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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Blue]호재에도 힘 못받는 인베니아, 시총 회복 가능할까올해 상한가 2번·10년래 장중 최저치 동시 기록, LGD 투자 기대감 반영 '아직'

정유현 기자공개 2023-12-29 07:43:26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8일 15:2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

올해 상반기 '산업의 눈'이라 불리는 디스플레이 산업에 오랜만에 훈풍이 불었습니다. 한동안 대기업의 디스플레이 투자가 축소되면서 관련 소·부·장 기업들도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중국 굴기에 꺾인 디스플레이 시장 주도권을 잡고자 정부와 대기업이 손잡고 '1위 탈환' 정책을 시작하며 기업들이 움츠렸던 어깨를 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지난 4월 삼성디스플레이가 늘어나는 태블릿·노트북 PC 등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IT 용 8.6세대 투자를 확정했습니다. 4년간 약 4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며 2026년 가동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에 납품을 하는 기업들은 대규모 계약 공시를 잇따라 진행했고 주가도 휘파람을 불었습니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가 투자 계획을 확정짓지 않으며 이 생태계에 속한 기업들은 OLED 관련주 중에서도 소외되는 듯했습니다. 그래도 중국발 수주가 이어지고 디스플레이 산업 자체가 커질 것이란 기대감에 다 같이 증시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인베니아도 한국과 중국의 디스플레이 산업에 영향을 받는 'OLED 관련주'로 묶이는 종목입니다.

인베니아는 그동안 LG디스플레이(LGD)를 최대 고객사로 두고 성장한 곳입니다. 2001년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 장비 전문 기업으로 설립돼 2005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습니다. LCD 기판 위에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는 건식 식각장비(드라이에처)가 주력입니다. LCD 건식 식각장비에서 일본 도쿄일렉트론 등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2013년 LG디스플레이에 OLED TV 패널 제조용 양산장비를 수주하면서 세계 최초로 8.5세대 OLED TV 패널 제조 장비를 공급했습니다. 현재는 10.5세대 장비를 납품하고 있습니다.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큰 움직임이 포착될 때마다 인베니아 주가도 움직이는데요. 올해 증시에서 2번의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투자 발표에 OLED 관련 종목이 모두 주가가 움직였고 인베니아의 주가도 활기를 띠었는데요. 삼성과 LG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경쟁이 아닌 협력 관계를 구축할 것이란 기대감도 인베니아의 주가를 부양했습니다. 3월 28일 상한가를 기록했고 주가가 우상향하자 한국거래소에서 주가 상황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주가에 힘이 많이 빠져있습니다. 아무래도 LG디스플레이향 매출 공백이 메워지지 않은 영향으로 보입니다. 지난 10월 31일에는 장중 주가가 965원까지 내려갔습니다. 10년래 최저치입니다.

인베니아 최근 1년간 주가 흐름
23년차 업계 맏형으로 불리지만 시총 규모는 명성 대비 낮은 편입니다. 2017년 1728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후 매년 매출 규모가 줄었는데요. 시총도 함께 주저앉았습니다. 2020년 초 600억원대의 시가총액은 현재 270억원대로 밀린 상태입니다. 최근 중국 기업과의 대규모 수주 계약 체결로 12월 20일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영광도 잠시뿐입니다. 이후 5거래일 연속 주가가 하락했습니다.

투자자별 매매 동향을 살펴보면 외국인이 인베니아에 맘이 돌아선 듯합니다. 12월 4일부터 21일까지 14거래일 연속 순매도에 나섰습니다. 22일 잠시 순매수세로 돌아섰으나 26일과 27일에는 물량을 던졌습니다. 외국인 보유 비율은 지난 4~5 2%대까지 올랐으나 계속 줄어들다 12월 들어 1%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27일 기준 0.58%에 불과합니다.


◇Industry & Event

지난 1월 OLED와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퀀텀닷(QD) 등을 국가전략 기술로 지정하는 내용 등을 담은 '2022년 세제개편 후속 시행령 개정안'이 발표됐습니다. 수주 가뭄에 보릿고개를 넘고 있던 디스플레이 산업에 활기가 도는 계기가 됐습니다. 디스플레이가 국가전략 기술로 지정되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대기업은 연구·개발(R&D) 비용의 최대 40%를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시설투자의 경우 최대 15%까지 혜택이 가능합니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누가 먼저 사업화를 하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갈리는 분야입니다. 정부가 나서자 대형 패널회사들은 투자 재개로 화답했습니다. 지난 5월 열린 ‘디스플레이 산업 혁신전략’ 발표를 통해 정부와 민간이 손을 잡고 세계 1위 탈환을 외쳤습니다. 국내 대형 패널사들은 정보기술(IT)용 OLED 생산라인 증설, 차세대 디스플레이 R&D 등에 오는 2027년까지 65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일찌감치 대규모 투자 소식을 발표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에 납품하는 장비 기업들은 수주 소식을 알려왔는데요. LG디스플레이는 투자를 확정 짓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흐름상 투자 재개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했고 그 시기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최근 LG디스플레이는 1조3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소식을 알렸습니다. 미래 성장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주주들이 손을 걷었습니다.

대형 패널사들이 투자에 나서며 내년 디스플레이 전망이 밝습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내년 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는 올해보다 5.4% 증가한 1228억달러(약 159조9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 중 글로벌 OLED 시장 규모는 434억달러(약 56조2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4월 8.6세대 IT용 OLED 생산공정 고도화를 위해 충남 아산에 2026년까지 4조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2026년부터 1000만대가 생산될 경우 IT용 OLED는 삼성디스플레이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 지금에 비해 5배 증가하게 됩니다.

LG디스플레이는 파주 6세대 OLED 라인 증설의 마무리 단계를 밟을 예정입니다. 내년 상반기부터 아이패드용 OLED 패널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번에 조달 받은 자금의 사용 목적을 자세히 살펴보면 IT용 OLED 생산라인 증설에 1088억원, 자동차용 OLED 라인에 1033억원, 6세대 모바일용 플라스틱 OLED(POLED)에 952억원을 신규 투자할 방침입니다.

대형사들의 투자 소식에 함박 미소를 지은 것은 단연 OLED 소부장 기업들입니다. OLED 산업은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사의 대규모 설비 투자에 따라 실적 변동이 큰 특징이 있습니다. 수년간 지속된 OLED 투자 공백으로 디스플레이 소부장 업체들은 실적이 고꾸라지고 사업을 철수하는 곳도 있었는데요. 중국 기업에 공급을 확대하며 버텨왔습니다. 이번 투자가 실적 반등의 물꼬를 터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통상 패널 세대가 교체되면 장비와 부품 모두 교체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Market View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대형주 중심으로 리포트를 발간합니다. 그래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의 굵직한 산업 관련 종목은 주기적으로 분석 보고서가 나오는 편인데요. 인베니아는 2017년 다수의 리포트가 발간된 이후 최근에는 잠잠합니다. 2016년 수주 규모가 최대치였습니다. 2017년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증시에서도 주목을 받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대여섯 건의 리포트가 나왔지만 연구원은 투자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이후로는 시가총액 규모가 작다보니 자세히 들여다보는 증권사는 없는 듯 합니다.

증권사는 아니지만 한국IR협의회를 통해 2021년 분석 보고서가 발간된 적이 있습니다. 이형진 선임연구원은 인베니아의 식각 장비가 LCD 공정뿐 아니라 OLED 공정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점을 부각시켰습니다. 2020년 인베니아는 중국의 HKC에 650억원 규모 디스플레이 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했었는데요. 향후 중국도 OLED 분야를 키울 예정인 만큼 관련 수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중국 업체로부터 수주 확대가 기대된다고 진단했는데요. 최근 중국 기업과의 대규모 계약 체결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12월 19일 중국의 우한 차이나스타와 206억8194만원 규모의 디스플레이 장비 이전 및 설치 용역을 체결했다고 알렸습니다. 향후 중국뿐 아니라 LG디스플레이향 수주가 증가하면 실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Keyman & Comments

최근의 흐름을 보면 인베니아가 IR에 힘을 많이 주지 않는 것으로 해석이 됩니다. 아무래도 대형 고객사와의 계약 사항 때문에 다수의 소부장 기업들이 적극적인 기업 설명회 활동을 자제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고 이해는 됩니다. 공식적인 기업설명회는 2014년이 마지막입니다.


인베니아의 공시 책임자는 민창기 이사입니다. 삼성전자와 삼성자동차 등을 거친 인물로 약 7년 전에 인베니아에 합류한 것으로 보입니다. 학력 관련 정보는 보고서에 명시되지 않았습니다.

인베니아의 본점 소재지는 파주 공장이 위치한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이고 지축 사옥은 경기도 덕양시 지축2로에 위치해있습니다. 공장과 사옥이 경기도에 위치하지만 대표 번호는 서울 지역으로 표기된 상태입니다. 02로 시작하는 번호로 연락을 취했는데, 결과적으로는 IR 담당자와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최근 3년간 언론사 기사를 검색해 봐도 인베니아 관계자 멘트가 있는 기사를 찾아보기는 어려웠습니다. 공식적으로 외부에 대응을 하지 않는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해석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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