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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진년 자본시장, '불확실성 안개' 걷히나 '2024 Capital Markets Outlook'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14일 개최

양정우 기자공개 2023-12-15 16:17:43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4일 15: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세 차례 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금리 인상 사이클의 종료에 무게가 실린다. 시장은 사실상 긴축이 끝났다고 받아들이면서도 불확실성의 안개가 완전히 가신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국내 금융시장의 플레이어는 갑진년 한 해를 어떻게 조명하고 있을까.

더벨은 14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2024 thebell Korea Capital Markets Outlook Forum'을 열고 내년 자본시장을 전망하는 자리를 가졌다. 발표자는 거시경제, 채권·크레딧,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등 주요 자본시장 섹터의 흐름과 트렌드에 원활하게 대응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

박종훈 SC제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전무·사진)는 내년 글로벌 경제가 경착륙이 아닌 연착륙의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진단했다. 긴축 정책은 일반적으로 침체를 의미하지만 언제나 동일한 패턴을 보였던 건 아니다. 그간 경기 사이클에 따르면 금리를 올리는 게 반드시 리세션(recession·경기 후퇴)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대체로 시차를 두고 침체가 시작됐다.

박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세계 경제가 소프트랜딩(연착륙)에 가까운 경제 성장(SC제일은행 전망치 3.2%)을 할 것"이라며 "급격한 리세션에 돌입하기보다 상당한 견조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미국의 경우 일자리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으나 고용은 견실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유럽도 경제 활동은 압박을 받고 있으나 일자리는 여전히 풍부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금리를 끌어올린 장본인인 인플레이션도 내년엔 긍정적 흐름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화와 원자재가 견인하는 인플레이션이 대체로 하락할 것으로 진단하면서 물가의 안정세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다만 유가의 경우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아시아의 경제 성장이 탄탄할 것으로 예상돼 수급 이슈가 불거질 것으로 관측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는 성장 모멘텀이 약하지만 경기는 바닥을 쳤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한다. 무엇보다 선적과 생산 지수가 개선되고 있는 데다 무역 수지가 유의미하게 회복되고 있다. 하지만 높은 수준의 재고 수준 등 부담 요소가 아직 남아있다. 소비 심리와 기업경기실사 지수가 다시 하락하기 시작한 것도 불안한 대목으로 꼽힌다.

주태영 KB증권 기업금융1본부장(전무·사진)은 국내 기업의 부채자본시장(DCM) 조달 현황을 짚기 전 먼저 하우스의 거시 경제 예상치를 제시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 모두 내년 하반기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측한다"며 "미국의 경우 내년 7월을 시작으로 총 3회(75bp)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다만 국내 가계대출 규모의 증가세 전환은 금리 인하 결정을 늦출 수 있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내년 크레딧 스프레드는 횡보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말 현재 'AA0' 등급 3년물 스프레드가 여전히 70bp 수준이기에 내년 연초 추가로 축소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동시에 크레딧 스프레드의 상승 요인도 상존하고 있다. 경기 둔화에 따라 기업의 실적이 악화된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신용 이벤트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주 기업금융1본부장은 "결과적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확대된 시장 변동성은 여전할 것"이라며 "조달금리 상승에 따른 업종별·등급별 양극화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내년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만기가 도래하는 63조원 수준의 차환 발행은 전반적으로 무난하겠으나 이 가운데 15조원 규모를 차지하는 A급의 발행은 다소 우려스럽다"고 진단했다.

지난 2021년 발행된 공모 회사채 중 29조원 가량이 내년 만기 도래가 예정돼있다. 한국은행이 본격적으로 금리인상을 시작하기 이전에 발행된 탓에 내년 차환 발행시 기존보다 높은 금리로 조달할 수밖에 없다. 국내 상장사 대다수의 이자비용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 때문에 롤오버 과정에서 일부 기업 내지 산업의 등급 조정 이슈가 불거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중곤 NH투자증권 ECM본부장(상무·사진)은 "기업공개(IPO) 시장도 자본시장의 한 영역인 만큼 금리에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우스에서는 내년 금리를 중금리 수준으로 전망하면서 코스피가 2250~2750선에서 오르내릴 것으로 본다"며 "내년 IPO 시장도 올해와 같은 4조원 내외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 IPO 시장이 규모 측면에서는 올해와 엇비슷하지만 구체적 양상은 다르게 전개될 것이라는 게 김 ECM본부장의 시각이다. 올해는 하반기 중심의 발행시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반기(지난 11월 말까지)에만 2조2000억원 수준으로 공모 발행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엔 상반기부터 7~8월까지 IPO가 집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이미 증권신고서를 낸 상장예비기업이 10여 곳이고 한국거래소에서 심사가 계류된 기업이 60곳 안팎"이라며 "3~4월부터 주요 IPO의 공모가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소형 규모의 IPO가 줄을 이을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 공모 규모 5000억원 이상의 IPO 후보는 HD현대마린솔루션과 시프트업 정도"라고 내다봤다.

근래 들어 IPO 시장에서는 금융 당국이 상장 제도의 대대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김 ECM본부장이 주목하고 있는 건 코너스톤 제도다. 그는 "수요예측 참여 기관이 많아지면서 개별 기관이 수령하는 물량이 너무 적다"며 "수요예측에 따른 가격 발견 기능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너스톤 제도가 시행되면 가격 발견 기능이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대준 삼일PwC Deal부문 대표(사진)는 내년 인수합병(M&A) 시장을 놓고 경기 침체 등 각종 리스크 요인에 따라 본격적 회복세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구조조정 매물, 회생 기업의 증가 추세와 전세계적 '빅블러(Big Blur)' 현상은 M&A 시장의 회복에 한몫을 할 요인으로 꼽았다.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 부채비율이 높은 업종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앞으로 구조조정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한계기업이 증가하면서 지난 9월 기준 회생사건 접수와 인용 건수는 지난해 말보다 48% 가량 급증했다. 풍부한 현금과 공격적 성장 목표를 갖춘 기업 입장에서는 M&A 시장에 뛰어들 유인이 커진 셈이다.

빅 블러(Big Blur)는 세계 각국의 산업 영역 모두가 경쟁자이자 조력자가 되는 융복합 시대를 뜻한다. 예를 들어 테슬라의 경우 전기차 생산업체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과 금융 사업으로도 막대한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산업 간 경계를 초월한 사업 모델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만큼 모든 산업 분야에서 다른 섹터로 진출하려는 시도가 급증하고 있다. 초기엔 타사와의 전략적 제휴가 주를 이뤘으나 현재 M&A 방식으로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박 대표는 "현재 대기업과 PE 모두 포트폴리오 재점검이 필요한 단계"라면서도 "유동성이 풍부한 대기업이 M&A 경쟁력을 가질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PE의 경우 금리 인상, 금융 시장 위기 등으로 파이낸싱과 투자회수(exit) 모두에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며 "다만 내년엔 점차 투자 활동을 늘릴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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