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운드리, 반격의 시간]2024년 성패 가를 '엑시노스와 4·5나노'④모바일 AP 복귀, S24와 궁합 관건…빅테크 기업 컴백 여부 주목
김도현 기자공개 2024-01-15 10:34:25
[편집자주]
삼성전자가 제2의 메모리로 파운드리 사업을 낙점했다. 양과 질을 동시에 향상하면서 빠른 속도로 '확실한 2위'에 올라섰다. 코로나19 국면 전후로 파운드리 호황기를 맞이하며 상승 곡선을 이어갔으나 선두주자 TSMC와의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오히려 인텔, 라피더스 등의 추격을 신경써야하는 처지가 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국내외 증설, 첨단공정 투자 등으로 분위기 반전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전략과 전망에 대해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1일 15: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응용처는 모바일이다. 50%대로 단연 압도적이다. 스마트폰 두뇌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비롯해 이미지센서,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으로 구성된다.다만 지난해는 갤럭시S 시리즈용 AP 공급이 무산되면서 파운드리 사업에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전방산업이 흔들린 상황에서 주력 상품이 매대에서 빠진 탓이다. 같은 회사면서도 고객과 협력사 관계인 모바일익스피리언스(MX)사업부, 시스템LSI사업부, 파운드리사업부 3곳 모두에게 악재였다.
올해는 기대 요인이 있다. 프리미엄 AP가 돌아왔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4~5나노미터(nm) 공정이 안정화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두 가지 요소의 시너지 크기에 따라 파운드리사업부의 2024년 명운이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2년 만에 돌아온 '엑시노스2400', 지속가능성 증명할까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갤럭시S22' AP(엑시노스2200) 논란으로 '갤럭시S23'에서 배제되는 아픔을 겪었다. 해당 시리즈는 퀄컴이 AP를 독점했다. 제조를 맡은 파운드리사업부도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이웃 부서여도 품질 경쟁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언제든 아웃될 수 있다는 냉정한 현실을 보여준 사례였다.
절치부심한 시스템LSI사업부는 지난해 10월 '엑시노스2400'을 소개하면서 귀환을 알렸다. '엑시노스2300'을 건너뛰고 2년 만에 등장한 삼성전자의 첨단 AP다. 파운드리사업부의 4나노 공정으로 양산된다. 엑시노스2400은 다음주 공개 예정인 '갤럭시S24'에 탑재된다. 최상단 모델인 울트라에는 투입되지 않지만 국내 및 유럽향 플러스와 일반 모델에 들어간다.
물량이 제한되는 만큼 엑시노스2400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내기는 힘들 수 있다. 다만 없던 매출이 추가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양산화에 돌입했다는 건 4나노 공정이 궤도에 올라왔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4~5나노 공정에서 TSMC에 다소 밀리며 퀄컴, 엔비디아 등 핵심 고객을 내준 바 있다.
일단 지금까지 엑시노스2400에 대한 안팎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주요 벤치마크 지표에서 경쟁사 제품보다 동등하거나 비교 우위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는 후문이다.
갤럭시S24 플러스와 일반 모델 가격은 전작과 유사하거나 낮은 수준에 책정된 것으로 파악된다. 엑시노스2400 도입을 통한 원가절감이 이뤄진 영향이다. 전량 퀄컴 AP(스냅드래곤)였던 갤럭시S23 시리즈는 전작대비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 단가 협상 테이블에서 퀄컴이 '수퍼을' 지위였기 때문이다.
추후 삼성전자 모바일 및 반도체 전략을 위해서도 엑시노스2400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번에도 부정적 결과지를 받아든다면 연속성이 무너질 우려가 있다. 반대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다면 과거처럼 엑시노스와 스냅드래곤 양강 체제로 돌아갈 수 있다. 삼성전자 내 3개 사업부 모두 고대하는 시나리오다.
더 나아가 삼성전자의 하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으로 자리잡은 폴더블폰 '갤럭시Z' 시리즈까지 침투할 명분을 만들 수 있다. 그동안 갤럭시Z 1~5세대에는 스냅드래곤만 적용됐다. 엑시노스2400이 가능성을 보인다면 해당 제품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엑시노스2400 존재는 단순히 갤럭시S24 성능과 흥행을 넘어 반도체 사업 측면에서도 중대하다"며 "애플과 TSMC 연합을 대적하기 위해선 엑시노스의 반등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첨단공정 경쟁 승부처 '4·5나노', 2·3나노 주도권 영향 미칠 듯
엑시노스2400 외에도 삼성전자는 4~5나노 기반 반도체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공지능(AI), 고성능 컴퓨팅(HPC), 오토모티브 등이 공략 대상이다. 이미 복수의 국내외 AI 반도체 설계(팹리스) 회사를 고객으로 확보한 상태다. 공정 라인업 확대를 통해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겠다는 심산이다.
업계에서는 2025년 전후로 2~3나노 시대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TSMC가 3나노 반도체 양산에 돌입했으나 아직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여겨진다. 2나노 라인이 가동되는 2025년이 원년으로 꼽히는 배경이다. 이에 따라 올해까지 주를 이룰 4~5나노에서 고객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다음 무대에서도 주도권을 잡기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부터 5나노 이하 공정 생산단가 할인을 통해 고객 모시기에 나설 방침이다. 제품 또는 공정마다 다소 차이는 있겠으나 5~15% 수준 인하를 단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 가동률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퀄컴과 엔비디아, AMD 등이 2개 이상 파운드리를 활용하는 '멀티 파운드리' 전략 의지를 내비친 만큼 삼성전자로서도 기회를 잡겠다는 의지다.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번 고객이 최소 1~2년은 협력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일단 써봐야 또 쓸지 말지를 판단할 수 있다. 교류조차 없으면 다음을 기약할 수 없다"면서 "후발주자로서 가격, 서비스 등으로 어필한다면 선두주자와 격차를 줄일 수 있다. 기술력은 기본"이라고 이야기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파운드리 선단공정에서 대만 68%와 한국 11.5%로 격차가 상당하다. 사실상 7나노 이하 공정을 갖춘 TSMC와 삼성전자 간 대결인데 2020년 전후보다 차이가 더 벌어졌다. 이는 4~5나노 초반 대결에서 뒤처진 데서 나온 결과다. 삼성전자는 성숙공정보다는 첨단공정에 집중하고 있다. 여기서 승부를 내지 못하면 파운드리 사업 성장이 제한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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