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한미약품 '통합그룹' 탄생]가보지 않은 길 가는 OCI그룹, 주주가치 만족시킬까'이종회사' 공동경영 전환…연속된 지배구조 재편, 부족한 주주호응
김동현 기자공개 2024-01-17 07:22:18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5일 15시5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재계순위(2023년 공정거래위원회 공정자산 발표 기준) 38위의 기업집단 OCI는 계열 내 별도 그룹이 독자경영 체제를 유지하는 구조로 운영됐다. 고 이회림 창업주의 아들인 이수영(OCI)·이복영(SGC)·이화영(유니드) 삼형제가 일찌감치 OCI 기업집단 내에서 그룹을 운영하며 독립경영 체제를 확립했다.이러한 경영 체제는 고 이수영 선대회장의 작고로 이우현 회장 체제가 들어선 뒤에도 계속됐다. 다만 이 회장의 OCI 지분율이 5% 내외로 낮아 그룹 지배력을 키우기에 부족하다는 평가가 뒤따랐고 지주사 출범, 금호석유화학 지분 맞교환 등 OCI의 행보 하나하나는 줄곧 이 회장의 지배력 확대와 연관 지어 해석이 나왔다.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의 통합그룹 출범은 양사 오너의 지배력을 조금씩 양보한다는 측면에서 이전 회사 구조 재편과는 결이 사뭇 다르다. 단순히 지분을 섞는 것을 넘어 공동 경영체제 확립 과정에서 지배구조 재편과 기업가치 제고 등의 과제를 안게 됐다.
◇익숙한 독립경영, 가보지 않은 '공동' 경영
이우현 회장의 큰아버지들인 이복영 SGC그룹 회장과 이화영 유니드 회장이 OCI(당시 동양제철화학) 임원직에서 공식적으로 떠난 시기는 2007년 3월이다. 이미 2005~2006년 동양제철화학이 보유하던 삼광유리공업(현 SGC), 유니드 지분을 정리하며 회사 간 지분관계를 사실상 '제로(0)'로 만든 뒤다. 이때부터 이복영 회장과 이화영 회장은 OCI의 주요주주로 이름만 올린 채 삼형제의 독립경영 체제를 유지했다.
OCI 기업집단 내 3개 그룹 체제는 2017년 이수영 OCI 선대회장의 작고로 이우현 당시 사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된 뒤에도 이어졌다. 숫자상으로 나타나는 OCI의 최대주주는 이화영 회장(OCI홀딩스 2023년 3분기 말 기준 7.41%)이지만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이우현 사장이 지목된 것이다.

20년 가까이 독립경영 체제를 유지해 온 OCI그룹은 이제 한미약품그룹과의 통합으로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 이미 OCI홀딩스와 한미사이언스는 통합그룹 출범을 발표하며 양사 동일하게 2명씩 사내이사를 선임해 공동 이사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다만 OCI홀딩스가 그동안 내부 인재를 중용하는 기조를 보였던 점을 고려하면 OCI 측 대표로 내세울 인사를 고르는 데 고심할 수밖에 없다.
실제 OCI그룹은 2013년 이우현 회장이 OCI 대표이사로 선임된 후 지난해 5월 지주사 출범 전까지 오랜 기간 내부에서 이력을 쌓았던 인사를 대표로 내세웠다. 백우석 회장(현 OCI홀딩스 이사회 의장), 김택중 부회장(현 OCI 각자대표) 등이 대표적으로 이들 모두 동양화학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그룹 대표자리까지 오른 인물들이다.
다만 지난해 5월 지주사 OCI홀딩스와 사업회사 OCI로 분할하며 투자사업을 담당한 지주사에 외부 인물인 서진석 사장이 대표로 추가되며 일부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서 사장은 30년 넘게 회계법인 EY한영에서만 근무한 재무·컨설팅 전문가로 OCI홀딩스 합류 이후 지주사 체제 안착, 계열사 관리 등의 임무를 수행 중이다.
앞으로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의 통합지주사가 될 OCI홀딩스의 양측 대표로 이우현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각각 나설 예정이다. 공동경영을 위한 OCI 측의 남은 사내이사로 누가 정해지느냐에 따라 회사의 성격이 바뀔 수 있다.
◇태양광→지주사→통합그룹, 갈길 먼 주주환원
그동안 OCI그룹이 사업재편 및 지주사 체제 전환 과정에서 줄곧 꺼내든 키워드는 기업·주주가치 제고였다. 태양광 업황 불황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국내 유일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사업자로 살아남았고 이후 화학·소재와 투자 등 사업부문별 독립성 강화를 위해 지난해 지주사 전환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번 통합그룹 결정의 배경 중 하나로 꺼내든 것 역시 기업가치 제고였다. 사업다각화를 목표로 2018년 진출한 바이오 분야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던 상황에서 한미약품그룹을 기업집단에 편입하며 신사업의 추진력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이우현 회장은 15일 임직원에게 "양사의 결합을 통해 사업다각화와 시너지를 확대할 것으로 약속드린다"고 밝히며 단계적 기업 통합을 통해 사업 전문성을 확보할 것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결정이 아직까지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 조짐이 보이는 한미사이언스의 경우 이날 장중 10% 이상 급등하며 수혜를 보고 있지만 OCI홀딩스와 OCI는 약세를 보이며 반대 흐름을 나타냈다. 통합그룹 출범으로 바이오 포트폴리오를 갖춘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장기적 관점일 뿐 OCI홀딩스의 재원이 분산된다는 점에서 투자자 호응을 얻어내지 못한 것이다.
실제 OCI홀딩스는 지주사 출범 이후 대표적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현금배당을 앞세우고 있다. 지주사 잉여현금흐름(FCF) 30% 수준의 현금배당을 추진할 예정인데 이는 회사 성장을 위한 투자에 자본을 먼저 투입하겠다는 의미다. 태양광 사업이 호조세를 보이며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FCF가 642억원으로 플러스(+)를 기록 중이긴 하나 통합그룹 출범 후엔 일부 자금이 바이오 투자 재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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