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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의 NCC]피로감 커지는 NCC, 사업 재편 1순위①정부 주도 단지 조성, 대기업 참여로 산업 안착…중국 자급화로 생존 위협

김동현 기자공개 2024-01-22 14: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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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산업은 생활용품부터 전기전자, 자동차, 건설까지 전 산업의 기초소재를 생산하며 '산업의 쌀'로 불렸다. 이중 석유화학 산업의 기초유분인 에틸렌,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나프타분해설비(NCC)는 그야말로 산업의 '뿌리'라 할 수 있다. 산업 고도 성장기에 든든한 기초소재 공급처가 됐던 NCC이지만 반복되는 업황 변동성에 이제는 매각 대상 1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더벨이 국내 NCC 업계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2024년 행보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7일 15: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석유화학 산업은 나프타와 같은 석유제품이나 천연가스를 원료로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 제품을 생산하는 산업이다. 국내에선 주로 원유 상압증류를 통해 나오는 경질유분인 나프타를 주원료로 하고 있어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필수 설비로 두고 있다.

국내 NCC 산업은 국가 주도 아래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이후 대기업들의 산업 진출로 LG, SK, 롯데, 한화 등 주요 그룹 중심으로 재편됐다. 민간 기업의 투자 자유화로 이들 업체들은 NCC에서 시작해 합성수지(플라스틱가공), 합성원료(섬유), 합성고무 등 석유화학 전반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NCC 사업이 석유화학 산업의 기반으로 평가받는 배경이다.

다만 유가 변동성에 따라 '사이클'을 타는 업황과 주요 수요처인 중국의 석유화학 소재 자급화로 NCC 업체들도 피로감을 느끼는 형국이다. 최대한 가동률을 조정하며 현재 불황기에 대응하고 있으나 설비 매각을 검토하며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사업 재편에 나선 상태다.

◇기초소재 자급화 특명, 정부 주도에서 민간으로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경공업 육성이 한창이던 1960년대 중반, 정부는 산업 육성의 기반에 기초소재가 있음을 깨닫고 2차 계획에 석유화학 산업을 포함했다. 이미 1964년 당시 공기업이던 대한석유공사(현 SK이노베이션)가 울산공장을 가동하며 기초원료인 나프타 공급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에 정부는 1967년 울산을 석유화학공단 입지로 선정하고 여기에 대한석유공사, 한양화학(현 한화솔루션), 한국합성고무(현 금호석유화학) 등이 입주하기로 결정했다. 1972년 울산 단지 가동 시점부터 이미 석유화학 제품 수요 증가는 예상됐고 곧바로 여수(1979년 가동), 대산(1991년 가동) 등에 추가로 석유화학 단지 구축 계획이 세워졌다.

2023년 6월 말 기준(출처=한국석유화학협회)


석유화학 산업이 초창기부터 호황을 맞았던 것은 아니다. 국내에 조성된 두곳의 단지 모두 가동 직후 오일쇼크(1973년·1980년)를 직면해야 했고 세계 10위권의 생산능력(1982년 에틸렌 기준 50만톤)에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다만 오일쇼크 이후 유가 하락과 국내외 경기회복이 겹치며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들었고 정부 역시 석유화학 공급 과잉을 우려해 제정했던 설비투자 제한 규제인 석유화학공업육성법을 1986년 폐지하면서 민간 기업은 본격적으로 대형화 투자에 나설 수 있었다.

현재 국내 재계 10위권 업체들이 NCC 업체로 이름을 올리기 시작한 시기가 이때부터다. 1980년 선경그룹(현 SK)의 유공 인수를 시작으로 1991년 삼성종합화학(현 한화토탈에너지스)·LG석유화학(현 LG화학) 및 1992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등의 NCC 공장이 준공했다.

민간 업체의 투자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에틸렌 생산능력도 급증했다. 1988년 50만톤에 머물던 생산능력은 1992년 325만톤으로 6배 이상 증가했으며 1996년에는 434만톤까지 늘었다. 막대한 생산능력을 기반으로 석유화학 업계는 국내를 넘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고 석유화학 제품은 반도체, 자동차와 함께 3대 수출 품목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IMF 파고 넘었지만…한계 내몰린 NCC

정부 주도형을 넘어 민간 중심으로 재편된 산업 구조 속에서 NCC 업체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IMF) 사태로 중대 기로에 섰다. 지속적인 증설·설비 보완이 필요한 산업 특성상 대규모 투자가 필요했지만 IMF 외환위기와 맞물린 경기침체로 투자액이 감소할 수밖에 없었고 일부 업체들은 사업을 포기하거나 경쟁 기업과 통합으로 효율화를 꾀했다.

1997년 이제 막 NCC 2기(에틸렌 58만톤)를 완공했던 현대석유화학은 LG화학과 롯데케미칼에 분할 매각됐고 생산능력 48만톤 규모의 한화석유화학은 대림산업과 합작해 여천NCC를 설립했다. 삼성종합화학이 프랑스 화학기업 토탈과 NCC 전문 합작법인 삼성토탈을 세운 시기도 이때다. 삼성토탈은 2015년 삼성종합화학이 한화그룹에 인수되며 현재 한화토탈에너지스가 됐다.

통폐합을 거쳐 IMF 외환위기 파고를 넘었던 NCC 업체들은 2020년대 들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유가 변동에 따라 호황기와 불황기가 반복되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대 수요처이던 중국이 자급화를 추진하며 이제는 업황과 관계없이 수출 물량 자체가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1~11월) 에틸렌 수출액은 8억424만달러로 전년(15억2130만달러)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내 에틸렌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중국의 자급률이 올라간 영향으로 중국 현지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지난해 5000만톤을 넘어서며 미국을 제치고 글로벌 1위를 달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사업성을 재검토하며 설비 매각과 고부가 전환을 추진 중이다. SK이노베이션 계열의 SK지오센트릭은 이미 플라스틱 재활용으로 사업을 재정비하고 있고 LG화학은 NCC 2공장 매각을 지속해서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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