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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리스크 넘긴 이재용]삼성의 힘, '컨트롤타워' 부활 기반 갖췄다계열사 시너지 강화에 필수, 폐지 7년만에 논의 가속화 전망

이상원 기자공개 2024-02-05 16:57:36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5일 16: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무죄가 5일 확정됐다. 이로써 삼성은 수 년간 시달려온 총수 사법리스크에서 일단 벗어나게 됐다. 이 회장의 족쇄가 풀린 만큼 경영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이에 따라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에 대한 논의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삼성의 컨트롤타워는 2017년 2월 미래전략실의 해체와 함께 사라졌다. 2016년 말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서 이 회장의 미전실 폐지 발표에 따른 조치였다. 1959년 창업주 이병철 회장 시절 비서실에서 출발한 삼성의 컨트롤타워가 58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과거부터 삼성의 컨트롤타워는 총수 직속 조직으로 1998년 구조조정본부, 2006년 전략기획실, 2010년 미전실로 이름이 변경됐다. 그럼에도 그룹을 통합해 관리하는 조직으로서 명맥은 계속 이어왔다. 이곳에서 모든 계열사의 현안을 챙기고 전략과 인사를 통합해 관리했다.

최순실 게이트 소송 과정에서 이 회장이 두 차례 법정 구속되며 컨트롤타워도 길을 잃게 됐다. 삼성의 총수 공백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미전실의 해체로 혼돈의 시기를 겪어야만 했다. 이때부터 계열사간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던 삼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컨트롤타워 부재는 사실상 그룹의 해체를 의미했다. 실제 이때부터 삼성은 '그룹'이란 말을 쓰지 않는다.

각 계열사들이 자율경영 체제로 전환하자 시너지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전까지는 미전실을 통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왔지만 계열사간 소통이 줄어든 탓이 컸다. 그 후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경영 환경이 지속됐다. 컨트롤타워 부활의 필요성이 지속해 나온 배경이다. 삼성이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미전실의 부활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각계각층에서 나왔다.
2월 5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1심 선고 공판이 열리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걸림돌은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였다. 그의 재판이 진행중이 가운데 삼성은 과거 부정적인 이미지를 줬던 미전실의 부활을 섣불리 논의에 나설 수 없었다. 대응책으로 마련한 게 2018년 만든 3개의 태스크 포스(TF)다. 각각 사업지원·EPC경쟁력강화·금융경쟁력제고 TF를 신설했다. 하지만 규모와 권한 등이 대폭 축소돼 한계가 명확했다.

통상적으로 대기업 집단에서는 지주사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삼성은 이를 이루기도 쉽지 않았다. 가장 큰 자산, 매출 외형을 갖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인데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약소한 수준이다. 삼성물산은 지배구조상으로만 최정점에 서 있을뿐이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전사를 향한 지배력을 확실히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의미다.

최고 의사결정 협의체의 부재는 빠르게 전환하는 산업 환경에서 삼성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경쟁사들이 공격적인 투자 단행에도 삼성은 투자 실기 우려가 지속됐다. 여기에 2017년 하만 인수후 인수합병(M&A) 작업도 '올스톱'됐다. 파운드리 등으로 반도체 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불안함은 지속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 과정에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이찬희 위원장도 일찌감치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컨트롤타워가 없으면 효율성과 통일성 측면에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게 이유다. 이런 가운데 이 부회장이 무죄를 받으면서 컨트롤타워 부활을 밀어붙일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됐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에 대한 여론도 우호적이다. 한국 경제에 삼성이 지닌 상징성을 감안하면 이제 그룹 경영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처음으로 갖게 됐다"며 "컨트롤타워 재건에 대한 공감대도 어느정도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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