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플로 모니터]SK에너지, 역대급 쌓인 곳간...신임 오종훈 사장의 활용법은친환경·에너지 솔루션 기업 전환 탄력...M&A로 사업 기회 모색 가능성
정명섭 기자공개 2023-12-15 07:19:46
[편집자주]
기업의 안정성을 보는 잣대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현금'이다.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나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기업은 우량기업의 보증수표다. 더벨은 현금이란 키워드로 기업의 재무상황을 되짚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2일 07:4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에너지가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상승, 배당·투자 축소로 지난 몇 년 사이에 현금을 두둑하게 쌓았다. 올해도 우호적인 정유 업황으로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이 유지되면서 잉여현금흐름이 1조원을 넘어섰다.2024년 정기인사에서 SK에너지의 새 수장에 발탁된 오종훈 사장(사진)에겐 더없이 좋은 출발이다. 친환경 연료전환, 주유소 연료전지 분산발전, 전기차 충전 서비스 등 그간 회사가 추진해온 친환경 사업 전환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질 전망이다. 유망 기업 투자를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제 유가 상승 덕...영업·잉여현금흐름 모두 1조원 돌파
SK에너지의 올해 9월 말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는 2조7361억원이다. 이는 최근 5년 사이에 가장 높은 현금보유고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 3조6814억원 중 단기성 차입금 8759억원(유동사채 7896억원·유동성 리스부채 863억원)을 전부 상환한다고 해도 약 1조8000원이 남는다.
이는 2021년부터 되살아난 현금창출력에 기인한다. SK에너지는 2021년 코로나19 봉쇄조치 완화로 인한 국제 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강세로 EBITDA(상각전영업이익) 1조1919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한 2020년에 1조4982억원 손실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EBITDA 증가 흐름은 2022년에도 이어졌다. 그해 2월에 발발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주요국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치를 내리자 국제 유가가 더 올랐다. 실제로 한달 후인 3월 한때 브랜드유와 서부 텍사스산 원유 모두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2008년 7월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였다.
이에 따라 SK에너지의 EBITDA는 2022년 3조863억원까지 늘었다. 그해 말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973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운전자금으로 4508억원을 지출한 점을 감안하면 꽤 양호한 현금흐름이라는 평가다.
올해는 2022년보다 현금창출력이 다소 약화하긴 했으나 영업활동 현금흐름 개선 기조는 계속되고 있다. SK에너지가 올해 9월까지 거둔 EBITDA는 3조6197억원이다.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75%나 증가한 수치다. 덕분에 회사의 9월 말 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조6328을 기록했다.
SK에너지가 2021년부터 배당을 중단하고 대규모 투자를 마무리하는 등 현금흐름을 제약하는 요소가 사라진 점도 곳간을 두둑하게 만든 요인이다. SK에너지는 2018년 9500억원, 2019~2020년에 각각 3000억원대의 배당금을 지출했으나 2021년부터 배당을 돌연 중단했다.
SK에너지는 2019년 약 2년간 감압 잔사유 탈황공정(VRDS) 투자에 1조원가량 투입한 이후 큰 규모의 자본적지출(CAPEX)은 없는 상태다. 올해 9월까지 CAPEX는 3329억원으로, 작년 수준(3451억원)과 유사하다. 벌어들인 현금은 늘어나는데 지출은 크게 줄어 올 들어 잉여현금흐름도 1조3022억원을 기록했다. 이 또한 최근 5년 사이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관전포인트는 '친환경 전환' 속도...유망 기업 추가 투자 가능성도
다음 관심사는 신임 대표이사의 현금 활용법이다. SK그룹 2024년 정기인사에서 SK에너지의 방향키를 잡은 인물은 오종훈 사장이다. SK에너지 P&M(플랫폼 앤 마케팅) CIC 대표(부사장)를 역임하다가 이번에 사장 승진과 함께 SK에너지 대표이사에 올랐다. SK에너지의 자금관리자인 김정수 재무실장은 유임했다.
SK에너지는 정유업이라는 본업 특성상 그룹 내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다. 그린(Green) 사업 전환 여부가 SK그룹 또는 SK이노베이션의 '넷제로' 달성에 큰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전임 조경목 사장은 "SK에너지가 넷제로 로드맵 실행의 선단에 서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오 사장은 취임 이후 굴뚝기업 이미지를 탈피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간 회사가 추진해오던 친환경 연료전환, 주유소 연료전지 분산발전, 전기차 충전 서비스 등의 친환경 사업 투자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SK에너지가 정유사에서 친환경·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내세운 신사업들이다.
일례로 SK에너지는 주유소 부지를 활용해 태양광·연료전지 등 친환경 충전 플랫폼을 구축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탄소 저감기술 확보, 바이오 연료 생산, 친환경 연료 교체 등의 사업도 단계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SK에너지가 보유 현금을 유망 기업 인수에 사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SK에너지는 SK㈜와 작년 8월에 미국 에너지업체 아톰파워의 경영권을 1억5000만달러(약 2000억원)에 인수했다. 아톰파워는 회로차단기를 통해 전력 사용량과 태양광 발전량, 전기차 충전량, 에너지저장장치(ESS) 충·방전량 등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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