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vs KCGI] 지배구조 개선은 가능한가, KCGI 엑시트 조건은이사회 개편 요구사항 관철 시 협상 진척 가능성 커
김혜란 기자공개 2023-12-27 08:03:51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6일 08: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행동주의 펀드 KCGI의 투자 명분은 DB하이텍 지배구조에 취약점이 있고 이를 개선하면 기업가치 제고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KCGI가 주주서한을 통해 요구해 온 내용들 중 실제로 관철된 것은 많지 않다.주주행동주의를 내건 KCGI가 갑작스럽게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나서려면 역시 명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논의 중인 DB그룹의 KCGI 지분 매입은 양측이 합의돼야 하는 일이다. 이에 따라 양사가 협상안을 내놓는다면, 여기에는 DB하이텍 이사회 개편안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선안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행동주의 펀드, 무엇을 요구했나
KCGI는 DB하이텍이 '지배주주의 사적추구'에 이용되고 있으며 이것이 기업의 신뢰도 저하, 주가 저평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사실상 오너일가의 개인회사인 코메와 DB메탈에 대해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하며 경영진의 명확한 의혹 해소가 필요하다고 지적해 왔다.
코메(지난해 DB메탈과 흡수합병)는 사실상 오너일가의 개인회사인데, DB하이텍과의 100% 내부거래(공사 수주)로 수익이 발생하고 있단 점을 문제 삼았다. 지배주주 개인회사와 내부거래를 진행할 때 적절한 경영 절차를 거쳤는지를 분명하게 따져야 기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주가 저평가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게 KCGI의 지적이었다.
또 김준기 창업회장의 DB하이텍 미등기임원 사퇴도 요구해왔다. 김 창업회장은 성범죄로 처벌 이력이 있는데도 고위임원으로 재채용됐고, 지난해 상근 경영 자문을 맡아 31억2500만원의 보수를 챙겼다. 기업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킨 인물이 경영을 좌지우지하며 기업가치를 훼손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김남호 DB그룹 회장은 사실상 DB하이텍 경영의사결정권자이기 때문에 등기임원으로 재직해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도 요구했다.
◇지배구조 개선은 가능한가
KCGI가 내놓은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은 이사회 개편이다. 핵심은 지배주주를 감시할 수 있게 이사회 내 견제 장치를 강화하고 오너인 김 회장이 DB하이텍에 대한 책임경영에 나서라는 것이다.
우선 이사회 내 내부거래위원회와 보상위원회를 설치하라는 게 주주서한의 대표적인 내용이었다. 내부거래위원회는 계열사 간 내부거래 투명성을 제고하고 불필요한 자산유출 방지를 위해 내부거래를 사전에 심의·검토하기 위해 필요하다. 또 보상위원회를 만들어 미등기임원을 포함한 임원의 성과를 측정·평가해 임원에 대한 보상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와 함께 자사주를 소각하고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며 미래 먹거리 확보를 어떻게 할 것인지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기업설명회(IR)에 나서라는 요구도 해왔다. DB하이텍이 레거시(구형)인 8인치(200㎜) 웨이퍼(반도체 원판) 기반 파운드리(위탁생산)인 만큼 신사업에 나서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우려에서다.
DB하이텍이 KCGI는 12인치(300㎜) 파운드리와 실리콘카바이드(SiC)와 질화갈륨(GaN) 사업 진출 계획을 설명하긴 했으나 실제 투자집행이나 IR이 너무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비전선포식이라도 열고 시기별로 어떤 식으로 신사업을 펼쳐나갈지 적극적인 IR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 DB그룹의 과제인 지주사 전환도 꼼수 없이 진행해야 한단 점을 지적하고 있다. 김 창업회장과 김 부회장의 DB하이텍 지분은 약 4%인데, 이를 DB Inc.에 현물출자하면 DB Inc.가 DB하이텍 지분 약 18%까지 늘릴 수 있게 된다. DB Inc.는 DB하이텍 지분을 약 12.42% 보유 중이다. 그리고 나머지 12%(지주사 전환 시 자회사 지분 30% 보유해야 함)는 매입하거나 DB하이텍이 자사주를 소각해 지분율을 올리는 등의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는 게 KCGI의 주장인 것으로 파악된다. DB Inc.의 경우 약 17억원 순현금 상태를 유지 중이라 차입 여력이 있고 제3자 배정 유상증자도 노려볼 만하다는 주장이다.
KCGI 측도 앞으로 남은 기간 주주서한의 내용들에 대해 DB그룹이 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KCGI의 요구 조건 중 김 창업회장의 사퇴 등은 DB그룹 측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데다 지주사 전환 부문은 당장 답을 내놓기 어려울 수 있다. 이에 따라 최소한 이사회 개편과 미래비전 제시 등 DB그룹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 요구조건들에 대한 실행 계획을 내놓는 식으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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