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철강, 올해는]불황 지나는 현대제철, CFO 출신 리더십 통할까②영업이익 감소폭, 빅3 중 가장 커…"올해 말까지 쉽지 않아"
이호준 기자공개 2024-01-12 08:10:35
[편집자주]
원재룟값, 공급과잉, 그리고 수요. 이 모든 요소가 한 번에 악화한 분야도 아마 드물 것이다. 코로나 이후 경기 회복 국면에서 많은 수익을 낸 철강 업계는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와 시황 부진 속에 가장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눈여겨볼 건 안타까운 악재를 겪는 이곳이 '탈탄소'에 여념이 없는 업계라는 것. 사업 재편에 갈 길이 먼 철강사들이 또 다른 험난한 여정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철강 업계는 갖은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더벨은 국내 대표 철강사들의 현상황을 짚고 그 안에서 의미와 과제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0일 14시4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황 악화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큰 곳은 현대제철이다. 현대제철은 작년 3분기 개별 영업이익으로 1890억원을 올렸다. 전분기에 비해 55%나 감소해 국내 철강 빅3(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중 영업이익 감소폭이 가장 큰 업체란 꼬리표를 달게 됐다.서강현 신임 사장이 다소 어려운 배턴을 이어받았단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업황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당분간 서 사장은 수익성·재무건전성 개선에 주안점을 둘 전망이다. 여기에 지속가능한 철강사로의 도약도 그가 직면한 가장 큰 이슈다.
◇아직 연초인데…"업황, 올해 말까지 쉽지 않아"
영업이익 감소폭이 큰 이유는 주요 공급처로 꼽히는 건설 경기의 부진과 맞물려 판매 수익이 안 나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현대건설향 철강(봉형강) 제품 비중이 상당하다. 여기에 해외에선 중국의 부동산 부진도 이어져 어려움이 더 심했다.
공개되지 않은 위기는 더 있다. 업계는 현대제철이 작년 4분기엔 아예 적자로 돌아섰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황 악화 속 하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에서도 난항을 겪어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았다. 여기에 성과급 지급 등에 따른 비용 지출도 곧 있을 전망이다.

지난해 현대제철의 시선이 줄곧 '차입금 축소'에 쏠려있던 이유다. 현대제철은 사채와 장기차입금 상환에 '조 단위' 현금을 사용했다. 고금리 여파가 철강 업계가 보릿고개를 넘는 시기와 맞물린 만큼 이자 비용 등을 줄이려는 재무 전략으로 분석된다.
현대제철은 2022년 3분기 95%였던 연결 부채비율이 지난해 3분기 말 78%로 낮아졌다. 이 기간 차입금의존도를 보면 역시 35%에서 31%로 낮아졌다. 애초에도 부채 부담이 무거웠다고 볼 수 없으니 현대제철의 재무 건전성은 더욱 개선된 상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체 판매량에서 절반 가까이가 건설사향 봉형강(철근 및 각종 형강)에 집중돼 있어 다른 철강사들에 비해 이익 감소폭이 컸다"며 "건설 경기가 부진해 올해 말까지는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무통'이 CEO로…차입 축소 기조 유지 전망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은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비해 사장단·대표이사 인사를 최소화했지만 현대제철의 대표이사와 최고재무책임자만큼은 과감히 교체했다. 당시 업계에선 부진한 철강 업황에 보다 철저하게 대비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단기적으론 시황 개선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높은 원자잿값에 따른 운전자본이 상당해 새 경영진들도 보수적 재무 기조를 바꾸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산업용 소재 등으로 포트폴리오로 재구성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과제도 지속할 전망이다.
전방위적인 환경 투자도 예정대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해마다 자본적지출(CAPEX)로 약 1조원을 쓰고 있다. 이는 코크스 건식소화설비(CDQ) 신설과 같은 환경개선 투자에 따른 것이다. 약 50만톤(t) 이상의 탄소 감축 효과가 기대된다.
마주한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지만 재원엔 큰 문제가 없다. 현대제철의 지난해 3분기 말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은 2조2680억원에 달한다. 또 신용등급(AA)이 높은 우량 기업으로 여겨져 마음만 먹으면 지출에 대비한 자금 조달이 가능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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