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자금흐름 돋보기]돈맥경화에 막힌 '2023 중기비전'…인사 영향은④재무개선·성장동력 확보 계획 '난항', 인사 기조 '안정에서 쇄신' 무게
서지민 기자공개 2023-12-15 12:23:45
[편집자주]
CJ 그룹 안팎은 위기감으로 가득차있다. 지난해 그룹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들떠있었지만 올해는 주력 계열사들이 실적 부진에 직면하며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더벨은 지주사 CJ㈜ 현금곳간 변화를 통해 CJ 그룹이 처한 현 상황을 진단하고 각 계열사 별로 달라진 현금창출력과 위상을 점검, 곧 있을 연말 인사에 미칠 영향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3일 12: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그룹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들은 2022년 정기 인사에서 모두 유임하고 2023년 인사에서도 대부분 자리를 지켰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직접 발표한 2023 중기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였다.2023 중기비전이란 2023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입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미래 성장 기반을 다진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급격히 말라붙은 자금흐름이 제동을 걸며 수익성 관리와 외부 조달 전략 실행에서 성과가 미흡했다는 평이다. 2022년 대표 전원 유임 결정을 내리게 했던 2023 중기비전이 올해에는 인사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탄력적 재무정책과 호실적 힘입어 '10조 투자' 중기비전 제시
2021년 11월 이 회장은 C.P.W.S(컬처, 플랫폼, 웰니스, 서스테이너빌러티)라는 4대 성장엔진을 중심으로 한 중기비전을 밝혔다. 공격적인 M&A와 유·무형자산 투자로 레드바이오, 대체육, 버티컬 플랫폼 등 미래 사업군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약 2년 2개월간 10조원을 투자하고, 특히 브랜드, AI기술, 인재 등 무형자산 확보와 디지털 전환에 4조 30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첫 단추를 꿴 건 CJ제일제당과 CJ ENM으로 각각 2630억원, 9300억원 규모의 경영권 인수에 나섰다.
CJ그룹이 과감한 중기 비전을 수립한 배경에는 안정적 현금창출력이 있었다. 식품, 바이오, 물류,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고 사업영역 대부분에서 선두권 시장지위를 유지했다. 특히 팬데믹에 힘입어 식품 및 물류업 실적도 빠르게 성장했다.
더불어 2019년 비상경영체제를 통해 악화된 재무건전성을 개선해 낸 경험이 자신감을 더했다. 1조5000억원이 투입된 슈완스 인수와 4500억원을 들인 해외 물류업체 인수 등 적극적 투자의 영향으로 그룹 순차입금이 2016년 8.1조원에서 2019년 14.2조원으로 증가하는 위기를 맞았다.
CJ그룹은 대규모 자산매각과 유동화를 실시해 재무부담을 완화했다. 부동산을 비롯해 CJ헬스케어, 투썸플레이스, CJ헬로비전 등을 매각하고 영구채를 발행했다. 10조원 규모의 투자로 일시적으로 재무안정성이 흔들리더라도 탄력적 재무정책과 호실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 위축, 주주 반발, 법원 제동 등 예상치 못한 암초 만나
CJ ENM은 1조원에 가까운 피프스시즌(전 엔데버 콘텐츠)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9000억원을 단기차입으로 조달했다. 예상치 못했던 점은 이후 세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전쟁의 여파로 고금리 국면이 지속되면서 상당한 금융비용 부담을 안게 됐다.
피프스시즌과 2016년 설립한 스튜디오드래곤에 두 번째 자체 설립 스튜디오를 더해 장르별 특화 제작 역량을 갖추겠다는 계획도 목표와 다르게 흘러갔다. CJ ENM 내부 제작 기능을 분할해 자회사로 두는 방안을 구상했으나, 더블카운팅 이슈에 따른 주주들의 반발에 결국 물적분할 계획을 철회했다.
대신 현물출자 방식으로 자본금 700억원을 투입해 CJ ENM 스튜디오스를 설립했다. 기존 사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손쉽게 외형을 확장할 수 있는 물적분할 방식과 달리 제작 기능을 갖추기 위해 추가적인 유무형 자산 인수가 필요해 성장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중기비전의 핵심축으로 꼽혔던 CJ제일제당도 암초를 만났다. 수천억원을 투입해 인수한 천랩과 바타비아사이언스를 발판으로 레드바이오와 바이오 위탁개발생산 사업에 진출하고 대체 단백질, 미래 식품소재 등 신사업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전세계적 고물가 현상과 바이오 시황 둔화로 힘을 받지 못하고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CJ CGV의 재무개선 계획 역시 난항을 겪고 있다. 올해 6월 5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이와 별도로 최대주주인 CJ로부터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전부를 현물출자 받아 총 1조2000억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유상증자 발표 후 주가가 하락하면서 당초 계획보다 1300억원 줄어든 4400억원을 조달하는 데 그쳤다. 10월로 예정됐던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양수는 법원이 현물출자에 대해 불인가 판정을 내리면서 제동이 걸린 상태다.
◇힘실린 '대규모 교체' 카드…인사 교체 방향은 '안갯속'
CJ그룹이 지난 2년간 안정적 인사 기조를 유지한 이유는 2023 중기비전의 성공적 달성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실적 악화와 조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사실상 중기비전 로드맵 수정이 불가피해진 상태다.
이에 따라 곧 이뤄질 2024년도 CJ그룹 인사에서는 보다 큰 폭의 인사 교체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안정보다 쇄신에 방점을 두고 대규모 조직개편 카드를 꺼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며 그룹 내부에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 회장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인사를 내기 위해 막바지 고심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강호성 CJ 경영지원 대표는 사의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출장 등 업무를 소화하며 업무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J에 정통한 관계자는 "과거 그룹 최고경영자 중 한 명이 사의를 표한 뒤 내부적으로 반려된 적이 있다"며 "이에 따라 강 대표가 사임 의사를 밝혔어도 올해 인사가 어떻게 정해질 지는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CJ그룹은 "구체적으로 올해 인사의 시기나 내용에 대해 확정된 것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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