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 CEO]이에이트 "디지털 트윈 기술로 거래소 칼날심사 통과"김진현 대표, 가상공간 미래 보고 창업 결심…한화증권, '풋백옵션'으로 투자자 보호
이정완 기자공개 2024-01-26 14:00:51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4일 16: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에이트는 우리나라에선 찾아보기 힘든 시뮬레이션 기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기업이다. 소프트웨어 기술을 기반으로 가상현실에 현실 세계를 동기화할 수 있도록 만든다. 김진현 대표이사는 영국 투자은행(IB)에서 일하다가 사업 성장성만 보고 귀국해 2010년대 초반 이에이트를 세웠다.이에이트는 코스닥 시장 입성을 위해 지난해 5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으나 7개월 간의 심사 끝에 거래소의 눈높이를 통과했다. 지난해 틸론·파두 사태 이후 기술특례상장 기업에 대한 날카로운 심사가 이어지면서 심사 기간이 길어졌다. 김진현 이에이트 대표와 김진욱 한화투자증권 IPO본부장을 서울 여의도 한화투자증권 사옥에서 만나 기업공개(IPO) 준비 과정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영국 모간스탠리서 일하다 귀국해 창업
김진현 대표이사(사진)은 원래 글로벌 IB 뱅커였다. 1990년대 후반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대학교를 졸업한 뒤 모간스탠리에서 근무했다. 그러던 중 그의 커리어를 바꾸는 사건이 생긴다.
김 대표는 "2009년 회사에서 스위스 다보스포럼으로 출장을 보내준 적이 있는데 각국의 정상과 기업인이 모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해 얘기를 하더라"며 "당시 디지털 시뮬레이션을 구축하는 기업에 유럽 내 펀드가 투자하는 것을 확인했는데 한국에선 아직 이런 기업이 없어 유학 간 지 13년 만에 귀국해 회사를 세웠다"고 밝혔다.
가상공간이란 아이템은 있었는데 금융인이었던 만큼 기술에 대해선 생소했다. 그래서 해외에서 열리는 학회를 찾아 교수들과 직접 대화하며 아이디어를 얻었다. 김 대표는 "2012년 회사를 세울 때부터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기업인 프랑스 다쏘시스템(Dassault Systems), 미국 앤시스(Ansys), 독일 지멘스(Siemens)을 주목했다"며 "이들보다 늦게 출발한 만큼 완전히 새로운 기술로 접근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택한 방식이 입자방식 시뮬레이션이다. 기존 방식인 격자방식을 넘어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한 시도였다. 입자방식은 격자방식보다 다양한 물리현상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그는 “다른 기업은 여전히 CPU(중앙처리장치)를 활용하던 시기였지만 처음 개발할 때부터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활용해 입자방식으로 연산·해석하도록 했다”며 "그 때만 해도 다들 놀랐지만 똑같은 방법으론 성공할 수 없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병렬 처리 방식인 GPU는 직렬인 CPU보다 연산 속도가 더 빠르다.
이렇게 개발한 엔플로우(NFLOW) 소프트웨어는 다양한 산업군에 적용될 수 있다. 도시에서 벌어질 수 있는 재난재해 시뮬레이션부터 혈관 수술 후 혈류 유동까지 거시와 미시를 모두 아우른다. 김 대표는 "배터리 소재 기업이 생산 실험을 할 때 실제로 실험을 하면 수십 억원의 비용이 투입되지만 엔플로우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더 낮은 비용으로 원하는 만큼 테스트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IPO 늦어지자…한화투자증권 택했다
다만 기업공개(IPO) 작업이 순조롭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이에이트는 당초 2022년 하반기 IPO를 노렸으나 이 무렵 급격한 글로벌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 상황이 뒷받침되지 않아 상장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결국 주관사 교체를 고민하다가 이에이트에 투자한 한화투자증권과 의견이 맞아떨어졌다. 한화투자증권은 2022년 이에이트 주식과 전환사채에 총 20억원 규모로 투자한 바 있다.
김진욱 한화투자증권 IPO 본부장(사진)은 "당시 상장 분위기를 타지 못해 투자사로서 기다리고만 있었는데 한화투자증권과 함께 하자고 제안하니 흔쾌히 결정해줬다"며 "기술력에는 강점이 있는 만큼 지난해 3월 기술성 평가 결과를 얻자마자 5월 상장예비심사를 속전속결로 청구했다"고 말했다. 이에이트는 2021년 사전 기술성 평가부터 2022년 상장 준비를 위해 받은 기술성 평가, 지난해 재차 받은 기술성 평가에서 5개 기관으로부터 모두 A등급을 받았다.
다만 지난해는 틸론부터 파두까지 기술성 특례 기업의 상장을 어렵게 만드는 사건이 수 차례 발생해 거래소의 심사 기준이 여느 해보다 더 엄격해졌다. 김 대표는 "장기간에 걸쳐 운영 수익을 받는 스마트 시티 국가시범도시 사업에 참여하고 있어 매출 증빙에 대한 요구는 없었다"며 "매출 확장 가능성을 강조했고 이 부분을 인정 받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IPO 주관사 차원에서 김 본부장은 상장 준비 과정에서 보수적이고 투자자 친화적 구조를 짜는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장예비심사 때 제출한 공모가 밴드보다 증권신고서에서 제시한 밴드가 더 낮을 정도로 예상 매출치를 수정했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풋백옵션(환매청구권)을 제시한 것도 투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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