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 아트]금호미술관, 젊은 작가들 미술계 등용문'금호영아티스트' 20년간 95명 작가 배출, 모그룹 축소에도 미술계 명성 유지
서은내 기자공개 2024-01-29 07:39:01
[편집자주]
기업과 예술은 자주 공생관계에 있다. 예술은 성장을 위해 자본이 필요하고 기업은 예술품에 투자함으로써 마케팅 효과를 얻는다. 오너일가의 개인적 선호가 드러나는 분야이기도 하다. 특히 문화예술 지원을 통해 사회에 공헌한다는 점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성격도 갖고 있다. 기업이 운영하는 예술 관련 법인의 운영현황과 지배구조, 소장품, 전시 성향 등을 더벨이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5일 14: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 미술계의 작품이 더 다양해지고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 전문가들이 꼽는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는 젊은 작가들에 대한 지원이다. 신규 작가층이 두터워지려면 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후원자들의 구성도 질적, 양적으로 넓혀가야한다는 의견이다. 기업 재단 미술관 중 신진작가 지원에 특히 애정을 두고 공들이는 곳이 금호미술관이다.금호미술관은 서울 삼청동 초입에 위치한 유서깊은 미술관 중 하나다. 금호문화재단 산하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지난 2020년을 기점으로 재단의 주축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해체, 축소되면서 미술관 역시 영향권 안에 들게 됐다. 그럼에도 미술관의 긴 역사만큼 미술계에서의 명성은 여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수준있는 기획 전시나 국내 탑급 작가들의 전시를 통해 많은 관람객들을 끄는 것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금호미술관은 젊은 작가를 발탁해 국내 미술계에 소개하는 기관으서의 사명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재단 사업의 또다른 축인 음악사업도 마찬가지다. 음악사업에서 금호영재콘서트가 있다면 미술관에는 금호영아티스트 사업이 있다.
◇ 관훈동 금호갤러리 시초, 금호영아티스트 공모제 무게감
금호문화재단은 1977년 '영재는 기르고 문화는 가꾸고'란 설립 취지로 출범, 문화예술 분야를 육성해왔다. 금호미술관은 1989년 서울 관훈동 금호갤러리에서 시작됐으며 1996년 현재 위치인 사간동으로 이전했다.
금호영아티스트 공모사업을 시작한 건 2004년부터다. 금호영아티스트 공모는 만 35세 이하 대상 신진 작가들을 발굴하고 개인전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 20여년간 총 95명의 작가들이 금호미술관을 거쳐 미술계의 무게감 있는 작가로 성장했다.
매년 4~6명의 금호영아티스트가 선정되며 각 작가들마다 상반기에 금호미술관 내 한층씩 개인전을 진행할 수 있다. 금호미술관은 실력 있는 젊은 작가들이 성장할 발판이자 한국 미술계의 등용문으로 자리한 셈이다.
사립 미술관 중 이처럼 신진 작가를 공모, 개인전을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하는 곳으로는 금호미술관과 함께 OCI미술관의 '영크리에이티브', 송은미술관의 '송은미술대전'이 꼽힌다.
◇ 김보희 초대전, 하루 1000여명 관람객 유치 명성
금호미술관은 상반기 신진작가들의 기획전 이후에 하반기 두 번의 기획전을 연다.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진단하고 조망하는데에 주력하는 것이 특징이다. 팬데믹 이후 현대 도시의 단면을 살펴본 <도시의 불빛 저편에>(2021)나 <다중시선>(2023)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 여성 동양화가들의 작업에도 주목했다. 김보희 작가의 초대 개인전
현재 진행 중인 기획전은 <마주한 세계: 풍경의 안팎>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 미술계의 충주 역할을 하는 중견 작가들로 구성했다. 근래들어 난해한 개념미술 전시가 주를 이루는 미술계에서 미술의 진면목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전시로 평가받고 있다.
금호미술관 전시기획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미술계의 동향을 살펴보면 확장된 매체와 기존의 형식을 넘어서는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이런 때에 오히려 눈여겨 보게 된 것이 미술의 기본 매체인 사각 캔버스 작업이었다"라며 "관람객들에게 편안함을 전달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호미술관의 소장품 그룹은 한국 현대 미술의 흐름을 조망할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돼있다. 김기창·김환기·류경채·오지호·이성자 작가 작품들이 주요 목록에 올라있다. 주로 그룹 계열사 사옥에 장식 미술품으로 활용하기 위해 구입하거나 미술관 전시를 계기로 소장하게 된 것들이다.
◇ 모그룹 해체와 함께 문화사업 조직도 축소
금호미술관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누나인 박강자 관장이 지난 2019년 여든의 나이로 관장직에서 물러난 이후로는 현재 관장 없이 운영되고 있다. 금호문화재단의 양지훈 상무가 오면서 금호미술관으로 대변되는 미술사업과 금호아트홀로 대변되는 음악사업을 관리해가고 있다. 금호미술관의 학예실은 국립현대미술관 출신 강정하 선임큐레이터가 실장을 맡고 있다.
2020년을 기점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사실상 해체되면서 그룹의 문화사업인 미술관 사업에도 영향이 있었다. 기존 문화재단의 이름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에서 금호문화재단으로 이름을 바꿨으며 축소되는 방향으로 일종의 조직개편도 있었다. 비슷한 시기 금호미술관은 관장 퇴임, 학예실 인력 이동 등이 맞물려 조직 규모가 줄어든 상태다.
소장품에 있어서도 현재 추가적인 구입은 진행하지 않고 있다. 통상 기업 미술관의 소장품은 계열사들의 필요에 의해 구매되는데 모기업의 규모가 줄다보니 그에 따른 영향을 받게되는 구조다. 현재 소장품은 계열사에 대여하고 있으며 일부 소장품은 매각을 진행하기도 한다.
금호문화재단은 현재 이원태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권한 대행이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재단의 이사진들은 모두 비상임이사들이다. 이원태 대표를 비롯해 김용연, 안성기, 양성원, 조성원 이사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재단은 과거 광주고속과 금호로부터 각각 1억원의 현금을 출연받아 설립됐으며 가장 최근 공시된 연도인 2022년에는 출연된 기금이 없다. 2022년 기준 총자산은 618억원, 사업 수익은 24억원 규모이며 보유 중인 특수관계법인 주식으로는 금호고속 지분 57.14%(무의결권), 9.71%(의결권)과 금호산업 지분 0.02%가 있다. 미술품 표시된 자산의 재무제표상 장부가치는 27억원으로 기록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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