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Radar]단통법 백지화 실제 추진 하세월, 여야 경쟁 일촉즉발야권 "폐지 포함 제도 개선안 제시", MVNO 경쟁력 악화 우려도
이민우 기자공개 2024-01-29 07:44:59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6일 15: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 폐지를 시도한다. 다만 총선에 앞선 갑작스러운 발표인데다 관련 부처의 추진 근거도 불완전하다. 이에 실제 폐지, 보완 입법에 상당한 시간을 소요할 전망이다.10년 전 단통법 초기부터 부정적 입장을 취한 야당도 주도권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폐지에는 이전부터 찬성해왔으나 이번 폐지 추진을 주먹구구식 화두 던지기라며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 등 맞불을 놓을 예정이다. 22대 국회에서 여야 간 치열한 입법 경쟁이 예상되는 만큼 법안 통과에도 진통이 예상된다.
업계는 단통법 폐지 관련해 표면상으로는 평온함을 유지 중이다. 다만 이로 인해 벌어질 지형 변화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 등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기에 이통3사의 과도한 지원금 경쟁은 과한 예상이란 의견도 나온다. 이와 반대로 재무적으로 밀리고 단말 지원금 차별화도 어려운 알뜰폰(MVNO) 업계는 우려를 내비친다.
◇추진 취지 등 준비 미흡 지적, 22대 국회서 치열한 입법 경쟁 예고
단통법 폐지는 지난 22일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토론회’를 통해 발표됐다. 정부는 단통법 폐지로 이통3사 등 시장 내 기업 간 경쟁 촉진으로 단말기 구매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한다. 지원금 공시에 상응하는 규모로 산정되는 선택 약정 할인의 경우 유지를 위해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될 예정이다.
정부 발표가 나왔지만 단통법 폐지 추진은 사실상 다음 회기 국회부터 이뤄진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현 21대 국회에서는 법 개정, 보완 법안 입법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것이 시간상 불가능하다. 단통법은 가계통신비 인하 등 민생 지원과 유통·대리점의 소모적 경쟁 방지, 알뜰폰 사업자 성장 보전 등 폐지 시 결부해 논의할 사안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야권은 이번 단통법 폐지를 ‘총선용 선언’이라며 비판 중이다. 관련 부처인 과기정통부, 방송통신위원회 모두 구체적인 배경이나 보완 입법 방향 등 추진 이유를 뒷받침할 정책 설계를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 기관은 이번 발표를 놓고 추진 근거를 미흡하게 준비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휩싸임에 따라 최근에야 관련 사업자를 불러 의견수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은 “과거부터 단통법에 대해 반대했던 만큼 폐지 자체를 동의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절차와 과정을 현재처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방향 등 폐지 후 닥칠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안 제시도 없이 총선에 맞춰 단통법 폐지 화두를 던져 놓는 식의 정부 태도는 비판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은 그 동안 단통법 문제점을 지적, 비판했던 입장에서 통신 이용자 후생 확대를 위해 폐지를 포함한 제도 개선 방안을 담아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와 여야가 폐지로 방향을 일치한 만큼 단통법 백지화는 시간 문제다. 다만 실제 단통법 폐지와 보완 정책 시행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있을 전망이다. 22대 국회 여야 모두 입법 과정에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이 자명해서다. 경쟁 심화에 따라 법안 중복 발의 등도 예상되는 만큼 실제 처리는 하세월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지원금 상한 폐지 효과 의견 분분, 알뜰폰 업계 “보완책 마련해야”
통신 업계는 단통법 폐지 발표에도 표면상으로는 침착한 모습이다. 최근 출시된 갤럭시S24가 지원금 면에서 영향받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이통 3사에서 갤럭시S24에 설정한 지원금은 최대 24만원이다. 단통법 폐지 발표 이전 예고된 내용과 큰 차이가 없다.
대신 단통법 백지화로 인한 지형 변화 예측은 숱하게 나오는 추세다. 지원금 공시 의무와 추가 지원금 상한제 폐지로 이통사 경쟁이 벌어져 마케팅 비용 증가를 부를 것이란 분석도 확산되는 중이다. 다만 국내 단말·통신 시장이 단통법 이전 불법보조금 등 과열된 지원금 싸움을 벌였던 10년 전과 달라진 만큼 과도한 우려라는 입장도 상존하고 있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이미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가입자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이와 비슷하게 스마트폰 단말 시장 역시 성숙기에 접어든 상태”라며 “신규 가입이나 단말교체 과정에서 지원금을 대량으로 뿌린다고 새 이용자나 번호이동을 쉽게 유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 과도한 마케팅 비용 상승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알뜰폰 업계는 우려를 표한다. 알뜰폰 업계는 SKT와 KT, LG유플러스 등 대형 MNO 사업자 대비 자금력에서 열세다. 더불어 알뜰폰은 단말기 유통 사업보다 MNO 사업자 요금제를 도매로 가져와 유심 요금제로 재판매하는 비중이 크다. 단말기 지원금 공시 의무와 추가 지원금 상한제 폐지 효과를 거의 볼 수 없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이통3사 저가형 요금제 출시의 경우 실익을 크지 않다고 판단한 소비자도 많고 데이터 규모 면에서 알뜰폰의 차별화가 있어 압박이 예상보단 크지 않았다”며 “반면 단통법 폐지에 이은 단말기 지원금 경쟁은 가입자 유치 초기 단계부터 이통3사에 밀리기 때문에 알뜰폰에 대한 별도 지원 입법을 고려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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