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 '지배구조 혁신' 이끈 김태오 회장, 명예로운 용퇴 회추위 부담 덜기 위해 결단…사외이사·CEO 선임 제도 개혁, 6년 여정 마침표
최필우 기자공개 2024-01-12 10:51:12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2일 10:5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태오 DGB금융 회장(사진)이 연임 도전을 포기하고 용퇴를 선언한다. 김 회장은 67세로 CEO 선임 나이 규정에 저촉돼 연임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었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의 부담을 덜어주고 본인 주도로 도입한 CEO 선임 룰을 지키는 명예로운 선택을 했다.김 회장은 DGB금융 최초의 외부 출신 CEO다. 전임 회장 구속 사태 등으로 혼란을 겪던 그룹을 맡아 안정시켰다. DGB금융의 고질적 문제였던 제왕적 지배구조와 계파주의를 해소하는 업적을 남겼다. 김 회장이 도입한 사외이사·CEO 선임 제도는 금융권의 모범적 사례가 될 것이란 평이다.
◇초유의 회장 구속 사태에 구원투수 등판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회장은 오는 3월 임기 만료 후 퇴임하기로 결정했다. 2018년 5월 취임한 이후 약 6년의 임기를 수행하고 퇴진한다.
김 회장이 취임할 당시만 해도 DGB금융은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었다. 대구은행을 겸직하던 전임 회장이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구속돼 지주와 은행 CEO가 부재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내부에는 계파와 학벌이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돼 단기간에 혼란을 수습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DGB금융은 그룹 최초로 외부 출신인 김 회장을 구원투수로 세웠다. 김 회장은 하나금융그룹에서 인사 담당 임원을 지낸 지배구조 분야 전문가다. 지배구조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DGB금융을 이끌 적임자로 낙점됐다.
김 회장의 지배구조 개혁 작업은 기득권 내려놓기로 시작됐다. DGB금융 회장 비서실은 사외이사 후보군을 꾸리고 선임하는 작업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해왔다. 비서실이 이사회를 장악해 제왕적 지배구조를 뒷받침해 온 것이다. 김 회장은 비서실을 권한을 최소화하고 이사회사무국을 신설해 이사회 지원 방식에 변화를 줬다.
이사회사무국 주도로 사외이사 선임 제도가 재편됐다. 이사회사무국은 외부 자문기관의 추천을 받아 DGB금융과 이해관계가 없는 인물 위주로 후보군을 꾸려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게 했다. 여기에 인선자문위원회를 추가해 사외이사도 기득권을 유지할 수 없게 했다. 외부 자문기관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면 이에 대한 평가는 인선자문위원회가 내렸다.
CEO 승계 프로그램도 김 회장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꼽힌다. 그간 금융권에는 지주 회장이 본인의 후계자를 은행장으로 선임하는 관행이 이어졌다. 사외이사 의중보다는 회장의 복심이 작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김 회장은 2년 간 외부 자문기관을 통해 은행장 후보군을 교육하고 평가하는 프로그램을 정립해 공정한 선임이 가능하도록 했다.
◇스스로 정립한 규정 지키고 퇴진
DGB금융은 CEO 승계 프로그램을 은행장에서 지주 회장으로 확대했다. 외부 자문기관과 함께 CEO 후보군을 조성하고 평가한다. 금융권에서 지주 회장을 외부 자문기관과 함께 선임하는 건 최초의 사례다. 이 제도를 도입한 김 회장도 동일 선상에서 평가를 받는 입장이 됐다.
다만 김 회장의 연임에는 나이 규정이 걸림돌이었다. DGB금융은 엄격한 CEO 승계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67세 이상은 CEO로 선임할 수 없다는 나이 규정을 만들었다. 타 금융지주가 도입하고 있는 70세룰보다 엄격하다. 68세가 된 김 회장은 연임이 어렵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규정을 손질해 연임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그의 선택은 용퇴였다. 김 회장은 6년 간 지배구조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매진해 온 만큼 그간의 성과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나이 규정을 손질할 경우 지배구조 개혁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의 용퇴로 시스템을 활용한 지주 회장 승계 프로그램이 작동되면서 김 회장의 지배구조 혁신 여정에 마침표가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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