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반도체 리빌딩]'M&A 전문가' SK㈜ 머티리얼즈, 소재 국산화 선봉③체제 안착·사업영역 확장 지속…사령탑 교체도 진행
김도현 기자공개 2024-01-04 11:38:08
[편집자주]
섬유, 정유, 통신 등으로 사세를 확장해온 SK그룹이 재계 2위로 올라선 건 반도체 덕분이다. 지난 2011년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기점으로 수차례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을 키워온 결과다. 그룹 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도 반도체다. SK하이닉스는 중심으로 여러 계열사가 소재·부품 내재화로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2024년 정기 임원인사에서도 반도체 육성에 대한 의지가 드러난다. SK그룹의 반도체 수직계열화 현황과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02일 15: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에서 SK㈜ 머티리얼즈는 소재 부문 투자를 담당하면서 사실상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는 곳이다. 아래로 반도체 소재사 7곳을 둘 정도다. SK그룹의 반도체 수직계열화를 실현해나가는데 '히든 카드'가 될 전망이다.이번 인사에서 김양택 SK㈜ 첨단소재 투자센터장을 새 대표이사(사장)로 맞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향후 사업기회 발굴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SK 날개 달고 '훨훨'…공격적 M&A 눈길
SK㈜ 머티리얼즈의 전신은 OCI머티리얼즈다. 2008년 OCI그룹에 인수된 지 8년 만에 SK그룹으로 재편입된 것. 당시 반도체 특수가스 등을 다루던 회사를 SK하이닉스를 보유한 SK그룹에서 품었다.
SK 합류 이후 실적이 지속 상승했는데, 2017~2018년 반도체 호황기를 맞이한 것에 대해 그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선 결과물이었다. 첫해부터 SKC로부터 산업가스 제조사 SKC에어가스(현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넘겨받았다.
이후 일본 트리케미칼, 쇼와덴코와 각각 SK트리켐, SK쇼와덴코(현 SK레조낙)를 설립한 데 이어 탄산가스를 다루는 한유케미칼(구 SK머티리얼즈리뉴텍·현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을 인수했다. 2020년에는 금호석유화학 전자소재 사업을 사들인 뒤 SK퍼포먼스머티리얼로 탈바꿈했다.
2021년 말 SK머티리얼즈는 소재 사업을 분할했다 기존 SK머티리얼즈는 SK머티리얼즈홀딩스㈜로 전환, 특수가스 부문은 SK스페셜티로 변경됐다. 현재는 SK㈜머티리얼즈 사내독립기업(CIC)가 SK㈜ 밑에서 중간 지주사격으로 거듭났다.
2023년 5월에는 에버텍엔터프라이즈를 품었고, 33% 지분을 가진 LTCAM의 경우 추후 지분을 늘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로써 SK㈜머티리얼즈 CIC는 ▲SK스페셜티(특수가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산업가스) ▲SK트리켐(전구체) ▲SK레조낙(식각가스)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포토레지스트) ▲LTCAM(습식 소재) ▲에버텍(첨단 패키징 소재) 등을 총괄하게 됐다.
이들 업체의 주요 고객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다. 2019년 발발한 일본 수출규제 이후 국내 반도체 공급망 내 지위가 급격히 높아진 상태다.
이중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포토레지스트(감광제)는 반도체 노광 공정의 핵심 소재다. 실리콘 웨이퍼에 포토레지스트를 바르고 회로가 새겨진 포토마스크를 올려 빛을 쬐면 패턴이 형성된다.
참고로 노광은 ▲불화크립톤(KrF·248nm) ▲불화아르곤(ArF·193nm) ▲극자외선(EUV·13.5nm) 등으로 구분되는데 각각 전용 포토레지스트가 필요하다. ArF의 경우 공기를 활용한 드라이와 액체를 사용하는 이머전 방식으로 나뉜다.
과거 포토레지스트는 일본 도쿄오카공업(TOK), 스미토모화학, JSR 등이 장악해왔다. 일본 정부에서 납품 제한을 둔 배경이다. 이에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는 국산화 작업에 돌입했고, 지난해 6월 ArFi용 포토레지스트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추후 EUV용까지 상용화해 실질적인 포토레지스트 내재화에 나설 계획이다. 올해부터 포토레지스트 관련 매출도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두꺼운 KrF 포토레지스트 개발에도 진척을 이뤄낸 것으로 알려졌다. 200~300단대 3차원(3D) 낸드플래시 제작에 필수적인 소재로 꼽힌다. SK하이닉스와의 평가를 마치면 생산라인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신성장동력 마련은 '현재진행형'
김 사장을 수장으로 맞이한 것은 앞으로의 SK㈜ 머티리얼즈 방향성을 나타내는 척도다. 그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SK그룹으로 영입된 인물이다. SK이노베이션, SK㈜ 등을 거치면서 소재 부문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한 핵심 기업 투자 업무를 담당했다. 최근까지는 첨단소재투자센터장으로 반도체, 2차전지 등 신사업 발굴에 첨병 역할을 해왔다.
SK㈜ 머티리얼즈는 "이번 임원인사 및 조직 개편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내실 경영도 강화할 방침"이라면서 "고객 대응 조직을 강화하고 운영 시스템을 체계화해 불확실성이 높아진 글로벌 경영환경에 대한 대응력도 높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반도체 공정 전반에 걸친 라인업을 확보한 SK㈜ 머티리얼즈는 미래 제품에 대한 대비도 이어가겠다는 의지다.
에버텍을 통해 고대역폭메모리(HBM)용 플럭스를 납품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플럭스는 반도체 패키징 공정에서 전기적 신호를 전달하는 솔더 범프의 산화막을 제거 및 재산화 방지하는 액상 형태의 물질이다. HBM은 여러 개 D램을 쌓은 고부가 메모리다.
에버텍은 지난 3분기부터 국내 고객에 해당 소재를 제공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큰 틀에서 SK㈜ 머티리얼즈는 방열 특성이 높은 차세대 패키징용 소재도 준비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고객사와 제품 공동 개발, 기술 보유 업체와의 합작사(JV) 설립 또는 M&A 등을 통해 핵심 패키징 소재 기술을 내재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SK㈜ 머티리얼즈는 반도체 외에도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으로도 발을 넓힌 상태다. 이미 일본 JNC와 손을 잡고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를 세웠다. 이곳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쓰이는 청색 유기소재 등을 개발 및 공급 중이다.
미국 그룹14와는 SK머티리얼즈그룹14를 설립했다. 여기서는 차세대 배터리 소재인 실리콘 음극재를 만들었다. SK스페셜티의 증착가스가 실리콘 음극재를 제조하는 과정에도 활용되기도 한다. 이외에도 친환경 소재 등도 시장 상황에 맞춰 육성할 계획인 만큼 SK㈜ 머티리얼즈의 영토는 점점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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