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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상장 다시보기]물적분할 5년 넘긴 SSG닷컴, 자발적 보호책 내놓을까⑤내년 되면 거래소 정성평가 대상 벗어나…"모회사 주주 영향 고려 않는 기계적 기준 문제"

최윤신 기자공개 2023-12-07 13:10:18

[편집자주]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은 지난해 국내 증시의 가장 큰 화두였다. 자본시장의 문제 제기에 당국은 속도감 있게 관련 제도를 마련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불만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주주가치 훼손을 야기한 중복상장이 아니라 물적분할에 치중한 규제였기 때문이다. 이에 더벨은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추진되는 중복상장 사례들을 들여다 보고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규제의 불합리성을 짚어보기로 했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05일 10: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SG닷컴이 올해 말 설립된 지 만 5년을 맞는다. 물적분할로 설립된 기업으로 기업공개(IPO)를 계획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립 5년을 넘긴다는 의미는 크다. 물적분할 자회사에 적용되는 모회사 주주보호노력에 대한 심사 대상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실제 SSG닷컴은 그간 미뤄왔던 상장 작업을 내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럴 경우 공교롭게도 정부가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을 규제하는 ‘5년’이 경과한 직후 상장에 나서는 게 된다. 쉽지 않았던 IPO 시장상황의 영향이 지대하지만 ‘규제 회피’라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일각에선 대기업 계열사인 SSG닷컴이 상장 추진 과정에서 규제와는 무관하게 모회사 주주들에 대한 주주가치 보호책을 제시할 수 있을거란 전망도 내놓는다.

◇ 올해까진 규제대상, 내년이면 벗어나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SG닷컴은 미뤄왔던 IPO 작업을 재개한 상태다. 주관사와 상시적인 미팅을 진행하며 상장 시기와 밸류에이션 방식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SG닷컴 측은 구체적인 상장 추진 시점은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SSG닷컴이 빠르면 내년 중 IPO를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선 SSG닷컴이 올해 말 분할 설립 5년을 넘어선다는 데 주목한다. 내년 이후 상장 추진에 나설 경우 물적분할 상장 관련 규제의 영향에서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논란과 관련해 상장사의 물적분할 과정에서 소액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 등을 보장하도록 했다. 이미 물적분할 한 기업은 분할 후 5년 이내에 상장 추진 시 거래소의 상장심사에서 모회사 주주가치 보호노력에 대해 정성적 평가를 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SSG닷컴은 거래소의 정성적 평가 대상이 될 것으로 여겨졌다. SSG닷컴이 사실상 2018년 말 물적분할로 설립된 기업이기 때문이다. 2018년 12월 27일 이마트와 신세계의 온라인 사업부가 각각 물적분할됐고, 해당 회사들이 2019년 3월 합병해 현재의 SSG닷컴이 됐다.


하지만 IPO는 예상보다 미뤄졌고, SSG닷컴은 규제의 영향권에서 서서히 멀어져갔다. 물적분할 5년이 경과하는 내년 이후 예비심사를 청구한다면 정성적 평가를 받지 않게 된다. 모회사인 이마트 주주들에 대한 보호노력을 기울이지 않더라도 상장예비심사를 통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SSG닷컴이 IPO 시점을 늦춘 게 규제 회피를 위해서라고 보긴 어렵다. SSG닷컴은 당초 2022년 중 상장 추진이 예상됐던 회사다. 하지만 2022년 하반기부터 IPO 시장이 급격히 침체했고, 이커머스를 포함한 플랫폼 기업들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도 크게 반전됐다. SSG닷컴이 목표로 한 기업가치로 IPO를 추진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SSG닷컴이 내년 이후 상장에 나설 경우 모회사 주주가치와 관련한 논란에서 자유롭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SSG닷컴 설립 이후 이마트와 신세계의 주가가 장기 저평가된 상황임을 고려할 때 상장이 현실화 하는 시점에 주주들의 반발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SSG닷컴이 이마트와 신세계의 사업역량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거두고 있는 만큼, 일찍이 물적분할을 했다고 해서 모회사의 주주가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보긴 어렵다”며 “물적분할 이후 5년이라는 기계적 기준으로 정성적 평가의 적용여부를 가르는 규제 방식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 규제 무관한 주주가치보호책 나올까

일각에선 SSG닷컴이 상장을 추진하며 거래소의 심사와는 관계없이 모회사 주주들을 대상으로 주주가치보호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고 바라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물적분할 자회사 중복상장 문제가 대두한 이후 대기업집단을 중심으로 규제와 무관하게 자발적 주주친화책을 준비하는 사례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신세계그룹이 국내 굴지의 대기업집단인 만큼 실제 규제의 대상여부와는 관계없이 모회사 주주친화책을 내놓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분할 설립된 SK온은 IPO시 SK이노베이션 주주와 주식교환을 추진하는 등 모회사 주주보호방안 마련을 공언한 바 있다. 물론 SK온은 2021년 9월 물적분할해 아직 설립 5년차까지 많은 시간이 남았다. 다만 5년을 넘긴 상태에서 예비심사를 청구하게 될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모회사 주주보호책을 공언했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

KT에서 분사한 KT클라우드도 IPO를 추진할 경우 모회사 주주가치 보호 방안을 마련한 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KT클라우드의 경우 물적분할이 아닌 현물출자 방식으로 설립돼 규제의 영향에서 자유로움에도 이런 방안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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