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반도체, '게임체인저' 마이크로LED 시장 노린다 2024년 2월 코스닥 상장… 내년 전방산업 개화 기대
김도현 기자공개 2023-12-18 10:10:40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4일 16: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피엔반도체가 하나머스트7호스팩과 합병상장에 나선다. 이 회사는 마이크로발광다이오드(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구동칩(DDIC)을 다루는 반도체 설계 업체(팹리스)다.14일 이명희 사피엔반도체 대표는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비전과 성장전략을 소개했다. 그는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패러다임 변화가 예상된다. 미니LED에서 마이크로LED로 갈 것"이라며 "액정표시장치(LCD)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주도하는 스마트폰, 노트북, 자동차 등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보유 특허만 140건…"기술력으로 진입장벽 세워"
지난 2017년 설립된 사피엔반도체는 삼성전자, 현대오트론 등을 거친 이 대표가 창업했다. 특히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에서 DDIC 개발팀장을 맡을 정도로 해당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DDIC는 디스플레이를 구성하는 픽셀을 조절해 색상을 표현하는 반도체 소자다. 구체적으로 박막트랜지스터(TFT)를 통해 레드·그린·블루(RGB) 서브픽셀을 제어한다. LCD 및 OLED용 DDIC는 삼성전자, LX세미콘, 매그나칩반도체 등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마이크로LED 분야는 다르다. 마이크로LED는 50마이크로미터(㎛) 이하 LED 칩을 촘촘히 박아 만든다. 기존 디스플레이 대비 뛰어난 물리적 특성, 우수한 성능 등으로 '꿈의 디스플레이'라 불리기도 한다.
다만 반도체 공정이 적용될 만큼 난도가 높다. 따라서 아직 특정 회사가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는 데다, 당초 예상보다 성장세가 더딘 상태다.
이 대표는 "게임체인저가 될 마이크로LED는 새로운 장비 투자와 제조 공법이 필요하다. 그동안 디스플레이가 유리기판 장치산업이었다면 이제는 반도체 산업으로서의 흐름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DDIC 역시 차이가 있다. LCD, OLED 등에 쓰이는 DDIC가 아날로그 구동 방식이라면 마이크로LED용은 디지털 구동 방식이다. 열화 이슈가 있어 여러 개 메모리를 내장하는 등 디지털화해 소비 전력을 낮추고, 다이 사이즈를 축소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피엔반도체의 자신감은 140건 내외 특허에서 나온다. 이 대표는 "대부분 특허가 픽셀 주변 회로 등을 컨트롤하는 내용이다. 매년 20건 이상 글로벌 특허를 출원 중"이라고 강조했다. 비밀유지계약(NDA)을 체결한 글로벌 기업이 50곳을 상회하기도 한다.
회사에 따르면 사피엔반도체는 경쟁사 대비 수율(완제품 중 양품 비율)과 전력효율, 원가 등에서 우위를 보인다. ▲디지털 구동 기술 적용 시 최대 75% 소비전력 절감 ▲초소형/초고밀도 실리콘 백플레인 30% 이상 높은 양산수율 확보 ▲대형 디스플레이 구동 마이크로 픽셀 드라이버 최대 50% 원가 절감 ▲전사(Mass Transfer)와 어셈블리 기술 혁신에 따른 90% 조립원가 절감 등을 내세웠다.
이를 통해 삼성, LG 등 대기업 진입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피엔반도체 관계자는 "우리는 6년 전부터 준비해왔다. 다수의 특허가 진입장벽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사피엔반도체는 미니LED를 구동하는 LCD용 로컬디밍 백라이트유닛(BLU), 마이크로LED 구동하는 대형 디스플레이, 마이크로LED 구동하는 초소형 디스플레이 엔진용 실리콘 백플레인 등 3가지 제품군을 개발 및 공급 중이다.
팹리스인 만큼 설계는 직접하지만 제품 생산을 반도체 위탁생산 회사(파운드리)에 맡긴다. TSMC, 타워,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키파운드리 등이 협력사다.
참고로 미니LED는 100~200㎛ 수준 칩을 이용한 제품이다. 지금 시점에서는 LCD에서 빛을 내는 BLU로 사용되고 있다. TV 제조사들이 시판 중인 미니LED TV가 해당 기술 기반이다.
◇마이크로LED 성장 전망, 정부 지원도 본격화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마이크로LED 시장은 올해 1900만달러(약 250억원) 규모다. 내년에는 5억4200만달러(약 7144억원)까지 전망이다. 이는 마이크로LED 기반 초소형 입는(웨어러블) 기기 출시가 예정된 영향이다.
이 대표는 "우리는 실리콘 위에 마이크로LED 칩을 장착하는 레도스(LED On Silicon)에 중점을 둔다. 실리콘 위에 OLED 소자를 탑재하는 올레도스(OLED On Silicon)는 고객 요구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며 "마이크로LED에 대한 희망고문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애플과 오스람이 조단위 투자를 단행하고, 메이저 고객인 프랑스 회사도 양산 개시하는 등 눈에 띄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맞춰 내년부터는 마이크로LED를 적용한 스마트워치, 증강현실(AR) 글라스 등이 하나둘씩 등장할 전망이다. 메타 '퀘스트3(VR)', 삼성전자 '갤럭시 스페이스(XR)', 애플 '비전프로(AR)' 등이 대표적이다.
이같은 흐름 속에서 사피엔반도체는 한국, 미국, 영국, 독일, 벨기에, 대만, 중국, 일본 등 디스플레이 및 OEM 제조사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들과 지속적인 공동 연구, 장기적인 전략적 파트너십도 유지 중이다.
우호적인 정부 정책도 긍정 요소다. 앞서 사피엔반도체가 내세우는 마이크로LED 구동 기술은 '국가전략첨단기술'로 지정된 바 있다.
아울러 범정부 차원에서 팹리스 육성에 힘을 싣고 있다. 사피엔반도체는 올해 '글로벌 스타팹리스30 기술개발지원' 사업의 라이징스타 팹리스로 선정되면서 기술 개발과 시제품 제작, 금융, 국내외 마케팅, 설계 인력 육성 등 다양한 우대 정책을 제공받게 됐다.
이 대표는 "하나의 제품에만 DDIC가 들어가도 물량이 상당하다. 하나의 '디자인 인'만 이뤄지면 큰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의미"라면서 "우리 업종이 정부의 팹리스 육성책과 부합하기도 한다"고 역설했다.
◇22일 합병상장 임시주총 개최
사피엔반도체는 지난달 10일 한국거래소부터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았다. 이달 22일에는 하나머스트7호스팩과의 합병상장을 위한 임시주주총회가 열린다. 내년 1월24일 합병기일을 거쳐 2월 코스닥 상장 예정이다.
합병상장 이후 사피엔반도체의 예상 시가총액은 1200억원 내외다. 유입 자금 규모는 80억원, 합병 후 유통제한물량은 전체의 80% 수준이다.
이 대표는 "유입 자금으로 DDIC 전문성과 기술력을 갖춘 연구인력을 충원하고 미래 성장동력으로 기대하는 차량용, 군사용, 전문가용 초소형 디스플레이 실리콘 백플레인 제품 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사피엔반도체는 올해 3분기 누적으로 매출 29억원, 영업손실 48억원을 냈다. 투자 등 여파로 마이너스가 컸다. 회사는 마이크로LED 시장 성장에 따라 2025년경 흑자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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