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바이오, '3000억' L/O 상대 '2년차' 미국 바이오텍 6월 첫 딜 이후 두번째…한국계 미국기업 파악, 입지 등 공개된 정보 '미미'
차지현 기자공개 2023-12-22 10:19:18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1일 14: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피노바이오가 미국 바이오벤처에 3000억원대 기술수출(L/O) 성과를 올린 가운데 시장에선 거래 상대방에 대한 궁금증이 제기되고 있다. 거래 상대방이 설립 2년 차 신생기업인 데다 공개된 정보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얼마나 의미있는 딜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선 거래 상대방에 대한 입지 등 일정한 정보는 필요하다. 또 현재 피노바이오는 기술특례상장을 추진 중인 만큼 L/O 성과 하나하나에도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최근 상장 심사를 깐깐하게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해당 계약을 '실체' 있는 성과로 인정할 수 있을 지에 주목된다.
◇상장 추진 중 연이은 L/O 성과, 셀트리온 대상 1조 딜 잇는 후속 건
피노바이오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뉴저지에 위치한 '컨쥬게이트바이오'라는 회사에 10개 약물 표적(타깃)에 대한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을 수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피노바이오가 약물과 링커를 공급하고 컨쥬게이트바이오가 타깃 선정 및 항체개발, 합성·평가 등을 맡는 계약이다.
앞서 양사는 작년 6월에도 5개 타깃에 대해 ADC 플랫폼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당시 컨쥬게이트바이오는 피노바이오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ADC 후보물질을 발굴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번 계약은 앞선 건과는 별개로 이뤄졌다.
이로써 컨쥬게이트바이오는 피노바이오가 보유한 총 15개 타깃에 대한 ADC 개발 권리를 확보하게 됐다. 피노바이오가 받은 총 계약금(선급금·마일스톤 포함)은 2억5000만달러(약 3200억원)다. 상업화 이후 제품 판매에 따른 경상기술료(로얄티)는 별도다.
2017년 설립한 피노바이오는 ADC 플랫폼과 표적항암제를 전문으로 연구개발한다. 자체 개발한 캠토테신 계열 약물과 이를 기반으로 ADC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플랫폼이다. 이를 경쟁력 삼아 설립 이후 64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지난해 10월엔 셀트리온과 1조6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으며 시장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현재 피노바이오는 기술특례제도로 코스닥 입성을 추진 중이다. 올해 1월 SCI평가정보와 이크레더블로부터 각각 A와 BBB 등급을 획득하며 첫 관문인 기술성평가를 통과했다. 이어 5월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현미경 상장 심사 분위기, 양보다 '질'이 더 중요…성과 입증 관건
다만 일각에선 이번 계약의 의미에 궁금증을 갖는 분위기다. 컨쥬게이트바이오라는 회사에 대한 의구심이 그 출발선이다. 이 회사는 설립 2년 차 신생 바이오벤처인데다 홈페이지조차 없을 정도로 공개된 정보가 없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컨쥬게이트바이오는 작년 4월 유금주 대표가 설립했다. 유 대표는 머크, 노바티스 등 다국적 제약사를 거치며 20년 이상 임상의, 사업개발 전문가로 활동한 인물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도 오픈 이노베이션 담당으로 3년 간 근무한 것으로 파악된다.
유 대표 외 다이이찌산쿄 ADC 개발 출신 윌리엄 쿠지엘 박사가 최고과학책임자(CSO)로 있다. 이를 제외하고 컨쥬게이트바이오와 관련한 정보는 베일에 싸여 있다. 피노바이오는 컨쥬게이트바이오가 유명한 VC(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은 회사라는 점을 강조한다.
피노바이오 관계자는 "빅파마에 기술수출한 ADC 플랫폼 기업에 대한 발굴 경험이 있는 ADC 투자 전문 VC에게 투자를 받은 곳"이라며 "설립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백그라운드는 탄탄하다"고 했다.
이 같은 시장의 궁금증은 최근 한국거래소가 상장심사를 할 때 상당히 꼼꼼하고도 깊이있게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제기될만 하다. 거래소는 최근 바이오텍을 심사할 때 단순 기술수출 여부나 건수가 아닌 '기술수출의 질'을 중요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신약개발 바이오 기업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보다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의미다.
기술성평가에서 가장 중시하는 요소가 상장예비기업의 사업성 항목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신약개발 바이오 기업에 요구되는 역량은 △글로벌 제약사(빅파마) 또는 나스닥 상장사 대상 기술수출 이력 △기술수출 이력이 없을 경우 임상 2상 단계 데이터 등이다. 일정 규모 이상 기업과 맺은 계약만 의미 있는 성과로 인정하는 셈이다.
이런 기조는 기술성평가 다음 단계인 거래소 예심 단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여기에 파두발 쇼크로 사업성에 대해 더욱 세밀한 심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실적 등 정량 평가가 어려운 신약개발 바이오 업종 특성상 기술수출 계약이 실제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게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다만 피노바이오는 이미 기술성평가를 통과한 만큼 이번 계약이 상장 승인 여부에 중대한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예심 과정에서 기술에 대한 설득력을 높이고 향후 밸류에이션을 제고하기 위해 실체가 있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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