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가 등기이사 점검]현대모비스 터줏대감 정의선, 캐피탈서 빠진 정태영[현대차]③모비스 이사회 20년차, 승계 시작과 끝…금융계열사 경영권 사실상 분리
원충희 기자공개 2024-01-25 08:24:21
[편집자주]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오너가 있는 64개 기업집단 소속 2602개 계열회사를 대상으로 총수일가 경영참여 현황을 발표한다. 이사회 중심 경영문화를 뿌리내리고 오너가의 책임경영 측면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올해 처음으로 총수일가 이사 등재 회사 비율이 상승 전환했다. 공정위의 바람이 조금씩 이뤄지는 것일까. THE CFO는 주요 그룹별 오너가의 등기이사 등재 현황과 실상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7일 08:1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재벌가에서 그룹을 승계하고 지배력을 행사하려면 주요 계열사 지분과 더불어 이사회 장악력을 갖춰야 한다. 특히 이사회 장악력이 중요한데 지분을 더 많이 가졌어도 이사회 장악에 실패해 경영권에서 밀려난 총수일가 사례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그런 면에서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을 2002년부터 그룹 지배구조 핵심인 현대모비스의 사내이사로 앉혀 승계작업을 진행해 왔다. 비록 현대모비스 지분은 순환출자 이슈에 걸려 있지만 정 회장은 올해로 이사회 입성 20년차를 맞이하며 터줏대감으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2002년부터 현대모비스 이사회 입성, 20년차 최고참 등기이사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60개 계열사 가운데 총수가 등기이사로 등재된 곳은 현대자동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3곳이다. 총수인 정 회장은 현대차에서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으며 현대모비스는 대표이사로, 기아에는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등기이사는 이사회 구성원으로 회사 소속 임원인 사내이사와 회사와 관계 없이 선임된 사외이사, 그 외 기타비상무이사로 나뉜다. 정 회장은 책임경영 차원에 그룹 지배구조 중 가장 중요한 3개 계열사에 등기임원으로 들어왔다.
이 중에서 가장 오래 근속한 곳은 그룹의 양대 축인 현대차와 기아가 아니다.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다. 현대차는 2010년 부회장 시절 사내이사로 등재된 후 2019년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기아 역시 같은 시기인 2019년에 사내이사로 들어왔다. 현대모비스도 대표이사 취임은 2019년부터지만 사내이사 등재는 그보다 앞선 2002년부터다.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등기이사 선임은 올해로 20년째를 맞는다. 현대모비스 현직이사들 중에서 가장 오래 자리하고 있다. 2002년 당시 현대차그룹 전무로 승진하면서 현대모비스 등기이사에 선임됐는데 이때부터가 경영수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간 시기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마지막으로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곳도 2021년 3월 현대모비스였다. 이 회사가 경영승계의 알파이자 오메가였다.
현대차그룹 소유구조가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짜여있기 때문이다. 지분흐름을 보면 대주주→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를 갖고 있다. 기아는 현대모비스의 1대 주주이기도 하다. 여기서 1차 순환출자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 외에도 △대주주→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 △대주주→현대글로비스→현대자동차→현대글로비스 △대주주→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현대제철→현대모비스 등을 포함해 총 4개의 순환출자 구조가 형성돼 있다.
이를 해소하는 게 경영승계의 마지막 단추다. 2018년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시도가 무산된 후에도 분할·합병설이 계속 나오는 이유다.
◇정태영·정명이 부부, 현대카드·커머셜 실질 지배력 행사
현대차그룹에서 총수일가 구성원이 등기임원으로 등재된 계열사는 총 9곳이다. 정 회장의 누나(2촌)인 정성이 씨가 이노션의 사내이사로, 정명이 씨가 현대커머셜 사내이사와 사장직을 갖고 있다. 셋째 누나인 정윤이 씨는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사장직을 보유하고 있으나 등기이사는 아니다.
현대제철 산하에 있는 현대BNG스틸에는 정 회장과 사촌관계인 정일선 사장이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도 등기돼 있다. 그의 동생인 정문선 현대BNG스틸 부사장은 자신이 설립한 컨설팅 업체 현대엔터프라이즈의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를 겸하고 있다. 현대엔터프라이즈는 정문선 대표가 지분 100%를 갖고 있으며 현대차그룹과 지분관계가 없으나 정 대표가 현대BNG스틸 부사장직을 유지하고 있어 계열사로 분류됐다.
현대차 창업주 혈족이 아님에도 인척 2촌으로 계열사 등기임원으로 올라간 이가 있는 데 정태영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그는 정명이 현대커머셜 사장의 남편이자 정 회장의 매형이다. 현대카드는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지분 43.44%, 현대커머셜이 34.6%를 갖고 있으며 현대커머셜은 정태영·정명이 부부와 현대자동차가 각각 37.5%씩 보유 중이다.
지분상으로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지만 사실상 정태영·정명이 부부의 자산으로 꼽힌다. 정태영 부회장은 앞서 현대캐피탈에도 이사직을 갖고 실제로 경영해 왔으나 2021년 3월 이후부터 빠졌다. 현대캐피탈은 자동차 영업에 중요한 계열사라 정의선 회장 쪽으로 분류되면서 정 부회장이 손을 뗐다.
정 부회장이 등기이사직을 갖고 있는 또 다른 계열사는 서울PMC(옛 종로학원)다. 정 부회장이 지분 82.19%를 가진 대주주로 실질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부동산 임대·관리업체다. 현대차그룹과 지분관계는 없지만 정 부회장과 연관성이 커 계열사로 분류됐다.
특이할 만한 부분은 정 부회장을 비롯해 김창한 서울PMC 대표, 이준근 감사 등 주요 등기임원들이 현대카드 전·현직 출신이란 점이다. 김 대표는 현대카드 이사를 지냈으며 이 감사는 현대카드 현직 상무다. 현대카드 지분율로 보면 현대차가 지배주주이나 경영진에 대한 실질 지배력은 정 부회장이 갖고 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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