매출 비중이 줄고 있다"며 "저부가 기판이기에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제품군이지만 PC 수요가 내년에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점을 고려하면 아쉽고 DDR5 비중 상승세도 저조하다"고 평가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심텍홀딩스는 심텍과 함께 주기적으로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두 곳이 '원팀' 전략으로 같은 날 IR을 개최하고 투자자들에게 업황과 사업 상황에 대한 소통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자공시 상에서 살펴보면 매 분기 실적 발표 후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매년 4번 정도 공식적인 IR 행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집계됩니다.
최근의 주가 상황은 사실 반도체 업황과 궤를 함께합니다. 물론 정치 테마주로 상승한 거품을 제거하고 본 것입니다. 반도체 업황 둔화에 따라 실적이 악화된 것이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진단됩니다. 실적 발표 후에 주가가 움직이는 흐름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11월 3일 영업실적 공시 후 심텍홀딩스의 주가는 내림세로 전환했습니다. 3일 2605원에 거래를 마친 심텍홀딩스 주가는 6일과 7일에는 변동이 없다가 8일부터 13일까지 4영업일 간 연속 하락했습니다.
물론 심텍홀딩스와 심텍의 주가는 조금 다르게 움직입니다만 크게 보면 패턴은 같아보입니다. 결국 심텍그룹의 주가는 실적 개선이라는 '정공법'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가야 하는 상황으로 해석이 됩니다.
심텍홀딩스 IR 관계자는 "매 분기마다 잠정실적 및 실적 전망발표를 통해 투자자와의 소통을 투명하고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며 "투자자 신뢰도 향상 및 정보 비대칭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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