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집단 톺아보기]네이버파이낸셜의 넘치는 현금…사실은 '그림의 떡'⑥순현금만 2조 이상, 대부분 SME 정산용…계열사 일부 유동성 지원
원충희 기자공개 2023-12-14 07:30:13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06일 09:5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네이버의 테크핀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은 그룹 내에서 가장 현금부자다. 2조원 넘는 순현금 가운데 일부는 계열사 지원으로 활용하며 유동성 온기를 나눠주고 있다. 다만 현금의 대부분은 뜻대로 꺼내 쓰지 못하는 '그림의 떡'에 가깝다.네이버 본사의 커머스 사업 대금정산에 묶여 있는 돈이기 때문이다. 막대한 현금을 상시 비축해둬야 하는 탓에 네이버가 조 단위 인수합병(M&A)을 진행할 때도 네이버파이낸셜의 현금은 손대지 않았다.
◇네이버 자회사 중 매출 최대, 영업이익률은 5% 남짓
네이버파이낸셜은 2019년 11월 금융서비스 강화를 위해 네이버 사내독립기업(CIC)으로 있던 네이버페이가 물적 분할한 곳이다. 미래에셋증권 등 미래에셋그룹이 지분투자를 통해 2대주주로 들어왔다. 지분은 보통주 기준 네이버가 89.21%, 미래에셋그룹이 나머지를 갖고 있다. 자본이 필요하다기보다 제휴 금융회사 확보를 위한 목적이 더 컸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출범 때부터 5000억원에 육박한 실탄을 갖고 시작했다.
간편결제를 시작으로 2020년 8월부터 본인신용정보관리(마이데이터)업과 이를 접목한 대출서비스를 영위했다. 자동차보험과 할부·대출 등 자동차 관련 서비스, 부동산 서비스도 연계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핵심은 간편결제다. 네이버쇼핑에 입점한 중소상공인(SME)들을 상대로 결제와 대금지급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세를 키웠다.
네이버의 이커머스 사업이 쿠팡과 함께 국내 양강구도를 이루는 만큼 네이버페이 결제액도 무섭게 성장했다. 올 7월 기준 월간 5조2000억원을 돌파할 정도다. 네이버의 커머스 사업이 커질수록 네이버파이낸셜의 실적도 늘어나는 구조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 국내 자회사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출범 1년 만인 2020년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2021년에는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네이버 국내 자회사 중에서 첫 매출 1조원을 달성한 곳이다. 작년 말 네이버파이낸셜의 매출액은 1조2572억원, 그룹 전체에서 약 14% 정도다.
다만 영업이익률은 5%도 안 될 만큼 수익기여도가 낮다.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네이버클라우드의 영업이익률이 10%, 매출 1조원이 안 되는 네이버웹툰이 11.7%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두드러진다. 페이먼트 사업 특성상 인프라 구축과 마케팅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는 탓이다. 카카오페이, 페이코 등 간편결제 업체들 상당수가 아직 적자인 점을 감안하면 수년 간 흑자를 유지 중인 네이버파이낸셜은 오히려 선방하고 있다.
◇SME 51만명 대상 '빠른정산' 제공, 돈 많아도 배당 안해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 본사보다 돈이 많은 현금부자다. 네이버의 지난해 말 별도기준 현금성자산이 1조3558억원인 반면 네이버파이낸셜은 2조1147억원에 이른다. 차입금이 43억원으로 순현금(현금성자산-총차입금)만 2조원이 넘는다. 네이버클라우드나 스노우 계열사 등 급전이 필요한 곳에 돈을 빌려주며 유동성 지원 역할도 톡톡히 한다. 그룹의 현금창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금흐름도 좋다.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된 현금이 지난 한해 4407억원이다. 투자로 4822억원의 현금 순유출(-)이 있지만 대부분 당기손익-공정가치 금융자산 등 유동성 자산 취득에 쓰였다. 이는 사실상 현금성자산으로 분류된다.
다만 네이버가 조 단위 M&A를 진행할 때 외부차입이나 보유자산 처분으로 자금을 마련할 뿐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의 현금은 손대지 않았다. 이 돈의 대부분은 네이버쇼핑(스마트스토어)의 SME들 정산대금 목적으로 쌓아놨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 사업자가 51만명에 이르는 데다 주문 후 약 3일 만에 정산한다는 '빠른정산'을 추구하면서 상당량의 현금을 비축할 필요가 있다. 이는 네이버가 2020년 12월부터 시작한 선정산 서비스로, 집화처리 다음 날 100% 정산을 제공하며 올해 3월까지 누적 21조5000억원에 달하는 대금을 무료로 선정산했다. 빠른정산을 경험한 사업자 중 SME 비중은 85%에 이른다.
네이버파이낸셜이 2조1100억원 넘는 현금성자산 가운데 자의로 쓸 수 있는 유동성은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자본적지출을 제외한 잉여현금흐름 4316억원 정도일 것으로 추산된다. 돈이 넘치지만 2019년 11월 분사 이후 모회사 네이버에 한 번도 배당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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