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 빅4 스톡워치]JYP, 시총 2위는 지켰지만…'걸그룹 명가'의 분전반년 새 시총 5조→2조 급락…ITZY 초동 역성장, 신인그룹 부진
고진영 기자공개 2024-02-05 10:58:07
[편집자주]
‘빅4’라고 불리는 국내 대형 연예기획사들은 최근 주가가 유독 다이나믹하게 움직였다. K-POP의 득세가 확연한 만큼 대표적 성장주로 분류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침체 국면이 전환점을 맞지 못하고 있다. 최대주주들이 연달아 자사주를 매입해 구원투수로 나선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 그동안 엔터4사의 주가는 어떻게 움직였으며 앞으로 전망은 어떨까. 더벨이 분석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30일 1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십여년 전만 해도 시가총액이 업계 빅3 가운데 만년 막내였던 곳이다. 워낙 차이가 한참나는 꼴찌라 추월을 엄두내기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1위 하이브가 상장했을 쯤엔 어느새 JYP가 나머지를 제치고 기업가치 2위까지 올랐다.JYP의 약진은 전통적 걸그룹 명가답게 트와이스로 시작됐다. 지금도 여전히 엔터 빅4 중에서 시총 두 번째를 지키고 있다. 다만 올 들어선 급락세인데 공교롭게도 후배 걸그룹 ITZY(있지)에 대한 실적 우려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대주주 박진영 CCO(최고창작책임자)가 자사주 매입에 나섰지만 하락세를 돌려놓지 못하고 있다.
◇'반격의 서막' 트와이스
JYP는 2010년 우회상장했다. 코스닥 상장사 제이튠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면서 사명을 지금의 JYP엔터테인먼트로 바꾸는 방식을 썼다. 2013년 10월 우회상장이 마무리됐지만 당시 주가는 4000~5000원 언저리, 시총 1500억원 안팎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 실패와 사실상의 해체 등이 투심에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반면 2011년 11월 상장한 경쟁사 YG엔터테인먼트는 승승장구했다. 약 2년 만에 시총이 3900억원 수준에서 6000억원대로 점프해 JYP를 크게 앞질렀다. 당시 1위던 SM엔터테인먼트 역시 시총이 1조원에 육박했기 때문에 JYP와 수배는 차이 났다.
하지만 2018년 이후 JYP는 위상이 돌변했다. 2017년 1000억원대였던 시총이 1년 만에 1조원대로 치솟는다. YG를 3위로 밀어낸 것은 물론이고 SM마저 턱끝까지 추격해 경합을 벌였다. 잠깐이지만 상장 후 처음으로 SM 시총을 넘어서기도 했다.
판세가 반전된 것은 JYP의 소속 걸그룹 트와이스 덕분이다. 트와이스는 2017년 일본에 데뷔한 이후 인기스타의 상징인 아레나에 입성하는 등 연일 신기록 행진을 했다. 당시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두드러지던 와중에 공연시장이 크고 구매력이 높은 일본에서의 인기몰이는 실속 좋은 성공이었다.
이후로도 SM과 엎치락뒤치락하던 JYP 주가는 2022년 시총이 2조원대로 다시 점프하면서 2위를 굳히는 양상을 보였다. 2016년 일찌감치 도입한 레이블 시스템이 효자 노릇을 했다. 박진영 CCO는 미국 진출을 여러 번 시도하면서 미국 음반사의 레이블 체제를 국내에서 가장 먼저 도입해왔다.
레이블 시스템의 핵심은 플랫폼화에 있다. 아티스트마다 전담 본부를 꾸려서 마케팅과 기획, 매니지먼트를 독립적으로 하기 때문에 아티스트의 데뷔나 신곡 발매가 빨라질 수 있다. 이 체제의 첫 수혜를 본 그룹이 트와이스이고 이후로도 4세대 아이돌인 스트레이키즈, ITZY, 엔믹스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는 시총이 또 한 번 도약해 7월 5조원을 찍기도 했다. 트와이스가 자체 최대 규모의 월드투어를 진행했으며, 스트레이키즈는 정규앨범 3집을 524만장 팔아치웠다. 당초 예상치였던 380만장 수준을 크게 상회한다.
◇고전하는 ITZY, 한달 새 시총 24% ↓
그러나 최근 들어선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고공행진하던 JYP 주가는 작년 하반기부터 주춤하기 시작하더니 연말 3조원대로 떨어졌다. 올해는 한달 새 추가로 24%가 빠져 2조원대로 돌아왔다. SM과 YG 역시 같이 부진했기 때문에 순위는 바뀜이 없었지만 하향세가 뚜렷하다. 가장 큰 이유는 앨범 판매 부진에 있다.
이달 8일 발매된 ITZY의 신보 'BORN TO BE'는 초동 판매량이 32만장에 그쳤다. 전작이 82만장을 기록했는데 61%나 줄었다. 같은 날 15일 나온 엔믹스(NMIXX)의 미니 2집 'Fe3O4: BREAK'도 초동 61만장에 머물렀다. 전작은 초동만으로 밀리언셀러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이다.
물론 아티스트에 기반한 수익원은 앨범에 국한되지 않는다. 앨범 발매 이후 음원과 투어, 굿즈에서도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앨범 판매량이 아티스트의 팬덤 크기와 흥행성을 대변한다는 점이다. 회사의 주력 아티스트인 트와이스와 스트레이키즈가 이미 각각 9년차, 6년차라는 점에서도 후속 아티스트들의 성공적 세대 교체가 중요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뉴진스와 에스파 등 4세대로 걸그룹 세대교체가 사실상 이뤄진 상황에서 ITZY의 입지가 견고하지 못한 것은 맞다”며 “JYP는 2020년 말 데뷔한 니쥬 이후론 데뷔 신인들의 성적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도 걱정할 만한 요소”라고 평했다.
하지만 회사 성장성에 대한 박진영 CCO의 자신감은 여전히 굳건해 보인다. 이달 17일부터 이틀에 걸쳐 JYP 주식 6만200주를 장내매수했다. 주당 8만3166억원, 총 50억원어치다. 그는 작년 11월 유튜브 채널에서 “여윳돈만 있으면 무조건 JYP 주식을 사겠다”며 매수 타이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주가가 9만원대였는데 지금은 7만원 선까지 미끄러졌다.
증권가에선 실적에 대한 우려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최근의 주가 하락은 지나치다고 보는 분위기다. 최근 3개월간 JYP에 대한 증권사들의 컨센서스를 보면 17개 증권사가 보두 매수(BUY) 의견을 냈다. 다만 이중 6개 증권사는 목표가를 직전보다 10~28%가량 낮췄다. 현재 평균 목표주가는 13만9125 원. 29일 종가(7만7100)와 비교해 44.6%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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