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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인사 코드]위기 관리 무게 실은 롯데지주금융 계열사 출신 고정욱 재무혁신실장 체제 지속, 롯데건설 잔존 우발채무 부담 해소 과제

김형락 기자공개 2023-12-11 15:21:59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THE CFO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07일 16:1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정욱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이 사장 승진과 함께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롯데건설 유동성 위기를 조기에 진화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고 사장은 롯데건설과 얽혀 있는 계열사 우발채무 위험 등을 관리하는 임무를 계속 수행한다.

고 사장은 2017년 롯데지주 출범 뒤 사장에 오른 두 번째 CFO다. 이봉철 전 호텔롯데 고문이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CFO)으로 있던 2018년 사장으로 승진했었다. 고 사장은 2021년 부사장으로 승진한 뒤 2년 만에 사장단에 합류했다. 부사장에 오른 뒤 3년 만에 사장단에 들어간 이 전 고문보다 빠른 승진이다.

롯데그룹은 전날 계열사 대표이사 14명을 교체하면서 지주사 CFO인 고 사장은 역할 변동 없이 직급을 한 단계 높여줬다. 재무 정책에 변화를 주기보다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고 사장은 금융 계열사인 롯데캐피탈에서 위험 관리 담당 임원, 대표이사 등을 지내며 리스크 관리 역량을 길렀다.


고 사장은 롯데캐피탈에서만 20년 가까이 일했다. 1992년 롯데건설에 입사해 호텔롯데(1998~2003년)를 거쳐 2003년 과장으로 롯데캐피탈에 합류했다. 롯데캐피탈에서 인사·총무·자금팀장, 경영전략본부 부본부장 등을 지내며 실무 경험을 쌓았다.

임원 배지도 롯데캐피탈에서 달았다. 2010년 이사대우로 승진하면서 RM(위험 관리)본부장을 맡았다. 이후 경영전략본부장(2011~2018년), 영업2본부장(2018년)을 거쳐 2019년 롯데캐피탈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2012년 이사, 2014년 상무, 2018년 전무로 직급도 올라갔다.

고 사장은 2021년 연말 임원 인사 때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롯데지주 세 번째 CFO로 부임했다. 고 사장에게는 전임 CFO들과는 다른 과제가 주어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지주가 그룹 전체 전략 수립·포트폴리오 고도화·신사업 추진 등 지주 본연의 업무에 주력하도록 하면서 고 사장을 지주사로 불러들였다.

이 전 고문은 '지배구조 개선 TF' 팀장으로 지주 전환 설계도를 그리고, 롯데지주 첫 CFO(2017~2019년)를 맡아 지주사 기틀을 잡았다. 추광식 롯데캐피탈 대표이사(부사장)는 2대 롯데지주 CFO(2020~2021년)로 계열사 지배력 확대를 통한 지주사 체제 안정화 등 후속 작업을 챙겼다.


고 사장은 지주사 CFO로 들어와 계열사 재무지표 관리 방안부터 손봤다. 지난해 재무전략TF를 신설해 각 계열사가 재무안정성 지표를 금융사가 제시하는 조건에 맞추도록 했다. 이번 사장 승진에도 재무전략TF 성과가 반영됐다. 재무전략TF를 이끈 백철수 상무보도 상무로 승진했다.

고 사장의 가장 큰 공로는 롯데건설 유동성 위기 진화다. 지난해 9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급속히 경색되면서 롯데건설의 부동산 PF 관련 우발채무 규모가 약 7조원까지 확대됐다. PF 유동화물 금리 상승으로 인한 차환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롯데건설에 유동성을 지원해 줘야 했다.

고 사장은 먼저 롯데그룹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롯데건설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3분기 이후 △기존 주주 유상증자(1782억원) △롯데케미칼 차입(5000억원) △롯데정밀화확 차입(3000억원) △우리홈쇼핑 차입(1000억원) 등으로 유동성을 만들었다.

롯데건설은 시중은행 여신한도를 늘려가면서 계열사 차입금을 조기 상환했다. 지난 1월에는 메리츠금융그룹과 1조5000억원 규모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매입 투자 협약을 체결하면서 단기적으로 PF 우발채무 차환 위험을 덜어냈다.

현금이 넉넉한 롯데그룹 계열사들도 힘을 보탰다. 롯데건설이 지급보증한 자산유동화 ABSTB를 매입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인 샤를로트제일차·제이차)에 메리츠금융그룹 계열사가 9000억원을 선순위로 대출하고, 롯데정밀화학이 3000억원, 롯데물산과 호텔롯데가 각각 1500억원씩 후순위로 대출하는 구조였다. 대여 기간은 내년 3월까지다.

롯데건설과 얽힌 계열사 신용보강 고리는 하나씩 풀어가고 있다. 롯데물산은 지난 3분기 말 기준으로 롯데건설 차입금 3502억원에 자금보충약정을 맺고 있었다. 지난달 롯데건설이 하나은행 차입금(2000억원) 만기를 1년 연장하면서 롯데물산이 제공하는 자금보충약정도 갱신했다. 같은 시기 롯데건설이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차입금(1000억원) 만기를 연장했지만, 롯데물산이 제공했던 자금보충약정은 해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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